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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없었던 ‘평면도자’로 불의 그림을 그려내다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 이순신 순국공원 등에서 대중과 만나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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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4  15: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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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도기(陶器, Earthenware)’와 ‘자기(磁器, Porcelain)’의 합성어다. 도기는 흙으로 빚어내는 그릇을 뜻하며,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어진다. 반면 자기는 돌을 원료로 한다. 장석이나 규석, 석회석 등이 함유된 백토를 으깨 가루로 만들고 이를 소재로 하여 만들어지는 자기는 1300℃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만들어 내화성이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견뎌 내려오며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랜 전통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도예 분야에서 전통적인 맥락을 벗어난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도예명인 한얼 이호영 작가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낸 ‘평면도자’를 통해 국내외 여러 곳과 소통하며 여러 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널리 알려온 작가 중 하나다.

‘불의 그림’을 그리는 도예명인
아름다운 빛깔의 평면도자 탄생시켜

이호영 작가가 만들어낸 '평면도자'는 일반 도자기와 달리 평평한 TV 모양의 도자기다. 고려청자 상감기법을 활용한 평면도자는 고전적인 형태의 도기 또는 자기와 달리 만드는 과정에서 수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흙으로 만든 도자기는 1차, 2차 소성을 거치면서 일정한 비율로 수축하게 되는데, 둥근 도자기와 달리 평면도자는 이를 예측하기가 힘들었고, 수차례의 실패를 겪으면서 그는 자신만의 작법을 완성시켜 나갔다.
서양화로 시작하여 영상설치미술,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자신의 활동반경을 넓혀온 이 작가는 지금까지 30년 이상 미술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오면서 단 한 가지의 마음가짐을 지켜가려고 한다. 바로 ‘남들이 보지 못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불을 접하는 위치와 불의 강약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는 그의 작품은 말 그대로 ‘불의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이를 시도할 때만 하더라도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이를 만류했다. 이름난 명인들조차 ‘평면도자’라는 야심찬 개념에는 난색을 표하며 “이게 과연 되겠냐”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쳐온 이 작가는 꾸준한 노력 끝에 깨지지 않고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평면도자를 완성하는 데 성공하였고, 해를 거듭한 노력 끝에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 이순신 순국공원 등에서 대중과 만나
5월 ‘봉은사 초대전’ 개최

그의 작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과 남해군 이순신 순국공원 호국광장 등에서 대중과 만났다. KTX 진부역에 마련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에서는 조각, 공예, 민화, 사진, 도예 부문에서 엄선된 명인들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찾았는데, 이 작가의 작품은 그의 장기인 평면도예의 대형 작품과 막사발 형태로 빚어낸 오묘한 색감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작가의 심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역작으로 호평 받았다. 전시장을 방문한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발견한 도자 문화의 정수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반드시 소장하고 싶다는 소감을 보이기까지 했다.
한편, 이순신 순국공원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더욱 압도적이다. 가로, 세로 각각 50cm의 평면도자기를 이어 붙여 높이 5m, 길이 200m의 벽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작은 도자기 4천 장이 필요했던 이번 작품은 1598년 노량 앞바다에서 있었던 이순신 장군의 전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모자이크 형식으로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각 도자기 하나하나를 만들 때마다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조금이라도 불의 세기가 달라지면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고, 한 번 가마에 불을 붙이면 거의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잠도 못 자고 지켜봐야 했기 때문에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일지를 익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 밖에도 작년 10월 중국 샤먼에서 열린 ‘불교차박람회’에 총 6점의 평면도자기 작품을 전시했다. 1.5m 이상인 대형 작품들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현지 전시회에서도 호평이 이어졌으며, 도자기의 종주국인 중국에서조차 흙이 완전 자화되는 평면도자를 시도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표현이 뒤를 따랐다. 이와 함께 그는 5월 5일에서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봉은사 교육관에서 ‘봉은사 초대전’을 진행한다. 일반 도자기와 다완(茶碗, 찻사발), 상감청자 평면도자기, 추상 평면도자기, 십장생, 수월관음도 등의 내용을 담은 평면도자기 등을 함께 전시할 예정으로, 부처님오신 날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평안과 안식을 선사하고자 한다.

칠기(漆器)에 대한 전시 개최할 것
이 작가는 외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를 거쳐 3대 째 도공의 길을 걷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형과 외갓집 가족들 역시 모두가 도공이라고 한다. 그의 외조부께서 동료 분들과 함께 공유하셨던 칠기 가마를 물려받아 6.25를 거치면서 어렵게 가마를 지켜낸 아버지, 고(故) 이현승 선생은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 내로라하는 도공들이 앞 다퉈 그의 가마를 찾으며 대한민국의 도예 역사를 지켜낸 산 증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가가 도예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였을 지도 모른다.
또한 이 작가는 우리나라 칠기(漆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이를 재현했다. 그는 “칠기는 까만 전통 도자기다. 전후(戰後)에는 청자 흙을 구하기가 어려워 칠기에 쓰이는 흙으로 청자를 만들기도 했고, 유리가 보급되기 전에 간장이나 고추장, 술을 담는 용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 60세 이상 되신 분들에게 집에서 까만 그릇을 보지 않았냐고 하면 전부 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 칠기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에 연구와 재현의 성과를 바탕으로 곧 칠기 전시회를 개최하고자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작가는 앞으로 평면도자의 활용성을 더욱 높이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그는 “일반 도자기는 작품이 위주이지만 평면도자는 공예로서 일상에서 활용도가 더욱 높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팔만대장경은 목판으로, 보관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평면도자기로 복원제작하면 보존이 쉬워져 이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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