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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붓놀림에 ‘숨쉬는 강산’전통회화 정신과 필법 계승, 자신만의 회화세계 구축
홍기인 기자  |  foru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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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8  14: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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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정 권순재 한국화가

수묵화(水墨畫)는 채색을 쓰지 않고, 수묵으로 짙고 옅은 효과를 내어 그린 그림을 가리킨다. 먹그림이라고도 하고 간단히 묵화(墨畫)라고도 한다. 서예와 같이 검은 빛깔의 물감만을 이용하며 다양한 농도로 나타낼 수 있다. 서양미술에서는 이와 비슷한 기법으로 종이에 나타낸 작품을 일반적으로 소묘로 분류하고 있다. 수묵화는 중국 당나라시기에 처음 개발되었으며 대표적으로 왕유는 기존의 수묵화에 색을 입힌 화가로 알려져 있다. 이 예술은 송나라시기에 더 세련된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중국이 먹물을 발견한 직후에는 한국에도 전래되었다.

정교한 묵오채(墨五彩) 붓놀림에 ‘숨쉬는 강산’

고전 화론(畵論)에 묵오채(墨五彩)란 말이 있다. 묵화가 그저 시커먼 그림만은 아니라는 화론이다. 단순히 꺼먼 그림이 아니라 그려진 묵필형상 자체에서 현실 색상도 느끼게 자연성을 내포한다는 의미에서다. 한국화가 여정 권순재 작가의 그림이 그렇다. 여정의 작품은 착실한 실경 묘사와 대범한 구도가 돋보인다. 수묵필체는 부드럽고 생동감이 넘친다. 그의 가장 대표작으로 꼽히는 ‘울산바위’ 는 강원도 대명콘도에서 설악산 울산바위를 바라보면서 기를 받으며 작업한 것으로 정교한 붓놀림으로 산과 바위를 치밀하게 표현해 회화적 깊이를 극대화 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여정의 작품에 대해 미술평론가 이구열씨는 “형식적 전통화법을 탈피해 실경주의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수묵화 특유의 정신성을 담아냈다” 고 높은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모든 문화와 예술을 창조적으로 본받아 계승해야 새로운 시대적 가치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가치가 없는 형식적인 전통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미술에서의 현대적 특징은 무엇보다도 어떠한 전통주의 수법도 본래의 권위를 상실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어떠한 전통적 형식의 구속도 없게 된 창작시대가 된 것이다.” 고 지적하며, “본시 수업 과정에서 전통 화법을 전공한 화가가 현대적 회화 방법과 오로지 새로운 형식의 지향내지 추구를 우선적인 가치로 삼으면서 형식적 전통 화법은 외면 내지 배격을 나타냈다. 그런 반면, 본질적인 전통회화의 정신과 필법을 창조적 계승으로 소화하여 자신의 회화세계를 구축하려는 화가도 엄존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 화단의 실상이다. 그 병존 양상은 전통화단의 존재로서나 사회적 내지 국가적으로 다 같이 바람직한 발전이 요청되는 일이다”고 서평했다. 이런 점에서 여정은 한국 정통화의 맥을 이으며 오랜 기간 나름의 필법을 개발해 높은 역량을 발휘하는 작가로 알려진다.

전통회화 정신과 필법 계승 자신의 회화세계 구축

수묵화(水墨畫)는 역사적으로 동북아시아 회화예술의 전통적 본색이자 본류이다. 서양문화에서는 먹빛과 같은 성질의 검은색만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한 전통이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검은 먹물 그림인 묵화 또는 담채를 곁들이기도 하는 수묵화는 동양의 전통 정신문화 추구가 수천 년에 걸쳐 성립시키고 발전시킨 순수하고 고유한 동양 문화이자 동양회화의 전통적 본색인 것이다. 여기에 한국화를 거슬러 올라가면 진경산수眞景山水)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 화풍은 조선 숙종 시대부터 영조와 정조 시대에 유행했던 화원(畵員)화풍으로 우리 강산의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진경산수의 특징은 화원들이 산천을 직접 가보고 스케치하여 그리는 방식인데 눈앞에 전개되는 자연을 자기 마음에 드는 대로 재단하여 화면에 옮기는 것이다. 동양화는 성김과 빽빽함, 모임과 흩어짐, 가벼움과 무거움, 마름과 젖음, 강함과 부드러움, 큼과 작음이 두루 연을 맺는다.
정리하자면, 여정은 진경산수眞景山水)풍에 수묵(水墨)과 묵오채(墨五彩)를 즐겨하는 화가이다. 그는 현재까지 산과 폭포를 위주로 그리고 있다.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는 그는 자연 속에서 마주한 산의 절경을 수묵 또는 채색으로 표현하고 자신이 직접 접한 산의 경관 중 바위나 폭포가 빼어난 절경이 있으면 스케치를 하거나 사진으로 촬영한 후 재구성하여 화폭에 옮긴다. 여정은 오래전 북한산을 등산하면서 ‘이 좋은 산을 잘 표현 해야겠다’ 고 마음먹은 뒤부터 전국의 주요 산을 두루 다니며 아름다운 장면들을 화폭에 담아갔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모아 공평아트센터에서 수묵개인전 열었다. 당시에 장엄하고 수려한 암벽의 험준한 산세와 폭포를 역동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선 보였는데 서울의 북한산, 도봉산부터 설악산, 지리산, 월출산, 제주와 외금강의 절경들까지 웬만한 명산은 거의 망라가 되었다. 수묵화를 그린 지 20년 만에 처음 갖는 개인전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개인전만 일곱 차례나 더 가졌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시의 편리함에 모여들어 살고 있지만 오랜 도시 생활은 삶을 지치게 하고 자연을 동경하게 되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 떠나곤 합니다. 저 또한 복잡한 도심에서 새로운 안식처를 찾다 산에 오르게 되었고, 그러다 자연히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곳에서 쉬고 생각하며 가졌던 느낌을 토대로 그림을 그립니다. 제 그림을 보는 분들이 그 순간만이라도 힘듦과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편하고 기분 좋게 쉬는 느낌을 가졌으면 합니다.”

현대인이 편하게 쉬는 느낌 주는 작품이길 바래.

여정은 조금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다. 그는 젊은 시절 결혼과 함께 오롯이 남편과 아이들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다시 붓을 잡은 건 아들이 초등학교 때 서예학원에 다닐 무렵, 그 곳에서 사군자를 그리는 것을 보고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붓을 잡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접어야 했던 꿈을 다시 이루고 싶다는 소망이 강하게 생겨난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뒤에 한국일보문화센터에 등록해 붓을 잡았다. 십년 동안 열심히 해 학장에게 사사를 받았다. 동양화의 여러 기법 중에서도 특히 산수화에 마음이 가서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홍익대 교육원에도 입학하였다. 같이 배우는 사람 중에는 전공자를 비롯해 수년간 그림을 했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처음에는 좋은 그림을 베껴가며 무수히 연습했고, 그 결과 점점 늘어나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이렇게 화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기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삶, 내가 걸어온 길을 반추해 보면 섬세함 보다는 굵은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내 그림에는 굵은 선과 여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에게 진정한 휴식은 그림을 그릴 때 찾아온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그 어떤 잡념 없이 온전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근심을 걷어낸다. 그림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을 휴식을 권하려 한다. 그림을 통한 휴식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나의 그림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여정은 작가로서 삶과 예술철학에 대해 이렇게 피력했다. 그는 “항상 자연을 접하고 자연에서 여유와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 내가 한국화를 하는 이유이다” 면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같은 길을 가는 작가들과 교류하는 것이 행복하고, 좀 더 나은 작품을 위해 늘 배우는 자세로 노력할 것이다” 고 끝없는 열정을 내비쳤다. 여정은 다가오는 11월에 열리는 목우회 전시 작품을 마무리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하면서 다음 개인전을 또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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