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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식의 도자기 창작하며 한국 미술의 명맥 잇는다미국, 이탈리아, 러시아 등 이어지는 해외 러브콜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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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4  1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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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 규석, 석회석, 점토, 도석 등의 무기물질을 혼합하여 만들어낸 생활용품이자 예술작품의 일종인 도자기는 수 천 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전통예술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기 이후 본격적인 발전을 이루어 고려청자와 조선의 분청사기, 백자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자기의 종주국인 중국이나, 유럽 등으로 전파된 일본의 도자기와 달리 대한민국의 도자기는 세계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덕천(德泉) 이병권 작가는 오랫동안 자신만의 실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도자기의 미학을 전파해 사랑받고 있는 작가다.

천한봉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도자의 길에 들어서
이병권 작가는 어린 시절 취미로 다도를 하시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늘 차를 마시던 집안 분위기 덕분에 그는 흔히 이야기하듯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처럼 다양한 차도구들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도자기를 자신의 길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심리치료 과목의 일종인 표현예술심리치료를 수강하게 되었는데, 이 때 흙으로 사람의 심리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도자기 조형예술에 대해 심취하기 시작하였다.
이 작가는 “수업과 학위논문을 준비하기 위하여 지하에 작업실을 만들어 놓고 도자조형작업을 했다. 작업을 하다가 밖에 나와 보면 새벽녘 붉은 별이 나를 반기는 조용한 분위기가 참 좋았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 작업실 이름인 ‘단성요(丹星搖)’ 역시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붉은 새벽별의 모습이 떠올라 짓게 된 이름이다”라고 추억을 더듬었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사법시험을 공부하던 그는 우연히 찾아간 절에서 스승이신 대한민국 도예명장 도천 천한봉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다도를 좋아하던 문경 원적사 주지 혜진스님의 소개로 찻그릇을 잘 만드는 도예가를 수소문해 찾아간 곳이 바로 진안리에 있던 문경요 였다. 그는 “처음 문경요의 차도구들을 보는 순간 신천지를 보는 것처럼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찻그릇에서 이처럼 자연에 가까운 빛깔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어머니께서 늘 사용하시던 백자나 분청자와는 또 다른 색에 감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때의 만남을 계기로 이 작가는 천한봉 선생님의 제자가 되어 전통도자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먼저 사랑받은 도자기의 독창적 매력
귀국 후 다양한 전시 출품해 수상 이어져

이 작가는 활동 초기부터 국내보다 해외에서 많은 활동을 보여 왔던 작가다.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양에서 인지도가 낮은 대한민국의 도자기 작가로서 일찍부터 해외 미술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꾸준한 활동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저력이 아닐 수 없다. 1990년대 중국과 미국 등 국제조형미술대전에 꾸준히 참여해 다수의 갤러리에서 전시회 초대를 받으면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이다.
조선 마지막 도공의 명맥을 계승한 그의 작품에서는 서민들의 소박한 정취와 자연의 빛깔을 느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고려청자나 조선백자 특유의 청아한 매력과 달리 이 작가의 작품에서는 15~16세기 조선분청사기의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분청기법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는 고졸(古拙)한 멋이 살아있다. 유약을 거듭 덧바르고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독특한 무늬를 품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위에 새겨져 있는 그림이나 무늬의 경우에도 전형적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거듭되는 해외전시 초대로 국내에서 이름을 알릴 기회가 흔치 않았던 그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국내 활동을 시작하며 전통도자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명지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제11회 대한민국 명다기품평대회 용상, 제2회 동북아 3개국 국제미술전 최우수 작가상, 제5회 경남찻사발 전국공모전 대상, 2015 대한민국향토문화미술대전 종합대상 등 4회 대상 수상, 제24회 한국신지식인 선정 등 짧은 기간 안에 연이어 이어지는 수상소식은 그의 저력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었다.

미국,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등 이어지는 해외 러브콜
그는 2015년부터 조형과 찻사발을 함께 전시하는 ‘달과 사발전’ 개인전시를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모스크바, 중국, 중앙아시아 등에서 개최하였고, 2018년 10월에는 가나자와 영빈관에서 제4회째 테마 전시회를 열었다. 또한 2016년 일본 교토의 노무라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당시 교토 은각사 인근 白沙村壯 기념관에서 개관 100주년 기념 개인초대전 전시 제안이 들어와 2017년 6~7월 두 달간 전시를 한국인 최초로 진행하기도 했다.
2015년 (사)남북코리아미술교류협의회 국제미술전 운영위원장으로 ‘광복70주년 기념 미술전시회’를 길림성에서 미술계 각 분야 90명의 작가들과 전시하였고, 2017년 10월 ‘고려인이주 80주년 기념 국제미술전’을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 비쉬켁 국립미술관에서 중앙아시아 고려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성황리에 마쳤다.
이 밖에도 2017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교(UWRF)에서 한국의 해를 기념하여 한국 아티스트 한 명을 초빙교수로 초청하는 자리에 선정되어 한국전통도자예술을 알렸고, 2018년 8월 중국 절강성 용천청자 국제아트센터에서 경덕진 도자대학교 대학원생들과 한 달 동안 함께 숙식하며 한국전통도자기법 기초부터 소성까지 전 과정을 지도하였다. 그는 현재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 추이코바 국립예술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작업에 대한 끝없는 탐구
한국도자예술에 관한 이해 넓히기 위해 꾸준히 소통할 것

그는 이어지는 해외활동 속에서 꾸준히 도자에 대한 연구를 쉬지 않고 있다. 해외를 방문해 수업을 하면서는 현지의 흙을 활용해 도자기를 만들어보고 각 나라의 흙에서 부족한 성분은 무엇인지를 탐구하여 새로운 작업을 창조해낸다. 이뿐 아니라 2016년 경상북도 상주로 작업실을 이전한 뒤, 여름에 연기가 덜 나는 도자기 가마를 개발하여 친환경적이고 다양한 도자기 기법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탐구를 통해 자신의 길을 가꿔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미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지식인으로서의 비전이 엿보였다.
그는 “외국에는 일종의 레지던스로서 작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이는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성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서 젊은 작가들이 육성되지 못하고, 또 우리의 미술을 세계에 알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저는 앞으로 외국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하며 한국도자학 강의를 하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저의 작업장인 덕천요에 외국인 학생이나 작가들을 초빙해 한국도자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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