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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하듯 그린 목어(木魚)..그림은 내 삶의 이유"아트페어 두바이 '이머징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 세계적 작가로 명성
홍기인 기자  |  foru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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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7  13: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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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살던 제자가 죽어 환생을 했다. 그 업이 남아 등에 큰 나무가 솟은 물고기로, 헤엄치는 모든 순간이 고통이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던 스승이 우연히 제자를 발견하고 해탈을 하도록 도왔다. 제자는 잘못을 뉘우치며 스승에게 자신의 등에 있는 나무를 잘라 물고기 형상으로 만들고 두드려 소리를 내도록 부탁했다. 사람들이 자기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세계무대서 인정받는 ‘목어(木魚) 그리는 화가’

사찰마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매달려 있는 목어(木魚)는 여러 가지 설과 함께 유래가 있다. 불교에서 목어는 깨달음과 지혜를 상징한다. 가톨릭 신자였던 한 중년 여성은 우연히 찾은 사찰에서 목어를 보고 마음 깊이 감화를 받아 목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어만 그리기를 15년. 이 무렵 평범한 주부였던, 그래서 늘 외로웠던 이 여성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화가가 됐다. 지난 2016년 '아트페어 두바이'의 '이머즈 앳 더 비치 어워드(Immerse at the Beach)' 에 당선된 이지화 화백(70세)의 이야기다. 아트페어 두바이는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신진 예술가를 선정하는 '인터내셔널 이머징 아티스트 어워드(International Emerging Artist Award)' 와 함께 개최된다. 이 화백은 당시에 2700여 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최종 우승자 8명 중 한사람이 됐다. 출품작의 소재는 역시 목어(木魚)였다. 그의 작품은 두바이 '팜주이메라' 인공섬을 바라보는 해변의 건물에 확대돼 걸렸다. 그는 당선 후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참선하듯 그리던 목어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화백은 “국내 대회에서 크고 작은 상을 탄 경험이 있지만, 국전에서는 매번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국제 대회 수상을 계기로 용기를 얻었다" 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대회에 나가야겠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꿈에서도 그림 구상을 해요. 의식이 있는 동안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화백의 그림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다. 특히 이태리 밀라노 전시에선 다른 나라 작가들을 제치고 대부분이 이 화백 소개와 작품에 대한 칭찬으로 많은 주목을 끌었다. 불교 관련 그림은 보통 탱화나 수묵화로 그리는 반면 유화로 그리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서양인들 눈에 특별하게 띈 이유는 이런 재료에 더한 독특한 화풍에서였다.

50대 접어들어 붓 잡아 ‘빈 마음 채우기’ 로

이 화백은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붓을 잡기 시작한 것도 50대에 들어서부터였다. 남편은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았고 세 아들도 일찌감치 유학을 보낸 탓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마음이 우울하고 몸이 자꾸 아팠다. 가족은 손재주가 좋은 그에게 취미 생활로 미술 공부를 권했다. 그리고 우연히 큰 아들과 찾은 한 사찰서 깨달음 얻으며, 이후로 그림은 그의 ‘삶이자 참선’ 이 됐다. 여기에 지난 2014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연 이후 뇌출혈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부터는 더욱 그림에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이 화백은 "뇌출혈 합병증으로 눈이 멀었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보게 됐다" 며 "눈 뜨고 볼 수 있을 때 더 많이 남겨야겠다. 내가 남길 것은 그림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부터 눈만 뜨면 그림을 그린다" 고 했다. 왼쪽 어깨에 이어 오른쪽 어깨도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버티고 있는 이유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왼쪽 어깨에 못이 5개 박혀 있어요. 배겨서 잠을 못자는 데 오른쪽마저 그렇게 되면 그림은 어찌 그리나요. 내 삶을 잃는 거예요.” 요즘은 작가들이 작업에만 열중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때이다. 수많은 작가들 틈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곳저곳 다니며 문 두드리지 않으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기회를 만나기 쉽지 않다.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중간에 작업을 접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각종 지원 기금과 공공사업에 의지하는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 화백이 ‘인터내셔널 이머징 아티스트 어워드(International Emerging Artist Award)’ 의 당선 후 에피소드다. 그는 자신이 당선된 게 너무 궁금해서 직접 심사위원을 찾아가 “그 많은 지원자 중에 어떻게 해서 내 작품을 뽑게 되었느냐” 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심사위원은 “첫 눈에 어떤 작품보다도 빼어나다는 확신을 가지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고 하며 무척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영국에서 유학한 유명한 심사위원이었다. 그런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심기를 불편하게 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 화백은 시야를 넓히고 한국을 넘어 세계에 알린 주요 작가가 되었다. 젊은 작가들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을 개척한 화가로서 당당히 이름 올린 것이다.

생사 넘나드는 고비 겪으며 열정 쏟아가

‘백장청규’<(百丈淸規) : 중국 및 우리나라 선종(禪宗)에서의 사찰규범 지침서>에 의하면 물고기는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으므로 그 형체를 취하여 나무에 조각하고 침(針)으로 수행자의 잠을 쫓고 혼미를 정착 했다고 한다. 이는 물속에 사는 모든 중생을 제도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 형태도 처음은 단순한 물고기 모양이었으나 점차 용머리가 고기의 몸을 취한 ‘용두어신’<(龍頭魚身) : 용의 머리에 물고기의 몸이 이루어진 것으로 옛날부터 화재 예방의 상징)의 형태로 변형되어 갔으며, 이 사이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태를 취한다. 오랜 기간 목어(木魚)를 그린 이 화백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대섭 교수는 “그의 그림은 보편적인 표현 방법을 충실히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소하고 거치더라도 작가만이 느끼고 깨달은 것의 진솔한 기술적 표현과 자기만의 독특한 표현 방법을 구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법 면에서 다른 작가들의 기술적인 테크닉, 재료에 대한 숙련된 세련미를 더한 자신만의 감각적인 이해력이 요구되지만 어느 정도 형태 파악과 재료 분석이 된다면 독특한 자신만의 눈과 마음으로 대상을 선입견 없이 그려 나간다. 즉 작가는 자기 언어로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고 피력했다. 이처럼 이 화백은 독특한 주제로 그림을 하며 자신을 참선하고 있다. 그는 목어(木魚)와 함께 불상, 솟대, 장승 등을 곁들여 완성한 작품이 10호에서 100호 크기로 1천여 점이 넘는다. 지금도 자택을 겸한 작업실에서 일주일에 한두 점을 완성할 만큼 열정을 쏟아가는 중이다. 올해도 7월의 싱가포르와 9월의 러시아 개인전이 잡혀 있다. 하지만 이 화백은 과거의 뇌출혈과 심장 이상으로 건강상의 문제로 힘들고 괴로워하고 있다. 오로지 빈 마음을 다스리면서 참선하고 깨닫기 위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하고자 극대화시켜 세상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아가며 건강을 의지해가고 있다. 대표작품인 'Meditation'(명상) 제목처럼 이 화백에게 있어 그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자신의 분신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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