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원사 주지 선각 스님과 함께

세상과 마주할 아이들의 ‘마음 그릇’을 키우는 곳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 중 하나로 “야단법석”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실 ‘야단법석’이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을 때에 야외에 단(野壇)을 세워 불법을 펴기 위한 자리(法席)를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즉,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석가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드넓은 장(場)이 야단법석이 가진 본래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이에 서울 정릉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삼원사’에서는 최근 이러한 가르침을 현대에 다시금 전파하고자 인근에 거주하는 유·초등부를 대상으로 ‘야단법석 불교야 놀자’ 프로그램을 개최, 지역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삼원사의 주지 선각 스님은 “저희 삼원사에서는 아이들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원래의 감정과 선함, 즐거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 등을 자연스럽게 길러내고, 아울러 자신 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우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자 합니다. 또한, 자칫 상처받고 소외되기 쉬운 아이들의 마음 밭에 ‘밝고 맑은 보리의 씨앗’을 심고, 창의적인 어린이 불자를 양성하는 마음창작소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삼원사 인근의 선다원, 법당, 공원 등에서 진행되는 ‘야단법석 불교야 놀자’는 어린이 포교법회 및 숲생태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월 시기와 계절에 맞는 각기 다른 주제를 잡고, 아이들이 직접 생태를 체험하거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함께 어우러지며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기는 시간을 가진다. 요즘 아이들에게 있어 자칫 딱딱하고 어려우며 심오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불교수행을 마치 놀이를 하듯 즐겁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선각 스님은 “내가 스스로 선을 행할 때 세상이 아름답게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불교는 가장 훌륭한 예술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교를 행한다는 것은 상당한 창의성이 요구되는 ‘훌륭한 예술가’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어떠한 어려움과 마주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예술가가 작품을 바라보듯이 긍정적인 자세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마음 그릇’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불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행복한 삶은 행복한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불기 2532년(1986년) 現 회주스님인 성암도 스님에 의해 창건된 ‘삼원사’의 삼원(三元)은 불보(佛寶)·법보(法寶)·승보(僧寶)의 삼보(三寶)를 일컫는다. 북한산의 빼어난 자연과 어우러지면서도 도심 속 사찰 같은 친근함으로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는 이곳은 한때 손기정 마라톤 선수가 머문 곳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가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고 갈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부터 16년째 삼원사 주지를 맡고 있는 선각 스님은 “삼원사가 불자와 비불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선각 스님은 동희범음회 이사로서 ‘영산재(靈山齋)’ 이수자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한 ‘영산재’는 부처가 인도의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사람이 죽은 지 49일 만에 영혼을 천도할 때 행하는 의례로서 진행된다. 상주권공재·시왕각배재·영산재의 순서로 진행되며, 절차가 매우 복잡하기에 불교의식에 밝은 사람이 맡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삼원사에서는 매년 석가탄신일에 가야금, 판소리, 사물놀이, 범패 등으로 구성된 문화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노래인 ‘범패’에 능한 선각 스님은 세계 각국의 대사관 초청을 받아 범패 공연을 하는 것은 물론 범패 앨범을 내기도 하며 불교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불교문화의 오랜 전통인 범패를 더욱 보존, 계승 발전시키고 싶다는 것이 선각 스님의 바람이다.
선각 스님은 “행복한 삶은 행복한 마음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내가 잘난 사람인지 못난 사람인지 판단하고 따지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해야 합니다. 자기 존재에 대해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낄 때 비로소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불심을 갖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선각 스님의 따뜻하고 포근한 웃음에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