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화 한국화가

아름다운 색채로 활짝 피어난 ‘꽃 그림’
최근에 드라마 ‘신사임당’을 통해 한국화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드라마와 함께 사임당의 실제 그림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봄꽃’ 이라는 의미가 담겨진 김춘화(金春花) 화백. 섬세하게 묘사된 김 화백의 꽃 그림들은 붓으로 수차례 덧칠해 그려진 채색화 작품들이다.

대표작인 ‘기쁜 날의 속삭임’(목련꽃), ‘여고시절(동백꽃)’ ‘오케스트라(양귀비)’ 등은 그래서 이름과 더 잘 어울린다. 아름다움을 식별하는 천부적인 눈을 지닌 김 화백은 한국화의 근원적인 표현 방식을 고수하며 색채와 선의 독창성을 살려 내는 데 주안점을 둔다.

화폭 안에서 또 다른 자연의 향연이 펼쳐지는 그의 그림은 꽃 향기와 더불어 자연에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아름다운 꽃 그림들은 얼핏 서양화 같다. 한국화라 하면 흰 바탕에 검은 묵, 아니면 중간인 회색이나 갈색 등을 떠올리게 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먼저 수묵화를 떠올리게 되는 탓이다.

김 화백은 한국화의 기본인 물붓을 사용해 꽃의 가장자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잎사귀도 입체감과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지 위에 채색을 통해 꽃의 부드럽고 서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여리면서 한편으로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작품을 많이 한다. 재료에 있어서도 화선지 뿐 아니라 천, 광목, 실크 등 천연섬유 등을 사용하고 색은 자연에 가까운 석채나 염료, 황토 등을 사용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적인 색감에 고귀한 아름다움을 입힌 그만의 화풍은 깊은 맛이 배어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모든 작품 속에서 지난시절 한국화의 본질을 바로 잡고 화단계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남을 ‘우리의 그림’
“누구나 공감하는 한국화, 바로 알아야 해”
예로부터 그림은 인간의 마음이나 정서를 반영하고 나아가 그 시대 사상을 대변한다. ‘동양화’를 ‘한국화’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한국화' 라는 공식 명칭이 사용되었고, 1982년에 개편한 제4차 교육 과정에서 초, 중, 고 교과서에 '한국화' 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한국화를 통칭하는 채색화는 수묵담채화, 담채화, 진채화로 분류된다.

고구려 벽화, 고려의 불화, 조선의 민화 등으로 이어지며 한국미술의 근원이며 전공자들에게는 정신적 고향이자 기법의 모태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전통미술로 훌륭한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채색화는 삼국시대 진나라 때 들어와 왕실 귀족들에게 보급되었으나 보편화 되지 않았고, 고구려 벽화에서 보듯 현존하는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또한 삼국시대 때 백제는 신라와 영토 싸움에서 일본의 군사지원을 받고 그 댓가로 도공들과 안료 등 한국의 전통 문화를 일본에 보냄으로써 독창성과 순수성을 빼앗기기도 했다.

그 뒤에 일본은 우리 기술을 보존 계발하고 계승해 일본 특유의 문화 색채를 갖게 됐지만, 정작 우리는 지키지 못한 채 현재는 일본에서 도리어 안료를 역수입해 사용하는 실정이 되었다. 근대에서 이르러도 마찬가지였다. 한국화는 서양화의 신속함과 간결함에 압도되어 대중으로부터 소외 됐다.

채색화는 수차례 붓 칠을 해서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며, 단순치 않은 기법 탓에 수용하는 작가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렇게 환경도 열악하고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장르로 잘못 인식되어 더 나아가질 못했다.

독창적 작품으로 채색화 대중화에 앞장.
...아름다운 그림, 아름다운 삶의 화가로
그동안 지방 곳곳에선 작가들이 ‘한국화 본질 찾기 운동’ 을 벌이며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김 화백은 나름의 한국화 위상을 되찾고 널리 알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며 애정을 쏟았다. 이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다.

“한국화는 원래 채색화부터 시작됐어요. 고구려 벽화나 고려 불화를 보세요. 조선 중기에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유교적 개념에 의해 채색화가 배척된 것이지요. 해방 이후에는 일본 풍이라해 의도적으로 배척하려는 현상이 있었고, 채색은 무조건 일본그림으로 오해를 했죠.” 김 화백은 “우리 역사의 그림은 채색화가 주류였다. 역사를 알면서 정말 이건 아닌 듯 싶었다”고 회고 했다.

그는 천경자 화가의 그림을 공부하면서 나름의 기법을 성실히 닦아갔다. 오랜 공직 생활을 하며 화단에 입문해 입지를 굳히며, 채색화에 매료되어 지난 1991년에 본격적으로 꽃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 후 한국화의 잘못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몇몇 작가들과 잊혀져가는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에 인천에서 채연회(채색화를 연구하는 협회)도 결성해 1년에 한 차례씩 단체전도 여는 등 애정을 쏟아 부었다. 김 화백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며 선조들의 그림 세계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창작해 원로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동안 확고한 신념으로 한국화 위상에 공들이며 후배 작가들에게도 귀감이 된 건 두말할 나위 없다. 개인전을 6회나 열었고 국내외 여러 단체전과 초대전에도 응했다. 김 화백은 채색화의 계승을 주창하며“기법상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의 뿌리를 잘 보존해야 한다” 고 늘 강조한다. 오늘도 그의 화폭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그림을 상상하며 아름다운 삶도 함께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월간 파워코리아 4월 지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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