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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과 서각, 공예로 이어지는 다양한 작품 활동함박웃음 짓게 만드는 다양한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가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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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6  10: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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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사(南思) 장명익 작가

나무를 활용하는 예술 장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무에 글을 새겨 독창적인 흥취를 전달하는 서각(書刻)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의 전통 예술로 독자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이 서각은 전통적인 형식미를 추구하는 전통서각과 다양한 글씨체 또는 색감의 배치를 통해 새로운 미적 한계를 시도하는 현대서각으로 분화하여 각각이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 입구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며 서있는 장승 역시 나무를 활용한 대표적인 예술품 중 하나로 손꼽히며, 나무에 각양각색의 그림을 그리는 그림각 역시 나무를 활용한 목공예(木工藝)의 일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장명익 작가는 나무를 활용한 서각과 공예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독창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다.

사내 미술동호회에서 시작한 작품의 길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장명익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나무와 돌, 흙 등 자연과 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과 만나 놀 때도 놀이도구들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했으니, 자연스럽게 손재주가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개최한 사생대회에서 동네 마을의 모습을 그려 제출했는데, 그의 작품은 다른 아이들의 것과 다른 독특한 시각이 엿보였다. 초등학생의 시각으로는 자연스럽게 옆에서 본 모습을 그리기 마련이지만 그는 독특하게도 위에서 대각선으로 바라본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이를 너무 신기해하며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렸냐”고 물었을 때 “보이는 대로 그렸어요”라고 답했던 그는, 뛰어난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권유로 3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계속해서 고무판화와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가 처음부터 작가로의 길로 들어서려고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30년 전 삼성그룹에 입사해 취미로 시작한 미술동호회에서 그만의 생각을 표현함에 평면작품에서의 한계에 지쳐갈 즈음 입체 장승조각 품을 접하게 되면서 작가의 길이 시작된다.
"장승을 먼저 접한 선배가 회사 내 장승소품 회원전을 열자 이를 보고 장승의 매력에 빠졌어요"
장승을 배우고 싶은 열정에 그의 스승이신 현재 대한민국 장승명인이자 행위 예술가인 송강 김대현 선생님을 회사 내 강사로 초빙도 하고 선생의 작업장을 찾아 배움을 구해 지금에 이르렀다. 끝으로 그가 소속된 회사는 삼성그룹에서 분사 독립한 이후에도 그에게만은 이색동호회라고 회사에서 그만의 조각 작업실을 만들어 지원을 해준 것이 그가 지치지 않고 일과 작품을 모두 잘할 수 있는 비결이라며 항상 회사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1년 동안 선생님과 어울려 나무를 깎아내려간 후 그는 본격적으로 장승 깎는 동료 작가들의 모임에 참여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이듬해인 2001년 그는 회사에서 첫 전시를 개최하며 자신의 작품을 사우(社友)들과 함께 나눴다.

장승과 서각에 이르는 광범위한 작품 세계
장승은 마을이나 절의 입구, 또는 길가에 사람의 머리 모양을 본떠 세운 기둥이다. 장승은 지역 간의 경계나 이정표의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사방의 주요 고을과 거리를 표시하였다. 또한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보통 남상(男像)과 여상(女像)이 짝을 이뤄 세워졌다. 이렇듯 장승은 서낭당이나 산신당, 솟대 등과 동등한 것으로 인정되었으며 마을에 액운이 들거나 질병이 전염되었을 때 장승 앞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과거로부터의 정신적 유산을 상징하는 장승을 새겨나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장승은 작은 것을 깎으나 큰 것을 깎으나 하루 종일 붙잡고 있어야 할 만큼 많은 수고로움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항상 작업에 들어가기 전 마음을 갈고 닦으며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칼이 잘 나아가지 않을 때는 잠깐 쉬며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수행에 정진했다. 회사 동호회로 시작했던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에게는 확고한 목표의식과 집중력이 자리 잡아 그를 작품의 세계로 인도했다. 그 결과 송강 선생님은 그의 작품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의 호인 남사(南思) 역시 선생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대한민국 명인이신 석담 박병현 선생님이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하시던 것을 인연으로 그에게서 서각을 배우게 되었다.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 바탕은 같기에 그는 밤낮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작가는 이후 대한민국종합미술대전 장승부문 동상을 시작으로 가야미술대전 서각부문 동상, 국제종합예술대전 서각부문 금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려가기 시작했다.

함박웃음 짓게 만드는 다양한 이미지들
공예 작업으로 작품의 저변 넓혀

그는 작품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주제로 한다. 바탕이 되는 나무를 선택할 때도 길옆에 쓰러진 나무나 제재소에서 사용하기 어려워 버린 나무를 가져다가 작품을 만들어낸다. 마음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우선 만든 뒤에 이름을 붙여나가며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구성은 그 때의 느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장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는 소재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이미지다. 작품 안에 담겨져 있는 표정은 상황에 따라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희망이나 웃음을 전해주고 싶다”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작가의 작품 안에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한 곳에 어우러진다. 보통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장승도 그의 작품에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쁜 마음을 전달하고, 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들이 한 데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하나의 경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심상을 전달한다. 스스로 “목공예를 하는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할 만큼 하나의 경계 안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표현 감각이 그가 지금까지 꾸준히 주목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 앞에서는 관객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폭소를 하는 경우까지 많다고 한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그는 공예 작품을 만들고자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조소에 가깝지만 만드는 방식이 토우와 유사한 작품을 시도한 바 있으며, 현재도 밭둑에 굴러다니던 돌을 가져다가 그라인더로 깎아 작품을 만들어내는 실험적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평일에는 회사일과 서각 작품 활동을, 주말에 작업실에 와서는 돌을 깎고 흙을 만져보는 생활을 하다 보니 그의 일상은 말 그대로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행보를 통해 깊은 발전을 이루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부끄럽지 않은 창작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 안겨줄 것
장명익 작가의 좌우명은 ‘신독(愼獨)’이다. <대학>과 <중용>에 실린 이 말은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간다’는 뜻이다. 작품을 하는 데에 있어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창작을 하고,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한 미술계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보탰다. 그는 “저는 회사원으로 동호회를 통해 작업을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전업 작가들의 어려움에 대해 쉽게 말을 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가들 스스로가 신진 작가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미술계 전체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핵심 가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전체적인 인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 대중들이 미술 작품을 더욱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하며, 저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이바지하고자 한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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