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연(素蓮)공방 김연주 대표

조각보는 일상에서 쓰다 남은 색색의 천 조각을 이어서 만든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은 천을 재활용하는 특성 때문에 주로 일반 서민층에서 통용되었으며, 색깔과 모양 또한 각양각색이다. 옛날에는 모든 옷감을 상점에서 사지 않고 손수 짜서 입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얻은 천을 함부로 버릴 수가 없었고 이러한 조각들을 모아 만든 조각보는 보자기와 상보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그 동안 천시되어 왔던 조각보의 예술성이 각계에서 주목받으며 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문화의 도시 부산에서 아름다운 한국의 멋, '조각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는 김연주 대표는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조각보 미술의 새로운 전기를 써나가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조각보, 20여 년의 작품 활동으로 이어져
소연공방을 운영하는 김연주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옷감과 친숙한 생활을 했다. 일본에서 전문학교를 나오셨던 그녀의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양장, 한복 등 바느질을 직접 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 자연스럽게 김 대표 역시 한국복식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옷을 만드는 일이 워낙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벌이도 꾸준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김 대표의 어머니는 처음 그녀가 옷 만들기의 길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한복집을 하려고 집까지 봐뒀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일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졸업하면서 취미로 조각보를 시작하게 된 것이 김 대표에게 지금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격언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취미로 조각보 작업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김 대표는 처음으로 공모전에 도전하게 되었다. 영광스러웠던 부산미전 입선을 시작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며 복식 소품, 배자, 침선 등 다양한 공법에 도전하는 등 자신만의 방법을 개척해온 그녀는 한복기능사, 자연염색연구사, 자수공예지도사 2급, 공방공예지도사 1급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방공예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조각보를 만드는 작업은 복(福)을 짓는 행위"
조각보는 예로부터 우리 일상생활의 곳곳에서 사용되어 왔다. 이불이나 예단, 혼수품을 싸는 보자기, 밥상을 덮는 상보, 작은 천 조각을 활용한 잣배기 베갯모 등 그 종류 역시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하게 활용되어온 조각보는 옷감을 쓰고 남은 천을 정교하게 짜 맞춰 하나의 모양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공들여야 하는 작업이며, 한편으로는 남존여비 사상이 짙었던 과거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억압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일종의 여가선용이자 예술작업으로서 사회 전반에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김 대표는 "조각보를 만드는 작업은 예로부터 복(福)을 짓는 행위로 여겨졌다. 보자기는 복을 싸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색과 치수가 모두 다른 천 조각들을 형식에 맞게 자르고 꿰매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복과 장수를 염원한 것이 우리 여인들이 조각보를 만들며 생각했던 하나의 염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학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의 조각보는 현대에 전승될 만한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부산 중구에서 소연공방을 운영하며 부산시여성회관, 부산진구청, 부산중구청 등에서 조각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대표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가장 좋은 전통원단만을 고집하고 있다. 여성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어 정통성 있는 미술의 한 종류로 인정받지 못했던 조각보의 아름다움을 더욱 진정성 있게 후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특히 그녀가 진행하는 교육과정에는 작품 창작 과정이 접목되어 공모전이면 공모전, 개인 작품이면 작품에 걸맞은 소재와 방식을 직접 제시하기도 하고 많은 부분 김 대표가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이 특이할 만하다. 김 대표는 "저는 이 과정을 가르칠 때 항상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큰 힘이 필요치 않아 평생 할 수도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하게 쌓아 올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항상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좋은 재료를 쓰면서 어디에 내놓아도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저의 소망이자, 저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에게도 바라는 바다"라고 강조했다.

2013년 조각침선공예 한국명인으로 선정돼
통일부장관상, 국회의장상(지도자상) 등 다양한 수상 성과
20년 가까이 작품 활동에 매진해온 김 대표는 대한민국공예품공모전 및 국제전을 포함한 다수의 전시에서 50여 회 수상의 영예를 안은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미술인이기도 하다. 또한 부산시지방기능대회에서는 특성화직종(조각보)유공자상으로 부산시장 표창을 받았으며, 이후 서울시의회의장상, 통일부장관상, 국회의장상(지도자상) 등 다양한 수상실적을 통해 조각보 분야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후학 양성에 매진해온 그 간의 성과를 널리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우수지도자상을 주신 것에 대해 드디어 제 경력이 인정받았다는 기쁨이 앞섰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강의를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생활을 시작했기에, 책을 많이 보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수업을 진행할 때도 수입 천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원단도 전부 서울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퀄리티 있는 수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결과 제 수업에서 만든 작품으로 제자들이 직접 공모전에 제출할 수 있었고, 1300명 이상이 공모전에서 당선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조각침선공예 한국명인(제2013-20호)으로 선정되어 조각보 미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조선의 여성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투리 천을 받아 시침질, 감침질, 공그르기 등 다양한 바느질법을 직접 익혔던 것처럼, 김 대표의 행보는 버려질 운명이던 보잘것없는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특유의 미학이 찬란히 빛나고 있다. 그녀는 "명인 선정 당시 '조각침선공예'라는 부문은 따로 없었지만 직접 요청을 했다. 단순히 복식에 한정되기보다는 각종 장신구나 생활용품 등에도 사용되는 것이 조각보이기 때문이다. 또 제가 가르친 제자 분 중에는 주단을 하는 분도 있으니, 한 분야에만 한정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조각보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1세대 추상미술가의 작품 조각보로 재해석
향후 후학 양성과 강사 배출에 더욱 힘쓸 것
김 대표는 작년 5~6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보자기로 풀어보는 추상예술X유영국' 전에 참여하여 뜨거운 관심과 호평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유영국 화가는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화가로서 1938년 일본 자유미술전 최고상, 197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1982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영국 화가의 추상화 작품을 조각보 형식으로 재해석해 서로 다른 소재를 접목시키고 그의 작품세계를 재해석하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김 대표는 이 전시에 강사로 참여하였으며, 그녀에게서 배움을 얻은 제자들이 작가로 참여해 관계자 및 관객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후학 양성에 더욱 힘쓰며, 학원이나 연구소 활동을 모색하여 강사를 많이 배출하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다는 소망을 전했다. 또한 이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꾸준한 봉사를 통해 아름다운 부산시, 나아가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힘쓸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