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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하나를 찍어 ‘그 너머’의 예술세계를 담는다!”숭고함 깃든 추상표현주의 작품 선보이며 호평 받아
홍기인 기자  |  foru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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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9  13: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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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향 화가

“나는 움직이고 캔버스는 그것을 고스란히 기록한다. 나는 캔버스에 떨어진 나의 몸짓을 부인하지도,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럴 뿐이다. 그러나 가끔 내 행위, 혹은 내 단순한 몸짓의 기록인 캔버스는 나의 행위보다 우선하는 그들끼리의 질서를 보여준다. 이럴 때 나는 움찔하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그들의 말을 내 행위를 통해 드러낼 뿐이라는. 그래서 나는 마치 신탁을 전하는 사제와 같이 자신의 의지는 조용히 내려놓는다. 누가 내게 명령하는지 모르겠다. 매 순간의 몸짓을, 색채를, 움직임을. 그러나 내게는 명료하다. 이 순간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의 소리에 순명(順命) 해야 한다는 것...”< 작가노트 중에서.>


‘조안 미첼’ 회고전서 깊은 인상 받고 열정 불태워.

작가 조미향은 한국 여류 화단에선 드문 이력의 화가이다. 전통적 회화와 미니멀리즘이 두드러진 현대미술에서 자신만의 추상표현주의 기법으로 작업을 시도해 가는데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어느 해 조 작가는 미국 뉴욕에서 '조안 미첼' 회고전이 열려 둘러보게 되었는데 당시에 이를 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여행으로 영감을 얻으면서 한창 작가로서 진로 의지를 불태워 갈 무렵이었다. ‘조안 미첼’ 은 미국의 2세대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남성 작가 못지않은 힘찬 붓놀림과 춤추는 듯한 섬세한 색채의 조합, 그리고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그녀의 회화 세계는 많은 사람에게 생의 의욕과 충만감을 북돋우기에 충분했다. 조 작가는 이 회고전이 “꼭 나만의 그림으로 실현해 내고 말겠다” 는 다짐과 용기를 주었고 자신의 작품을 더욱 추스르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조 작가는 내면의 세계를 무형의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실체, 그 이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빠르게 건조되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즉흥적인 붓질로 완성된 그녀의 작품에는 힘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색채와 율동, 평면 위의 운동 속에 담긴 작품은 그만이 가질 수 있는 표현 방식에서 다른 추상표현주의 작품들과 어떻게 다른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작품들은 숭고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교과서 같이 정해진 것 보다는 자신만의 모티브로 균형을 모색해 가는 조 작가는 그림 작업을 ‘몸짓’ 과 ‘색채’ 로 함축해 설명한다. 그녀는 작업 과정에서 작가들에게 흔하게 동반되는 밑그림을 그린다든지 어떤 색 조합을 고민하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끝없이 투영해 집중하고 여러 차례 색을 올려 작업 해가는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직관적인 작업 방식으로 한 순간의 느낌이나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 무엇보다 선과 색의 흐름을 중시하는 비구상 회화로 그만의 질서에 탐닉해 가는 것이다. 조 작가는 "언어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삶의 진실, 그 틈새에 언어화되지 않은 회화적 요소로 닿고 싶다" 면서 뜨거운 작품 열정을 내비치고 있다.

비가시적 세계의 감각을 깨우는 붓질의 춤사위

조 작가의 작품은 그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자동차에 새겨진 예쁜 무늬를 보고 따라 그렸다가 학교에 들어가서 그것이 글씨라는 것을 알고부터 더 이상 '예뻐하지' 못하고 '읽음'으로써 이별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사실 어떠한 물체의 형상이 갖는 의미를 읽게 된다는 것은 기호적 연관 관계를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지만 동시에 그 형상이 갖는 다른 속성들을 느끼는 감각을 제한 할 수 있다. 조 작가는 이미 어린 시절에 이를 경험하게 된 것 같다. 여하튼 이런 기조가 이후에 작가적 끼를 발휘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회화 공간에 어떠한 질서와 의미를 심고자 하는 의도를 버리고 다만 붓질이 오간 모호한 흔적을 통해 이성적 판단이나 논리 대신 경계 너머의 감각적 영역을 향해 작품으로 접근해가는 듯하다. 인생을 살아갈수록 그 어느 일에 있어서도 내가 예상한 그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면 지금의 내 삶이 온전히 내 선택으로만 이뤄진 것이 과연 맞는지 문득 생경함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데, 작가의 작업 역시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작업을 할 당시에는 분명 작가 자신의 움직임을 그대로 캔버스에 담고자 한 것이지만, 막상 그 결과물을 마주하면 이것이 내 의지와 행위라기보다는 캔버스와 일종의 상호작용을 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조 작가의 회화는 선과 색 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내기 어려운 생명 현상, 즉 호흡이나 맥박처럼 시간의 흐름과 변화만을 느낄 수 있는 본능으로 비가시적 감각 세계에 대한 장을 여는 '붓질의 춤사위' 를 그렇게 자연 그대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붓 가는대로 경계를 허무는 것’ 이다. 비가시적으로 표현한 ‘Brushing Pass’(스치다, 그리고), ‘Layers of moments’ 등의 작품들이 좋은 예이다. 가령, 하나의 색으로 처음엔 가로로, 다음은 다른 색으로 세로로, 그 다음엔 또 다른 색으로 대각선이든 좌우든 몸짓에 따라 춤추듯 움직여 점을 찍거나 선을 이어가는 방식이 그러하다. 그리고 완성 무렵이면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한 순간의 붓질, 점 하나에 어렵게 구축해온 작품의 균형이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이다. 점하나 선 하나가 자유분방한 것 같지만, 그 안에는 한 획마다 필연성을 닿고자 하는 그의 창작욕구가 밀도 있게 구현되어 있다. 조 작가는 “모든 그림이 삶처럼 내 뜻대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쉼표를 떠올리며 뒤로 이동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삶의 실체, ‘그 너머’ 를 다루고자 한다” 고 토로했다.

대구를 기반으로 작품 몰두하며 자신의 회화세계 구축

조 작가는 화업의 길에 들어선지 올해로 30년에 이른다. 그녀는 그만의 기법으로 작품 밀도를 높이며 고군분투 해가고 있다. 조 작가는 “일상에서 억눌린 내면의 욕구를 최소한 화폭에서 만큼은 누르고 싶지 않다” 면서 “색감, 운동성, 시끄러운 것 등 모든 목소리를 억압하지 않고 표출해 보여 주고자 한다” 라고 작품 의지를 불태운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국어교사 출신으로 흔치 않은 이력을 갖는 그녀는 작가가 되기 이전에 튀는 모습으로 교직생활에 적응하기가 편치 않았다. 남다른 사고와 독특한 개성 때문에 작가라는 옷이 그의 몸에 더 맞아 보였다. 이런 면은 그 후 작가로서의 뜻을 펼치는 전향점이 되었다. 이렇게 문학 전공자로서, 국어교사로서 추상미술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은 자신을 섬처럼 느끼게 했다고 한다. 망망대해에 빠져 손발을 휘적댈 때 아무것에도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갈등한 작품에 애착 간다”는 조 작가는 그동안 대구를 기반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해외전시 등을 통해 국내외에 자신의 작품을 알려왔다. 1997년 첫 개인전 ‘내재율의 그림전’ 을 시작으로 2011년 ‘지도를 버리다’ 등의 전시를 통해 그녀는 자신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와 태도로서 추상표현주의적 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2017년 4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89’ 개인전에서 자유로운 구조와 분방한 색채를 표방하는 회화 세계를 펼쳤다. 그리고 예술작품의 현실 속에서 아트상품을 구현하는 데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2017년엔 코트라서 기획한 '글로벌아트 콜라보 엑스포' 전시도 가졌다. 이 외에도 판화와 대형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으며 수년 간 호텔 페어 전시, 온라인 작품 판매까지 두루 경험 했다. 일상과 예술작업 사이의 균형을 힘들게 잡아가며 저력 있는 중견작가로 자리매김한 조 작가는 “앞으로 나의 작업 방향이 어떻게 변할지는 나도 모른다. 일단 현재는 내 작업 방식을 천착하고자 한다. 치열하게 내 자신과 싸우지만 결과물은 아름답게 화면을 채우는 창조적인 작가이길 원한다” 라고 말했다. 붓질 하나하나의 순간에 집중한 작품들, 빠르게 지나버릴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늘 잊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즐기고 감사하며 살아야 함을 우리는 그녀의 작품에서 배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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