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옴한지공방 임서연 작가

우리 민간에서 발달해 왔던 종이 공예의 일종인 한지공예(韓紙工藝)는 삼국시대 이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전통 실내 문화로 주로 한지를 사용하여 가정용 소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널리 전해져 왔다. 지도나 종이꽃, 집에서 사용하는 각종 상자들을 한지로 만드는 한지공예는 그 형태와 용도가 다채로워 미학적인 면에서도 지금까지 널리 인정받는다. 경상남도 거창에서 ‘다옴한지공방’을 운영하며 한지공예의 아름다움을 지역사회에 전파하고 있는 임서연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새롭게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다옴한지공방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임 작가가 처음 한지를 만나게 된 것은 딸이 중학교를 다닐 때 가입하게 된 학부모 동아리 활동에서였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음에도 특별히 미술과의 접점이 없었던 그녀이지만, 한지를 직접 만져보고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무한한 매력을 느낀 것이 본격적으로 한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배경이었다. 그녀는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했던 한지공예이지만, 이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2년 정도는 취미로 집에서 작업을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이것을 더욱 널리 알리고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본격적으로 공방을 열기 위해 준비하면서 임 작가는 오히려 이전보다 한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한지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초심자가 다루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한지 자체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그것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알아야 할 것 역시 많았다. 처음 공방을 열겠다는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남편만은 변함없이 그녀의 행보를 응원했고, 덕분에 지금까지도 처음 공방을 열었던 그 자리에서 5년째 꾸준히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한지공예로 생활소품이나 가구 등 만들어
탈색 작업을 통해 수국 반상 등 작품 활동 이어가
한지는 그 은은한 빛깔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예로부터 많은 곳에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고유의 특성 때문에 물에 젖기 쉽거나 찢어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때문에 최근에 나오는 한지 제품들은 대부분 이러한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한 형태를 하고 있다. 한지공예가 대중들의 품으로 더욱 깊이 들어오게 된 것 역시 이러한 변화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특히 한지공예는 생활소품이나 가구 등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어 많은 경우 주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 다옴한지공방을 방문하면 공방의 원장인 임 작가와 그녀의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이 공방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데, 쟁반이나 휴지곽, 시계 등 작은 것에서부터 서랍장이나 반짇고리까지 집에 들이는 가구의 형태까지 한지공예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상당히 특이한 것은, 일반적으로 ‘한지공예’라는 것에서는 은은한 파스텔 톤의 색감과 종이의 질감을 살려낸 특유의 형태를 떠올리는 것과 달리 임 작가가 가장 자신 있게 선보이는 작품들 중 일부는 깊고 짙은 검은색으로 마치 자개가구같은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을 품고 있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런 색감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기법이 탈색이기 때문이다.
임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은 수국 문양을 올린 반상이다. 검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져 전통적인 분위기를 내면서도 일반 가정집에까지 어울릴 수 있는 빈티지한 소품인 반상은 문인화의 소재가 되는 수국과 전통문양이 어우러진 역작으로, 도안에서부터 탈색까지 작품 제작의 전 과정을 그녀가 직접 고안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다양한 곳에서 한지 수업 진행해
평창동계올림픽 세계미술축전에서 우수작가상 수상
임 작가는 다옴한지공방 외에도 지역 내 주민자치센터, 여성협의회, 보건소, 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한지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계층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한지의 매력을 전파하고 가장 초보 단계에서부터 더욱 섬세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난이도에 맞춰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 한지의 매력을 전하며 항상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한다. 처음 접할 때는 모든 것이 어렵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임 작가는 제7회 한국구상대전에서 입체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2017년 36회 대한민국미술협회 공예부문과 21회 통일문화제 입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을 영광을 안았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성공기원 세계미술축전에 출품하여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가운데 우수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그 역량을 널리 펼쳐나가고 있다.
그녀는 끝으로 지역 내 미술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현재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임 작가는 “한지는 못 만드는 것이 없고, 어디에나 접목할 수 있는 소재다. 수업 과정에서 나온 작품들을 모아 전시를 해보려고 해도 마땅한 공간이 없다. 전업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예술 관련 인프라에 투자를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나오기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역을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한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지금의 행보를 이어가고 싶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