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원 연출가

서울문화재단의 ‘2018 자치구 지역문화 네트워크‧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선정된 지역문화연극 ‘의적 홍제전’이 지난 11월 24일 오후 홍제동 유진상가 2층 무중력지대에서 펼쳐졌다.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기획된 무료공연 ‘의적 홍제전’은 홍제동의 이름인 ‘홍제’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잊어버린 홍제동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를 담은 작품이었다.

관객 참여형 2인극 ‘의적 홍제전’, 뛰어난 작품성으로 호평 받아
관객 참여형 연극인 ‘의적 홍제전’은 홍제동의 숨겨진 유적지와 그에 얽힌 일화를 통해 홍제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홍제’라는 공간 속에 쌓아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홍제동 주민들의 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했다.
이 공연이 특이했던 점은 사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흔하게 접하기 힘든 기타를 도입하여 작품에 색다른 빛깔을 덧칠해냈다는 것이다. 보통 사극이라고 하면 피리나 북, 판소리 등 국악 장르와의 접목을 생각하기 쉬운데, 서양 악기의 대표 격인 기타를 가지고서도 사극이라는 장르에 걸맞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감탄했다.
또 이번 연극은 주연 배우 두 명이 멀티(다역)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방식을 접목했다. ‘홍노인’ 외 다수의 역을 맡은 황종혁 배우와 ‘아이 홍제’ 외 다수의 역을 맡은 김현우 배우는 눈앞에서 순간순간 인물이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했으며, 관객은 공연장 안에서 역사의 참여자가 되어 홍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정소원 연출가는 “병자호란 시절 홍은동, 홍제천에서 일어난 역사적 비극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지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장르의 한계 부숴나가는 독창적 연출가
“한국 연극의 세계화 위해 노력할 것”
정소원 연출가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이 창작극이다. 기존에 만들어졌던 무대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기에 그녀에게는 항상 창작의 거센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다. 특히 연출가의 이름에 따라오는 특정 장르의 명칭이 없다는 것 역시 한계를 모르는 연출가로서 그녀가 지닌 재능의 깊이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정 연출가는 지금까지 블랙코미디, 역사극, 퓨전 판소리극, 2인 사극,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연극 등 몇 가지 장르 안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지속적으로 넓혀가며 그만의 독창적인 지형을 설계해 나갔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현대사회의 각박한 현실을 이야기한 ‘연애보험회사’, 디스토피아적 가상사회를 배경으로 ‘성공한 인생’이라는 개념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계산사회’ 등 신선한 주제와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을 지닌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만났으며, 문화와 대중을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대중들이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연극을 만들고자 한다. 연극에는 연극만의 아날로그 감성이 있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다양한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연극을 통한 지역문화의 발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의적 홍제전’에 참여한 것 역시 이러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며, 성동구 성수동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퓨전 판소리극 프로젝트로 문화유적 테마파크 조성계획에 반대하는 ‘미스터 성동’이라는 인물을 통해 성수동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거듭 호평받기도 했다. 정 연출가는 “우리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 세계인들에게 보편적인 감성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한국 연극의 세계화를 위해 더욱 앞장서 노력해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