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포동과 영도 남항, 1990

바다는 삶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담고 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바다 위를 유유히 떠가는 배의 풍경, 그리고 그 곁을 감싸고 있는 짙푸른 산의 모습은 일견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미묘한 차이를 통해 매일매일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껏 일평생 부산항의 모습을 그리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최봉준 화백은 바다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진리를 추구하며, ‘부산항’ 하면 바로 떠오르는 원로 작가로서 그 명성을 널리 알려왔다.

‘부산항’ 원로작가 최봉준, 항구의 생명감과 역동성 포착해
'부산항' 화백 최봉준은 한 가지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그림 안에서는 대한민국 제일의 항구로 손꼽히는 부산항의 모습이 힘 있고 두터운 붓터치를 통해 생명감을 얻는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바다의 색깔, 무수한 선박이 시시때때로 오고가며 끊임없는 역동성을 더하는 그 항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최봉준 화백의 부산에 대해 가진 애정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독특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내게 된 데에는 특이할 만한 이유가 있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를 경주에서만 보낸 그는 학교에서도 미술에 대한 재능을 촉망받는 학생이었다. 이후 서라벌예술대학 서양화과에 진학하여 졸업하고, 부산에서 새로운 인생행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해동중‧고등학교의 미술교사로 부임하면서부터 그에게 있어 부산은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부산 생활을 시작한 것은 70년대 초이지만 그 전에도 부산을 방문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용두산 공원에 올라 바라본 부산항은 너무나 인상 깊었고, 멀리 보이는 오륙도와 여기저기 떠있는 작은 배들의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교사로서의 생활을 시작하며 부산에 오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운명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후 부산항을 머릿속에 담아 처음 그린 작품을 경주 서라벌 미술협회에 출품했을 때 일약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으며, 그는 1998년 명예퇴직 후 한층 더 박차를 가해 부산항이라는 한 가지 소재를 꾸준히 탐구하며 마르지 않는 창작열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감동과 감정을 기억하여 스케치하는 그만의 풍경화 작법은 지금까지 그 어느 작가와 비교해보아도 독창적인 매력을 담고 있다.

일본,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최봉준 화백
미술평론가 강선학 씨는 ‘부산항이라는 반복되는 풍경 속에서 건물과 배와 바다와 그것들이 어울려 내는 화음에 주목하는 것을 단순히 익숙한 풍경의 상투적 반응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럽다. 풍경의 양의적 몸을 바라보는 것은 객관적인 풍경의 묘사가 아니라 풍경 속에서 자신이 반응하는, 때로는 자신이 아니라 시간과 공기의 흐름에 반응하는 풍경들에서 보아내는 것들의 다양성과 차이들이다’라고 최봉준 화백의 작품세계를 언급하였다.
이처럼 일상적인 풍경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고 끊임없이 이를 반복하여 화폭으로 옮기는 그의 작품에서는 놀랍게도 힘 있는 붓터치의 작품임에도 온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생략과 단수화, 변형에 의한 색면의 표현으로 추상화의 분위기를 담고 있기도 하면서 동시에 구상 풍경화로서의 매력 역시 품고 있는 것이 그가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오며 지켜낼 수 있었던 자신만의 가치였다.
그는 지난 1963년 경주문화원에서 개최한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4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1988년 5대 광역시 중진작가 초대전, 1990년 동‧서양화 명가작품 특선전, 1992년 일본 교토 아세아태평양우호협의회 초대전, 2000년 제2회 부산‧광주미술교류전, 2010년 신미술 캐나다 토론토 미술관 초대전 등 국내‧외를 망라하는 각종 전시회의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그 명성을 더욱 널리 알리고 있다.

11월 부산과 서울 등에서 전시회 개최 예정
“죽는 날까지 작품과 함께할 것”
이와 함께 그는 부산 지역에 일찍이 터를 잡고 1973년 신우회, 1980년 창작미술가회, 1995년 형맥회 등의 창립 멤버로 활약하여 지역의 미술세계를 더욱 넓혀가는 데 일조하였다. 또한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원로 서양화가로 구성된 모임인 ‘9인회’의 창립멤버인 최봉준 화백은 국내 미술계의 어르신으로서 본을 보이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1월 부산에서의 9인회 전시와 서울 신미술전, 국전작가회 회원전 등의 출품을 위해 지금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부산타워갤러리에서 4호 미만의 소품을 위주로 한 개인 초대전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한결같다. 몸이 허락하는 한 작품 활동을 계속 하며 죽는 순간까지 붓을 잡는 것이 소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몇 차례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기거나 폐암으로 고생하였을 때도 그의 마음속에는 그림을 계속 하고자 하는 열정이 흘러넘치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 커다란 열정과 에너지를 통해 더욱 새로워질 그의 작품 세계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