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9월호에서 분당중앙교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임채관 장로) 비대위원 좌담을 가진 바 있습니다. 좌담에서는 국토교통부의 분당 서현동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이유와 교회 측 입장 등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대담시리즈로 “도시계획분야 전문가초청 지상좌담”을 마련하였습니다. 대담은 한국문화경관연구소 소장 최호운 박사(도시계획분야)와 분당중앙교회 교인(시무장로)이면서 도시개발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석원 건축사(TH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나서 “분당 서현지구 LH공영개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보았습니다. <편집자주>

협의 절차 없는 ‘강제토지수용’ 개발방법은 이제 변화돼야
의견수렴 필요함에도 일방적 지정과 강행에 큰 문제 내포
△백종원 대표(파워코리아 발행인 겸 편집국장)=먼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LH공사의 분당 서현지구 일원에 대한 공공주택지구 지정 움직임에 대하여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면 어떤 평가를 내리시겠습니까?
△현석원 대표(건축사/TH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분당 서현동 110번지 일원에 대한 국토부의 공공주택지구 지정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사전에 주민들에게 홍보나 설명회 등도 없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겠다는 것으로 7월 초 급작스럽게 발표하였고, 주민의견을 청취한다지만 이는 행정적 편의만 도모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행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토지소유자나 지역주민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어 쉽게 설득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화 시대에 군사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협의절차 없는 강제토지수용이라는 개발방법은 이제 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백 대표=지난 7월 초 공공주택지구 예정지로 지정된 곳은 총 13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필요한 사항인지 궁금하며, 이번에 지정된 곳 중 지방을 제외하고 수도권에만 5개 지역이 예정지로 선정되었고, 대부분 그린벨트, 즉 개발제한구역이라고 하는데, 서현동이 타 예정 지역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최호운 박사(도시계획분야/한국경관문화연구소장)=주택지구지정은 정부 정책에 있어 필요한 사항 중 하나입니다. 다만, 개발방식이 수용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의 여부와 환지방식으로 진행하여 토지주가 참여하도록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라 좀 더 깊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지난 7월 공공주택 예정지로 발표한 곳 중 수도권 “신혼희망타운” 예정지로 발표한 화성어천, 인천가정2, 김포고촌2, 시흥거모 등은 개발제한구역입니다. 개발제한구역에 선정한 것은 대부분 기성시가지와 인접한 곳으로 개발 가용지가 풍부하며 토지지가도 낮은 편으로 대상지로 선정되었다고 봅니다. 공공개발 추진 시에는 각종 비용과 민원이 수반되는데 환경 부분을 제외하면 낮은 토지 지가와 민원 문제가 다소 적은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입니다. 이와는 달리, 분당 서현동은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분당의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시가화예정지인 개발지역으로 상대적으로 토지지가도 높고 민원도 많은 지역일 것입니다.
△백 대표=토지수용은 토지감정평가를 한 후 그 금액을 토대로 토지수용위원회에서 토지보상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토지보상가격은 적절하게 이루어진다고 보시는지요?
△최 박사=토지가격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는 일정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집니다. 주변의 거래내역과 시세, 공시지가 등을 기준으로 하여 평가하게 됩니다. 그 동안 공시지가는 많이 현실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도 다수 존재합니다. 서현동의 경우도, 주변시세 대비 낮은 공시지가가 형성되어 있고, 조건이 비슷한 토지 간에도 공시지가가 상이한 경우도 있으며, 도로변보다 도로에서 먼 곳의 공시지가가 높은 경우도 있는 등 토지의 가격을 평가하는 데 있어 많은 변수가 예상됩니다.
△현 대표=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동안 국가 공공사업의 경우나 성남시 공영개발 사업의 보상 사례를 볼 때 현 실거래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보상가격이 책정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현 실거래보다 낮은 보상가가 책정될 경우 토지주 입장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민원은 더욱더 거세질 것으로 보여 강제적인 토지수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백 대표=그렇다면, 토지수용시 낮은 토지가 보상으로 인해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공주택공급계획이 비판받고 있는 것인가요? 최근 서울, 광명, 남양주 등에서 “절차무시”, “로또분양혜택” 등 잡음이 일어나고 있고, 일부 국민들과 언론에서는 정부 정책의 난맥상과 잘못된 부분에 대하여 비난하고 있는 실정인데,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입니까?
△현 대표=토지보상가만이 비판의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토지주와 지역 주민들 간의 이해 차이는 있을 겁니다. 토지주는 적절한 보상이, 지역 주민들은 개발에 의한 과밀화와 집값 하락 등이 주요 요인일 수 있겠지요. 그 외에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여러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한 가지 예로, 신혼부부와 청년들에게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주변 분양가 대비 저렴하다는 것이지 싼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은 아니기에 일부 고소득 부부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쉽고, 저렴하게 분양 받은 신혼부부들은 향후 엄청난 시세차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혼부부 중 정작 집을 살 능력이 부족한 신혼부부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더욱이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특정 세대, 특정 계층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공공주택지구 예정지에 대해 의견수렴 등의 과정 없이 일방적인 지정 및 강행이 큰 문제입니다. 이제는 변화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 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민과 지역 주민과의 소통으로 사업이 이루어집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민주화시대에 맞게 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폐, 적폐 말들 하지만 정부에 유리한 것들은 그대로 두고 적폐청산을 한다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강압적인 개발방식은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백 대표=지적해 주신 토지 강제수용의 문제점이 있다고 했지만 정부차원에서 부득이하게 토지수용이 필요한 사업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 박사=네, 그렇습니다. 토지수용이 꼭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토지수용은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도로를 신설하거나, 교량 등을 건설할 때 토지수용은 불가피한 사항이라 여겨집니다. 국가에서 기반시설을 위한 토지수용은 어쩔 수 없겠죠. 도로와 항만 등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여야 하는 강제성이 있는 공공사업과 민간영역에서 토지주가 함께 참여 가능한 주택사업 등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 대표=저 역시 민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국가가 강제적으로 진행할 때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가피하게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토지보상은 가능한 토지주와의 협의가 이루어 질수 있는 합리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당지역내 국공유지나 유휴부지 등 활용방안 적극 검토를
서현동 아파트입주자․ 교회․ 토지주 연합으로 탄원서 준비
△백 대표=행정적으로 공공주택지구를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러 곳에서 문제가 계속 돌출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정책방향과 관련하여 과연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정책인지, 대상지에 국공유지가 다수 포함되어 사유재산뿐 아니라 국가도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하는지 등 정부의 고민이 있었는지에 대해 한번쯤 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현 대표=서현동의 경우 이미 토지주들이 도시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였고, 토지주 및 지역주민 들을 위해 주변 분양시세의 60~70% 정도로 지역주택조합 분양을 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국토부에서 발표한 1,500세대 정도의 신혼행복타운은 공영개발방식이 아닌 토지주에 의한 개발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관리기구로서 도시계획시 일정부분에 대한공공성 확보를 요구하여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와 토지주 등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공영이 아닌 민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민영에 이양함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렇듯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국토부에서 많은 고민과 주민의견 수렴,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선을 그어놓고 개발할 테니 의견을 제시하라는 것은 민주화 시대와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최 박사=그렇습니다. 일방적인 사유재산 수용으로 비춰진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겠지요. 국토부에서 금번 예정지는 너무 급조하여 지역을 선정하다보니 공공의 이익만을 생각했지 지역 주민과 토지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예정 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백 대표=지난 7월 초 LH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분당 서현동 일대의 개발지는 일부 도로, 구거 등 국공유지를 제외하곤 거의 전체가 사유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소유 땅을 국가가 나서 의견수렴절차도 없이 임의로 수용하여 공공주택을 지어도 된다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은 맞습니다.
△최 박사=정부의 주택안정화 실현을 위해 사유 토지를 강제 수용할 경우 여러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분당 등 다른 지역의 국‧공유지나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검토 해 볼 수 있겠지요.
△현 대표=그렇지 않아도 “서현지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토부 등에 보내는 탄원서를 준비 중인데 요점은 이번 서현지구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철회하고 백현동이나 오리역 인근의 국공유지, 유휴부지로 공공주택지구를 대체해 달라는 것입니다. 여러 경로로 확인한 바, “정부 혹은 지자체에서 국공유지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 놓았으니, 신혼행복타운이 정부정책이라 하더라도 국공유지 개발에 포함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가스공사, 식품연구원 부지는 민간에 매각하여 공동주택으로 건축하고 있는 시점에 사유지 100%인 서현동을 강제 수용하여 공공주택지구로 만든다면 어느 누가 이해를 하겠습니까? 성남 분당에는 국공유지 등을 활용하여 신혼행복타운을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히려 서현동보다 국공유지, 유휴지가 지역적으로 직주근접 즉, 직장과 주거가 더 가까이 접하는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고, 더 많은 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데 검토조차 안한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아닐까요?
△백 대표=결국, 국유지나 유휴지로 대체하는 게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현 대표=네, 그렇습니다. 분당지역 국공유지 중 몇 가지 예를 들면, 첫째로 분당과 판교 사이에 잡월드가 소재하는 백현동에는 MICE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이는 서울 삼성동의 COEX와 같은 시설을 만드는 것으로 이곳에 공공주택 1,500세대를 추가하는 것은 충분하고도 남는 면적입니다. 둘째로, 정자동 탄천인근에는 주택전시관 부지가 있습니다. 성남시에서는 청년창업 등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곳의 저층은 계획 중인 청년창업시설을, 고층에는 청년들을 위한 아파트를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셋째로, 오리역 탄천변에 LH공사 경기본부 부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상업지역으로 현재 사용하는 사무실 면적만큼의 업무공간은 그대로 두고 상부에 1,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건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오리역 남단 탄천인접지에 성남법원검찰청 부지도 성남법원검찰청이 이전을 하지 않기로 했기에 현재 나대지로 있습니다. 이곳도 1,500세대 이상 아파트 건축이 충분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이러한 국공유지들을 활용한다면 1,500세대가 아닌 6,000세대 이상도 공공주택건축이 가능합니다. 또한, 입지여건은 국공유지 검토부지 모두 탄천과 지하철 분당선 및 강남역과 연결되는 신분당선을 바로 옆에 두고 있어 서현동에 비해 절대적으로 좋습니다.

‘서현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 같은 합리적 정책결단 기대
△백 대표=현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주택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공공주택지구 지정 등과 같이 공영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과연 정부가 밀어붙이는 공영개발에도 장점은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공영개발은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최 박사=공영개발방식을 무조건 잘못된 정책이라고 몰아 부칠 수만은 없습니다. 지역여건상 기반시설이 미비한 지역은 정부가 나서서 개발을 주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지역은 민간이 나서서 개발을 하기에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때 정부 역할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이러한 지역을 비용이 수반되기는 하나 기반시설도 설치하고 주택지구도 개발하여 공급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개발여건이 성숙된 지역은 가능한 토지주들이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백 대표=어찌되었든 수도권 신혼행복타운 대상지 가운데 분당 서현동 지역이 가장 핫한 지역이 될 게 분명합니다. 분당중앙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반대가 분명하고 인근 아파트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텐데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리고 모쪼록 분당 서현동 LH공영개발문제가 교회나 주민들의 희망대로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현 대표=정부와 LH공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지구지정제안을 처리하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서현동 지역은 분당 내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으로, 토지가가 분당 내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곳입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신혼타운주택 공급이 아니라 일부 돈 있는 계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개발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교회는 물론이거니와 지역주민들 역시 국토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할 뿐입니다. 지난 지구지정 제안시 교회에서만 2,555명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그 이후 지구지정철회를 위한 다각적인 활동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현지구 지정 철회 같은 정부의 합리적인 정책결단이 없다면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서현동 시범단지 우성아파트를 비롯한 지역주민들 역시 플래카드를 붙이고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고, 서현지구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연합하여 반대의사를 표출하자는 데 힘이 합쳐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부가 계속 강행을 한다면 문제가 있으리라 보입니다.
△최 박사=저는 개인적으로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좀 더 유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많은 대안을 가지고 지역주민, 토지주들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