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llydeli 켈리 최(Kelly Choi) 회장

유럽 10개국에서 매장이 며칠에 한 개씩 만들어지고 창업 8년 만에 연매출 5천억 원이라는 고속 성장을 이룬 글로벌 기업인 Kellydeli. 현재는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성공을 이룬 여성 사업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사업의 실패로 10억 원의 빚더미에 앉아 후배와 만난 자리에서 ‘저 커피 값은 누가 내는 거지’를 고민했을 정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도 한 Kelly Choi Entrepreneur(이하 켈리 최 회장). 마흔이 넘는 나이에 무일푼으로 인생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2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설립한 Kellydeli. 이에 회사를 설립한지 8년 만에 유럽 10개국, 8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켈리 최 회장을 만나 보았다.

한 톨의 불씨만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열일곱의 나이에 홀로 상경해 아침 일찍 일어나 와이셔츠 공장에서 오후 5시까지 미싱을 돌리고 퇴근 후에는 기숙사로 달려가 씻고 저녁을 먹은 후 버스를 타고 야간고등학교에 갔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3층 침대 안에서 잠을 잤는데 그래도 행복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장을 다닐 때 나름 행복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버스 타고 같이 학교에 가던 친구가 밥 대신 먹은 빵이 목에 걸려 죽은 거예요. 그 친구 장례식을 치르면서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와이셔츠 공장에서 일하다 만난 외국인 디자이너를 보고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며 1988년 일본으로 유학을 간 켈리 최 회장은 일본 유학시절 일본 디자인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그는 무작정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향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의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고 P회사의 디자이너로 일을 하던 당시 때마침 프랑스에서 한국 대기업을 상대로 광고회사를 하던 친구가 그에게 동업을 제안했고 3개 국어를 할 줄 알았던 최 회장 역시 자신이 있었지만 회사를 운영한 지 결국 10여년 만에 실패로 끝났고 그에게 남은 건 빚 10억 원뿐이었다.
“10여 년 동안 운영하던 광고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가 ‘모든 것을 다 안다’라고 착각했던 자만심과 당장 눈앞에 있는 업무에만 매달렸던 안이했던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은 후 오랜만에 찾아온 후배를 두고 ‘저 커피 값은 누가 내지’하며 눈치 볼 정도 수치심이 들자 나도 모르게 센 강에 가서 죽을 생각을 했죠. 그러다 어머니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자랑스런 우리 셋째 딸’이라며 제가 어릴 때나 사업에 실패했을 때나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를 바라봐 주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희망이라는 끈을 부여잡게 되었습니다.”

기적은 행동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그렇게 첫 번째 사업에 실패한 켈리 최 회장은 2년간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도약의 2년을 보냈다. 그 2년 동안 유통․사업에 관한 관련서적을 100권 이상 읽으면서 누구보다 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한 그는 경기를 타지 않는 섹스업, 장례업, 요식업 중 요식업을 생각했고 일본 유학시절 즉석에서 먹을 수 있었던 초밥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유럽의 초밥은 신선하지도 맛도 별로 없었기에 동양인이 초밥 만드는 걸 직접 볼 수 있는 쇼비즈니스와 접목시켰다. “아이템을 정한 후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슈퍼에서 2년 동안 일을 하며 살다시피 했습니다. 처음에는 슈퍼에 납품하는 삼각김밥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10억 원짜리 무균 공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본 유학시절 자주 먹었던 스시를 즉석에서 만드는 도시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켈리 최 회장은 사업을 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만나본 적 없는 전문가들에게 끈질기게 만남을 요청해 비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진심을 담은 메일을 보내고 수시로 찾아갔다. 그런 그의 남다른 노력 끝에 프랑스 대통령이 국가 중요 행사마다 찾는다는 초밥 장인인 야마모토 씨에게는 초밥 만드는 법을, 김밥 도시락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에는 경영방식을, 맥도날드 유럽 CEO 드니 하네킨(Denis Hannequin)에게는 글로벌 시스템을 배우게 되었다. “‘유명한 사람은 내게 관심이 없을 거야’라는 생각을 버리세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멘토로 삼고자 하는 사람에게 편지가 됐든 메일이 됐든 본인의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세요. 진정성이 통하면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답을 해줍니다.”
그는 2010년 8월 프랑스 리옹 까르푸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오픈 키친에서 요리사가 즉석에서 초밥 도시락을 만들었다. 요리사는 손이 크고 투박한 서구인 대신 젓가락을 써 손 근육이 섬세한 동양인만 채용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 1등 마트인 까르푸에 사업 제안을 할 때는 천운도 따랐다고 한다. 켈리 최 회장이 단 3장의 사업계획서를 까르푸에 보냈는데 마침 까르푸 회장이 직접 그 계획서를 읽고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매대를 설치할 운영비용조차 없었다. “까르푸에서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당시 자본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파리시(市)의 창업지원 사업에 뽑혀 자본금 3만 유로(약 3900만원)를 지원받게 되었죠. 까르푸와는 정식 계약 전에 2년 간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는데 제가 즉석에서 초밥을 만드는 방식의 ‘쇼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켈리 최 회장이 운영하는 스시데일리는 기존의 ‘마트 도시락은 형편없다’라는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당시 그는 까르푸에 사업을 제안할 때 월매출 3만 유로를 약속했다. 이는 개인 매장이 아닌 마트 안에 있는 작은 매장에서는 불가능한 매출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존의 생선과 밥뿐인 기존 도시락과 달리 채소를 듬뿍 넣어 ‘건강한 음식’임을 어필했고 스시데일리 도시락은 고객의 이목을 끌면서 첫 달에 약속했던 3만 유로에서 두 배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함께 나아가는 Kellydeli
캘리델리는 현재까지 55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금까지 판 도시락만 1억 5000만 개가 넘으며 시장 점유율은 50%로 업계 1위다. 지금도 하루에 한 개 꼴로 매장이 생긴다. 경쟁업체는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초기 맥도날드보다도 빠른 성장세다. 이렇게 켈리델리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켈리델리의 Totally Together(전적으로 함께), Constantly Curious(끊임없는 호기심을), Expertly Excellent(전문적인 완벽함을), Humbly Honest(겸허하면서 정직하게), Positively Passionate(완전히 열정적으로)의 다섯 가지 가치로 이루어진 기업문화 때문이다. “켈리델리의 다섯 가지 기업문화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창업 초기부터 내가 줄곧 ‘우리 회사는 이래야 한다’, ‘모두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들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문화로 정착되어 직원들 사이에서 지켜지고 있으며 켈리델리의 기업문화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켈리델리의 직원들은 직원이 곧 오너라는 마인드로 맡은 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켈리델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그는 13개월 동안 요트 하나에 의지한 채 남편, 딸과 함께 17개국을 돌아다니며 세계 일주를 했다. “2014년부터 세계여행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요트를 제작하고 휴가 때마다 요트 타는 연습을 했죠. 뿐만 아니라 요트를 운전하는 법과 위기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심지어 유서를 쓰고 요트를 탔습니다. 대서양을 건널 때는 2주 동안 아무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가령 맹장이 터지면 GPS 무전기로 구급대원, 병원 측에 연락해서 직접 수술을 해야 하죠. 갑자기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은 아닙니다.” CEO가 1년씩이나 자리를 비우고 여행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를 보고 ‘미쳤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장이 없어도 타격이 없는 켈리델리의 시스템을 증명하기 위함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가족과 함께 세계 여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는 켈리델리의 다섯 가지의 기업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켈리델리는 현재 프랑스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교재로 쓰일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최 회장의 꿈은 고속 성장 중인 켈리델리를 100년 기업으로 만드는 일이다. 도시락 사업에서 시작했지만 '아시안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래가는 기업은 고객과 직원, 파트너사가 모두 행복한 회사입니다.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할 겁니다.” 특히 켈리 최 회장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실패해보지 않는 게 실패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이 어디에 있건, 어떤 학교를 나왔건, 어떤 일을 하고 있건 누구나 꿈을 꿀 권리가 있고 기적과 만날 자격이 있습니다. ‘나는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오늘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보세요. 그러면 반드시 당신에게도 기적은 일어날 것입니다. 기적은 행동하는 자에게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유럽 어딜 가나 메인 스트리트에 한국 식당이 있고, 슈퍼에는 고추장 소스가 타바스코 소스처럼 진열돼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전하는 켈리 최 회장의 바람처럼 켈리델리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