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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인물을 무궁화와 함께 화폭에 담다독자적 형식으로 시대를 초월한 미적 성취 이뤄내
이승호 기자  |  tau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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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6  1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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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작가 김지영 화가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정신과 절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꽃으로서 그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36년 일제 식민 통치 동안에는 전국에 걸쳐 무궁화를 심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윤치호 선생이나 안창호 선생 등은 신문 사설이나 연설 등을 통해 우리 민족과 무궁화의 연관성을 계속 부르짖어왔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닌 무궁화이지만 이를 실생활에서 직접 마주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술계에서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전통의 맥을 잇는 작가들에게서도 또 현대미술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에게도 무궁화는 그리 친숙한 소재였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무궁화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지영 화가는 지난 6월 12일부터 8월 5일까지 약 2개월 동안 부산 부전동에 위치한 정준호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개최하여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시 한 번 알리는 한편, 무궁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여 이를 관객들과 나누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했다.

역사적 인물 담은 그림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관객과 소통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김구 선생 등 역사적 인물 그려내

부산 정준호갤러리에서 개최된 김지영 화가의 이번 14번째 무궁화특별 초대개인전에는 무궁화를 통해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민족적 의식을 그려내며 역사의 흐름을 잇고자 하는 작가의 굳센 의지가 담겨 있었다. 전시장 입구부터 50호에서 100호 규모의 대작들이 거센 감정을 품고 관객들을 압도한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그녀의 작품은 붉은빛, 노란빛, 분홍빛 등으로 화려하게 피어 있는 커다란 무궁화의 봉우리들 사이로 우리 민족의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일본의 침략에서 우리나라를 지킨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 우리의 글자인 한글을 창제하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성군 세종대왕, 일제 치하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한 투쟁을 이어갔던 유관순, 안중근, 안창호 열사,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김구 선생 등 역사적 인물들과 함께 우리 현대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성악가 조수미, 대중가수 싸이, 지휘자 정명훈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첼리스트 정명화 등 다양한 인물들이 그녀의 그림 안에서 생명을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듯 김홍도나 신윤복, 또는 작자 미상의 그림 속 인물이나 민화 속의 풍속도를 배경으로 삼아 무궁화의 모습을 덧씌워 보여주는 패러디 형식의 작품 역시 이번 전시에서 함께 선을 보였다. 화가는 “회화에 있어 패러디란 창조되어 알려진 것을 그것과 유사하지만 다른, 나만의 것으로 창조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저의 작업에서 복제의 의미는 단순한 패러디의 개념을 넘어서 시대를 초월한 공간과 환경의 시각화이며 시간을 거슬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와도 함께 공유한다는 지극히 작가적인 시각으로 표현된 것이다”라고 작가노트를 통해 강조했다.

옛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이어져 있음을 역설해
친숙한 이미지 사용해 관객과의 소통 이어가

무궁화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추상적 이미지를 구체적 표상인 인물과 연결시키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는 김 화가의 작법은 지금까지 국내에 발표되었던 그 어느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해 보아도 그 계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만의 독창성을 보유하고 있다.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옛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이어져 있음을 역설하고 있듯이, 화풍 자체는 낯설어 보이더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또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3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오며 350회 이상의 초대전 및 그룹전과 2013년 무궁화 5천호전을 시작으로 한해도 쉬지 않고 대작전을 개최한 데에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속에 담겨 있는 우리이야기(무궁화)를 직접 풀어내고자 하는 화가 자신의 집념이 담겨 있었다. 화가는 “역사 속 인물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걷고 부딪히며 생활하는 바로 이 땅 위에서 역사를 이루었고, 그들의 삶의 흔적이 곧 우리의 역사이며 그 아픔과 사랑, 고뇌는 시간을 초월해 현재의 우리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진한 연대감을 느끼게 함을 강조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하였는데, 이 역시 자신의 작품을 어렵게 느끼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고자 하며 그 안에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성격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담고 싶어
김지영 화가의 작품 안에서는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존여비’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유교 정신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세계 어느 곳을 둘러보더라도 과거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 하등하다고 여겨지기도 했고,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행위는 반사회적인 것으로 낙인찍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일찍이 ‘무궁화와 페미니즘 젠더 불평등의 회화적 의미’라는 주제의 석사논문을 발표하여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전달하기도 하기도 한 김 화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여성들이 이끌어갈 미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전해져 내려온 여성차별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비교적 일반적으로 여겨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성의 역할로 고정되어 있는 등 아직까지 평등의 문제에 있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몫은 산재하고 있다. 화가의 작품 안에서 무궁화와 여성의 모습이 병치되며 따스하게 전달되는 특유의 색채 감각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발전과 성찰에 대한 깊은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이번 전시에 이어 지금까지의 작업과 좀 더 다른 평면적 작업으로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땅의 미술인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가고자 한다고 말했으며, 여성 화가로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묵묵히 일궈온 그녀의 족적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여성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만개해갈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응원하며 이와 함께 변화해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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