<전기는 인권이다> 전력산업의 위기, 통합이 해법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2011년 9월 15일, 전국적인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모든 책임은 한전에 돌아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전력 수급을 걱정해야 되냐는 것이 국민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래전부터 정부정책의 문제를 지적해온 전력노동조합과 혼자 속앓이를 해오던 한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잘못된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고,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이 있어야 보편적 가치인 전기 공급을 국민들이 부담없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전력노조의 입장이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무조건적인 ‘선진국 따라하기’가 그 원인으로 보인다.

전기 발전사 민영화? 현재 요금의 3배로 인상될 것!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김주영 위원장의 첫마디다. 그는 현재 국내 전력산업의 구조 및 요금 체계에 대해 “오류를 포함한 체계”라고 꼬집어 말했다. 또한 그 오류를 수정하는데 있어 우리나라가 잘못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15일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의 원인도 경쟁 확대를 중심으로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과 아울러 에너지 가격정책의 왜곡이 불러온 명백한 정부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행 비상식적인 전력거래제도 문제이다. 한전과 발전자회사에는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대신 재벌계열사의 민자발전사에는 연간 수천억원의 부당 이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 현재의 전력거래제도의 심각한 문제라고 김위원장은 전했다. 또한 구역전기사업자가 구역 내 전력 수요의 60%에 해당하는 설비만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해 한전 전기 되팔기 및 구역사업자의 부족 손실분을 한전이 책임지도록 한 것도 잘못된 체계라고 꼬집었다.

1999년 국내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있었다. 한전의 발전부문을 6개 회사로 나누고 전력거래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2001년 완료 된 이후 아직까지 민간에 매각된 곳은 없지만 아직까지도 민영화를 외치는 시장론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민영화를 통해 전기에 시장원리를 도입하여 안정적 전력공급과 전기요금의 합리적 결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구조개편특별위원회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기대이익에 비해 위험이 크다”는 결론을 내고 구조개편 중단을 건의, 정부도 수용했다.

과거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 시장 원리 도입 후 엄청난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이에 김주영 위원장은 전기에 시장 원리를 도입할 경우 현재 부과되는 전기요금이 3배가량 인상될 것이라며,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곧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정책이기 때문에, “전력거래소와 발전사들을 한전으로 통합해 안정적 공급체계와 전기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 하지 않으면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지식경제부 전력진흥과 관계자는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106.5달러)의 62% 수준에 머무르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한 2012년 상반기 한전이 전력거래소에서 구입한 전기요금은 24조 8000억원에 달하지만 국민에게서 받은 요금은 22조 8000억원에 불과해 2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한전은 그동안 눈덩이로 적자가 불어났지만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며 전기 공급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데 노력했다. 이 같은 요금 인상 억제로 철강 등 에너지 산업의 매출이 크게 신장되는 등 혜택을 입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뜻이다.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생산과정에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히 가정용을 비롯해 타 부문에 대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구입하는 전기요금의 결정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력거래소가 다음날 매 시간당 전력수요를 예측하면 각 발전기별로 공급량을 입찰하고 이때 최종 수요와 균형을 이루는 공급발전기의 가격이 같은 시간대의 전체 공급발전기의 가격으로 결정되는 한계가격결정방식(SMP, System Marginal Price)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발전기에 대해서도 가스나 중유 발전기의 가격과 같은 가격을 적용해 구입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구입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공급이 줄거나 수요가 늘 경우 계통한계가격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에 발전회사 입장에서는 공급을 줄이게 될 경우 오히려 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합리적 모럴헤저드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의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요금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비상식적인 전력거래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에너지 요금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는데, 가스나 석유와 같은 사기업이 공급하는 에너지의 경우 사실상 시장가격 형성에 규제가 없지만 전기요금의 경우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1차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값이 싸, 많은 소비자들이 의존하는 시스템이 됐다고 전했다. 이는 “생수를 사서 빨래를 하고 샤워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 과소비 현상을 부추기는 행태”라며 곧 전력 부족사태와도 직결되고, 전기요금 인상의 요인이 된다고 전했다. 12년간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아온 김주영 위원장은 앞으로 잘못된 구조개편을 폐기하고, 전력산업을 다시 살리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북한에 시급히 공급해야 하는 것 중 전기가 빠질 수 없는데 그러기 위해선 한전이 하루 빨리 통합, 유지 돼야 한다고 강조 했다. 또한 1차 에너지인 화학 연료가 고갈되면 전기 생산, 공급에도 차질이 올 것이라며 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한다.

5.16군사정변 이후 분할 된 전력산업을 통합해 대한민국의 압축경제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메가뱅크로 금융계를 통합하고, 반도체 빅딜에 합의해 금융과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이뤘는데, 왜 굳이 선진국의 실패사례를 전기산업에 접목시키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전력산업의 분할 경쟁은 곧 국민 부담 가중과 전기공급의 공공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벗어나는 행태인 것이다.

누구나 누려야 할 가치를 선택이라는 기준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국민들의 눈을 가리려는 행태, 하루빨리 정부에서 규제하고 변화시켜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The crisis of the Electric power industry, Consolidation is the s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