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삼릉태실연구소 김득환 소장

태실은 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하면 그 태(胎)를 봉안하는 곳을 말한다. 예로부터 태는 태아의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라 여겨 태아가 출산된 뒤에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다루었다. 민간에서는 땅에 묻거나 대부분 출산 후 마당을 깨끗이 한 뒤 왕겨에 태를 묻어 태운 뒤에 재를 강물에 띄워 보냈다. 그러나 왕족의 경우에는 국운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여겨 태를 소중하게 다뤄 항아리에 담아 전국의 명당에 안치시키는 방법으로 처리했다. 이를 주관하는 태실도감에서 길지로 선정된 명산에 일정한 의식과 절차를 밟아 묻었는데 이 의식과 절차를 거쳐 완성한 시설을 태실이라 불렀다. 이 가운데 조선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 씨의 능인 희릉, 인종과 인종비 인성왕후의 쌍릉인 효릉, 철종과 철인왕후 김 씨가 잠든 예릉 등 3개의 능이 모여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서삼릉태실에 대해 연구 중인 '서삼릉태실연구소'가 최근 조명을 받고 있다.

우연히 접한 서삼릉태실 답사에 매료돼 본격적인 태실연구 돌입해
서삼릉태실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득환 소장은 집안이 고양시에서 7대째 거주하고 있다. 그러던 2006년 그는 서삼릉태실 답사를 갔다가 태실의 가치에 점차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제가 조선왕조의 존엄성을 비하시키고, 백성들에게 조선의 멸망을 확인시켜주려는 등 우리 민족정기를 끊고, 왕실에서 사용했던 태항아리(태를 담는 항아리)를 비롯해 함께 묻었던 부장품들을 빼돌리기 위해 전국 각지의 국왕 태실 22기, 왕자녀 태실 32기를 파헤친 뒤 태항아리를 모아서 서양식 공동묘지처럼 서삼릉에 태실 집장지를 조성했다. 김 소장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본격적인 태실연구에 돌입했다. 사실 국내에는 태실 연구자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에 김 소장의 태실 연구는 쉽지 않았다. 정보를 얻을 곳이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소장은 12년 동안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하며 2016년에 '조선의 세계적인 문화유산 태실'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지난해 12월에는 2권을 발간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김 소장은 지난해 1월 서삼릉 태실에서 출토된 조선 역대 왕 18명(태조, 세종대왕, 세조, 성종, 예종, 인종, 선조, 경종, 영조, 정조, 순조, 헌종, 순종 등)의 태항아리 31개를 재현 제작하는데 성공했고, 일제가 조선의 태실을 강제 이장한 지 90년을 맞이한 지난해 3월 1일 태항아리 31개가 모셔진 서삼릉에서 '서삼릉 태실 위안제' 및 '태항아리 전시회'를 주최, 주관하며 많은 시민들에게 태실에 대해 널리 알렸다.

우리 민족문화의 고유 가치 담긴 태실문화연구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 필요
김득환 소장은 "태실문화에 대해 아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의 우리 민족문화의 고유 가치가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기 때문에 태실문화연구를 하는 데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김득환 소장은 다른 역사 연구들과 다르게 정부나 공공기관 등의 연구지원을 받지 않고 사비로 연구할 정도로 태실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김 소장은 "우리 민족문화의 고유 가치가 담겨져 있는 장태문화는 인간으로서 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화 중 하나"라면서 "우리 장태문화 연구를 남이 안하고 내가 하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태실을 보존하고 원래대로 복원하는 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김 소장은 지난해 11월 경상북도에 위치한 태실들에 관한 기록이 담긴 책을 확보해 태실문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서삼릉에 있는 태실들을 본래 위치에 돌려보내 손상된 태실들을 원래대로의 모양으로 복원시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가능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더불어 서삼릉태실연구소에서는 태항아리 이미지를 활용해 아기 탄생 기념품으로 쓰일 수 있는 태항아리와 태지석(탄생기록), 태 도장(도장형태의 태보관함)을 가지고 세트로 상품화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태실문화를 알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 많은 노력을 통해 땀을 흘리고 있는 김 소장이 이끄는 서삼릉태실연구소의 연구 성과가 빛이 발하는 날이 오길 주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