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연주 작가

그냥은 붓을 들지 않겠다. 그냥은 붓을 놓지 않겠다.
다만 끊임없이 창작의 세계로 향하여 비상하고픈 心
(작가노트 중에서)

2015년 첫 개인전 열고 작품 세계 널리 알려
남편과 가족의 뒷받침에 항상 감사해
조연주 작가의 작품 안에서는 뛰어난 조형성이 엿보인다. 변화무쌍한 선과 색채,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어우러져 현실과 이상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그녀의 작업은 일견 매우 추상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색채의 배치를 통해 즉각적인 물성을 획득한다. 이와 같은 작품을 통해 널리 주목받고 있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7남매를 키우느라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탓에 처음에는 상업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꾸준히 펼쳐가고자 하는 희망은 그녀의 마음속에 살아있었다. 마침 친구의 아버지가 화가로 활동하시고 있어서 더욱 체계적으로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미대 졸업 후 결혼하고 서울에서 화실을 열기도 했다. 두 남매의 엄마로서 화실을 운영하던 중, 그녀의 가족은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 양평에 왔을 때에는 몸이 다소 좋지 않았고, 각종 전시회에 꾸준히 작품을 내고는 있었지만 작품 방향에 대한 뚜렷한 설계가 되지 않았던 탓에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의 도움과 가족들의 든든한 뒷받침으로 조 작가는 2015년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널리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림이라는 것은 매번 변화해야 하고 또 식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며 순간순간마다 느끼는 것을 화폭 안에 풀어내는 것이 제 작업의 일부이며 또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라는 것이 그녀의 작품 성향이다.

영적인 메타포 담은 추상미술의 세계로 관객과 만나
조연주 작가가 첫 개인전을 했던 그림의 소재는 ‘파라솔’이다. 파라솔은 햇빛을 막아주고 자외선 차단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주로 정원이나 테라스, 해변에서 사용된다. 특히 다가오는 봄․여름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캠핑장이나 낚시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파라솔은, 그녀의 작품 안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새롭게 탄생했다. 온 가족에게 평안을 가져다주는 사물이자 안 좋은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시켜 주는, 일종의 영적인 의미까지 담게 된 것이다.
그녀의 작품 안에서는 이처럼 신화적인 메타포가 자주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자연을 소재로 하여 양평의 산야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영물의 일종인 사슴이나 여우 등이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가상적인 문(門)의 형태를 배치하여 초월적인 세계와 관객의 만남을 추동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세계와 맞닿아 있는 그녀의 작품 속 특징 때문에 사실적이지 않고 오히려 추상 미술에 더 가까워 보이는 조 작가의 작품은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녀는 “실물에 가깝게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 그런 작품들은 잘 그렸다는 감탄의 대상이 될 뿐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제 작품에 문이라는 형태를 담았던 것 역시 삶의 이상을 찾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여정을 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조금 더 길게 보자면 인생의 모든 행보 자체가 문을 통해 나오고 들어가는 모습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자연의 풍경을 마음속 새로운 풍경으로 재창조해 선보이는 조 작가는 특히 2016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나혜석 미술대전’에 출품했던 자신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녀는 “정식으로 개인전을 하고 나니 더욱 열심히 그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때마침 수원에서 나혜석 미술대전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80호 정도 되는 그림을 혼자서 차에 싣고 수원까지 가야 했다. 그 옛날 국전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작품을 가마니에 싸거나 리어카에 싣고, 또 기차로 부쳐서까지 작품을 내던 것처럼 미술대전에 출품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직접 차 지붕에 작품을 꽁꽁 싸매고 갔던 것이다. 덕분에 작품을 전시장에서 가져올 때쯤에는 그림이 마치 천 조각처럼 쪼글쪼글해지기까지 했는데,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전시에서 입상을 하게 되었다. 그 때만큼 뿌듯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할 것
세 번째 개인전 준비하고 있어
조 작가는 현재 양평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양평 단월중학교, 경기양평영어마을 등에 출강하면서 미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잘 그리는 것을 가르치기보다 자기 자신만의 개성과 느낌을 가진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녀가 중시하는 미술 교육의 가치다. 자연을 보는 아름다움과 사람을 보는 시선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 건강을 지키며,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조 작가는 이와 함께 단순히 유명한 그림으로 이름값을 얻는 것이 아니라, 좋은 그림을 그려 후학 양성에 힘쓰며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또 기회가 되면 해외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며, 그녀는 현재 용문산박물관에서 열릴 제3회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