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뉴시스]

[전북/전남/광주=파워코리아데일리] 강수지 기자 = '권한'은 최대한 드리겠습니다. 소신껏 일하시되, '책임'을 함께 져야 할 것입니다."

19일 오전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 민선 7기 출범 후 처음으로 이용섭 시장과 산하 공공기관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공식 회의로는 민선 7기 들어 처음이다.

광주도시공사와 도시철도공사, 환경공단,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4개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등 20곳, 20명의 대표자가 인사권자인 시장과 마주 앉았다.

취임 전부터 공공기관장 일괄 사표 요구 여부 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컸던 터라 이날 회의에서는 어떤 말이, 어느 수위로 나올 지, 특정 기관을 지목한 발언이 나올 지 등이 관심사였다.

묘한(?) 긴장감도 감돌았다. 회의 시작과 동시에 이 시장이 "날도 덥고 하니, 모두들 옷(자켓)부터 벗고 합시다"라고 건의했으나 시 본청 간부들만 따라할 뿐 건너편 공공기관장들은 "(옷을 벗는다는 뉘앙스가) 민감하다"며 상당수가 자켓을 걸친 채 회의에 임했다.

시장의 발언은 그러나 원론적이고 대체적으로 평이했다. 첫 회의인 데다 '올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기는 보장한다'고 취임 후 밝힌 바 있어 뒤집기도 쉽지 않은 자리였다.

"제가 꿈꾸는 광주는 정신적으로는 정의롭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도시"라며 평소의 시정철학과 혁신·소통·청렴이라는 3대 시정가치도 거듭 강조했다.

"빈 자리는 전문성, 리더십, 방향성을 바탕으로 조속히 임명절차를 진행하겠고, 올 하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은 몇개월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잔여 임기를 보장하되, 내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은 중앙 정부, 감사위원회, 관련 부서 경영성과와 평가 등을 종합판단해 임기 보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원칙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행간에는 '뼈 있는 메시지'가 담겼다.

우선 "임기직은 임기를 보장하는게 바람직하겠지만 시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선출된 임면권자는 시민권익과 지역발전에 적합하지 못한 기관장은 바꿀 권한을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선별적 물갈이'의 불가피성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특히 "공공기관장에게는 권한과 책임을 드리겠다. 기관장은 일상적 업무는 시장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다.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받았으면 소신껏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다음 "대신 책임도 함께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주발전과 시민행복을 위해 업무를 적극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수나 부작용은 포용하겠지만, 부조리나 부패, 정치적 중립행위를 현저하게 위반한 사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권한과 책임에 대등하게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곱씹어보면 권한 보장보다는 책임론을 강조한, 어찌보면 공공기관장들 입장에선 무서운 발언"이라는 입장이다.

"내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들의 경우, 이 시장의 '높은 기준치'를 어떻게 넘어서느냐, 조직 안팎으로 비리와 잡음을 얼마만큼 줄이느냐에 생존권이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