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스토리 오영석 작가

전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하면 떠올리는 첫 번째 수식어는 아마도 “IT강국”일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국의 IT 산업은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모든 것이 현대화되면서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김치나 한복 외에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키워드들이 생겨났고 웹툰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웹툰이라는 단어는 웹(web)과 만화,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가로 시선 중심의 출판 만화를 인터넷 환경에 맞춰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연재하는 인터넷 만화를 뜻한다. 인터넷의 속도가 느리면 대중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만큼 발전된 웹툰 시장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IT 강국으로서 독보적인 자리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웹툰은 요즘 시대의 한국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한국다운 키워드가 아닐까? 한국을 대표하는 신흥문화 웹툰, 그 중심에 서 있는 오영석 작가를 만나보았다.

웹툰은 한국의 새로운 문화유산, 신인작가들의 발굴과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때
‘통’과 ‘독고’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영석 부산경남만화가연대 대표는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작가다. 그는 지난해 일본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여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한국 웹툰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글로벌 작가로 거듭났다.
90년대 말 한창 한국에 인터넷 소설이 유행하던 당시 그는 본래 공포스릴러 소설 작가였다. 그러던 중 습작처럼 쓰기 시작한 ‘통’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조금씩 주목을 받던 그는 출판사의 출판 제의까지 받게 되지만 IMF의 여파로 계약이 취소되고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작가 정신은 여기에서 발휘된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의 ‘깡’처럼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 쓰기를 이어간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학점이 좋지 않아 다른 곳에 취업하지 못했다고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사실 그 때 그가 다른 일을 찾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잘 된 일인지, 한국의 웹툰 시장에는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웹툰 세계로 이어지다.
웹툰은 한국에서 처음 개발된 개념으로, 이제는 한국의 새로운 문화유산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한국처럼 활발하지 못한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는 아직 웹툰의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고 한다. 작년에 일본 픽코마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지만 사실 2년 전에 그는 먼저 프랑스의 웹툰 플랫폼 델리툰에 작품을 기고하면서 한국 웹툰을 알렸다. 아직은 종이와 잡지만화가 대세인 프랑스에서 웹툰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 본 사업가가 오영석 작가를 프랑스에 웹툰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초청한 것이다. 델리툰에서도 ‘통’과 ‘독고’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을 보면 결국 퀄리티 있는 작품은 세계 어디에 가서든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해외 웹툰 시장이 너무나 작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계속해서 진화하는 인터넷 환경과 새로운 핸드폰의 개발은 웹툰의 더 많은 보급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는 것은 좋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언제나 전통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 쪽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다른 한 쪽의 산업이 완전히 잠식되고 사라지는 것은 좋지 못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시대이긴 하지만 아날로그도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이 확보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웹툰 작가이지만 개인적으로 종이를 넘기면서 보는 만화를 아직도 좋아하거든요. 해외시장에서 종이책 시장이 사라지고 한국처럼 웹툰이 보급된다고는 아직 상상이 가지 않아요. 하지만 그만큼 해외는 아직 시장이 작으니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웹툰 페스티벌의 성장과 마켓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일찍이 무형의 가치를 깨달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문화가 가지는 힘을 발견하고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통해 21세기 경제의 주 보급원이 되는 문화 컨텐츠들을 발전시켜왔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마블이나 디즈니랜드, 일본의 애니메이션 사업들이다. 한국 역시 웹툰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큰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어떤 지원 사업들이 더 필요할까?
오영석 작가는 부산 웹툰 페스티벌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규모를 키워가고 페스티벌 플랫폼 관계자와 만화가 지망생들을 연결해 주는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된다면 웹툰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커뮤니티 마켓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영석 작가 자신도 무명시절에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아 백승훈 작가와 연결이 되고 지금의 ‘통’과 ‘독고’가 탄생한 것이어서 누구보다 그 중요성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부산경남만화가연대의 작가들이 부산시와 함께 웹툰 마켓을 꾸준히 운영해 나간다면 청년들의 신지식 사업 일자리가 늘어나고 웹툰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신인 작가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입문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마련되지 않을까?

웹툰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불법복제 - 시대에 맞게 법을 강화해야 한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힘주어 말한 것은 불법복제에 관한 것이었다. 웹툰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산업의 발전을 가장 저해하는 것이 불법복제인데 현실은 아직 이를 제지할 제도적인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는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밤토끼를 예로 들며 그 사이트가 문을 닫는 데 2년이나 걸렸다고 이야기한다. 누가 봐도 뻔한 불법사이트를 폐쇄하는데 왜 2년이나 걸렸을까? 이로 인해 작가들의 수입은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손해는 결국 작가들 개인이 떠안아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이에 앞서 국가가 책임지고 관심을 가지며 법적인 제도들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런 일들로 인해 창작의 꿈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포기하게 된다면 결국은 대한민국 문화산업 전체의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 틈을 타고 불법복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심의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불법복제 업체들을 강력히 저지할 수 있는 법이 강화되어 작가들의 재산권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컨텐츠를 무상으로 제공받으려고 하는 일부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에는 문화산업의 가치를 좀 더 넓게 이해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문화인들의 무형의 재산 가치를 인정하고 초대권이나 불법복제 같은 나쁜 관행들이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 결코 미국과 일본 같은 문화의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신인작가 지망생들에게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웹툰 작가로써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워낙 당연하고 노멀한 이야기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며 대답했다.
“작가는 꾸준해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들이 오더라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써 나가길 바랍니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준비한 작품을 가지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그리고 책을 많이 읽고 신문이나 뉴스도 많이 보세요. 저는 주로 그런 쪽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을 때가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처음 작품을 쓰시는 분들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처음에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욕을 먹더라도 꼭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출발하면 작품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댓글은 웬만하면 보지 마세요. 실제 댓글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작가들이 있어요. 작품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처럼 뻔뻔하실 수 없다면 댓글을 보지 않거나 댓글을 보더라도 연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솔직하고 할 말은 하는 성격의 오영석 작가다운 가장 노멀하고 중요한 대답이 아니었을까? 그는 작가들이 국가의 지원과 제도적인 마련에만 기댈 수는 없다고 말하며 결국은 작가 자신이 퀄리티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특히 웹툰 작가는 개인 사업자와 같기 때문에 누구보다 뚝심이 있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멘탈이 중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오영석 작가와 같은 실력 있고 꾸준히 사랑받는 웹툰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후 차기작으로 진행할 예정인 오영석표 로맨스 웹툰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