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회 김원웅 회장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적통을 계승한 국가로,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위해 투쟁해온 선조들의 역사의식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남과 북으로 갈려 시름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예우는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고, 꾸준히 관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 생존 독립운동지사 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가난에 허덕이며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이 더욱 커진다.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명예를 더욱 드높이기 위해 출범한 광복회의 신임 회장으로 6월 1일부터 새 임기를 시작한 김원웅 회장은 우리나라 민족진영의 구심체가 되는 새로운 광복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특단의 비전을 통해 혁신과 개혁의 중심에 설 인물로, 당선 당시부터 그에 대한 기대가 날로 높아졌다. 한편, 현충일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와 설훈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광복회관을 방문하여 김원웅 회장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국내 대표 국‧영문 월간지 파워코리아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광복회 신임 회장 김원웅 회장으로부터 새로운 비전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민족과 함께하는 광복회 만들겠다
광복회의 설립 목적은 독립유공자의 유지를 계승하여 민족정기를 선양하고 국가발전과 민족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과는 다르게 1962년 독립유공자 204명에게 건국훈장을 서훈하며 출발한 광복회는 지금까지 관변단체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 왔다. 독립운동의 법통을 계승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단체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자주적 역량을 스스로 키워나가는 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정치권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만 바빴던 탓이다.
올해 6월부터 광복회의 신임회장을 맡게 된 김원웅 회장은 이런 의미에서 여러 모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현재까지의 광복회 회장단 중 가장 젊은 나이(76세)에 속하며,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를 결성하여 독립운동가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의열단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 김근수 지사와 여성 광복군으로 활동하던 전월선 여사의 장남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의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흔히 하는 ‘독립운동가는 3대가 망한다’는 말은 김 회장의 집안에서도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김 회장은 “조부님 대에는 나름 여유가 있는 집안이었지만, 대를 지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부모님께서 독립운동을 하셨기 때문에 함께 활동하셨던 지사 분들이 집에 종종 모이고는 했는데 그 때마다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그 때는 흘려들었던 이야기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회장이 이번 광복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민족과 함께하는 광복회를 만들고자 하는 작업이다. 분단 이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치계나 언론계, 군부에 이르는 사회 각지에서 친일파의 후손들이 꾸준히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친일파 청산’을 부르짖는 민족주의자들을 ‘빨갱이’로 몰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역사를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 회장은 아직 진정한 의미의 광복이 오지 않았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수장으로 활발한 활동
‘친일찬양금지법’ 만들어 독립운동가에 대한 폄훼 없앨 것
김 회장은 후보 연설에서부터 꾸준히 “우리 사회의 주류는 친일 반민족 세력이며, 이를 민족세력으로 교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의 말처럼 광복 이후 사회의 핵심적인 축을 담당했던 군 장교, 그 중에서도 육군 참모총장은 1대부터 18대까지 끊임없이 일본군, 만주군 출신으로 의병과 독립군을 토벌하던 장군들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 장교들 대부분이 일제 치하 육사(육군사관학교)나 만주군 출신이기 때문에 국립현충원에도 독립유공자와 친일세력이 함께 묻혀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앞장서서 내선일체론을 주장하고 친일행위에 앞장섰던 언론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본질적으로 애국의 대상이 아닌 타자화의 대상이 되었고, 김 회장은 이러한 지점에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며 꾸준히 관련 활동을 전개해 왔다.
김 회장은 회장 취임 전 국회의원 시절 일제잔재청산 의원모임의 대표를 지냈으며, 교육법 개조를 통해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현재의 초등학교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이 1941년 황국신민(皇國臣民)의 학교라는 의미로서 국민학교를 만든 것인데, 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미비한 수준에 그쳤으며 역사적으로도 기득권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명칭 변경에 대한 입안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뚝심으로 이를 밀어붙였으며 낙선 이후에도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의 수장으로 활동하며 관련 활동에 매진해왔다.
그는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일본의 조선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문창극 총리후보 규탄에 앞장섰으며, 친일미화 논란의 교학사 국정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에도 앞장섰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건국절 문제에도 항의를 했다. 안중근기념사업회 함세웅 신부,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 이부영 이사장(현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이우재 이사장과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던 김 회장이 합심하여 20여 개 독립운동가 단체를 모아 출범한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친일에 항거하는 역사전쟁의 첨병으로서 수많은 역할들을 해나갔다. 이에 이어 김 회장은 광복회의 회장으로서 ‘친일찬양금지법’을 만들어 독립운동가에 대한 폄훼를 중단하도록 하는 행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국가유공자와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 달라야 한다”
김 회장은 “광복회가 민족진영을 품고 분단극복에 기여하는 단체로 거듭나고자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민주화운동 진영이나 제주 4.3 유족회, 부마항쟁유족회,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회, 6월항쟁 유족회, 또 3년 전 대한민국을 뜨겁게 했던 촛불항쟁의 관계자들 역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간 주역들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 기득권 세력들이 종북이나 좌파 등의 프레임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사회운동에서 소외시키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는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단체, 왜곡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는 단체가 되고자 하는 것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그가 바라는 광복회의 비전이다.
그러면서 그는 광복회의 유관기관을 현재의 국가보훈처 산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가 처음 국회에 입성한 1992년만 하더라도 독립유공자예우에 대한 단독법이 아예 없어 3년간의 노력 끝에 김 회장은 직접 관련 독립법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는 독립유공자가 국가유공자 안에 포함되어 있어 같은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군인이나 경찰과 달리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하여 국가의 독립을 위해 힘쓴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이를 분리하여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힘쓰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미국도 독립운동가와 남북전쟁 희생자에 대한 대우가 다르고, 프랑스도 나치에 대항하여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인물들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 민중의 자발적인 운동이었던 독립운동 참여자들에 대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적통을 계승한 정부로서 그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친일세력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독립운동지사 및 그 후손들의 아픔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부에서도 독립유공자들의 현실을 알고 지원 나서야”
김 회장은 당선 소감을 통해 “개혁과 통합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역사의 당위, 역사의 정의, 역사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자랑스러운 광복회를 다시 만들도록 다짐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는 독립운동지사 및 그의 후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복회에 배정되는 예산만 하더라도 군경 관련단체에 배정되는 예산의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든 정책은 예산으로 말한다는 김 회장의 말처럼 예산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그를 위해 첫 째로 광복회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정부의 노력 또한 절실히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번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가며 관련행사를 꾸준히 개최해온 이번 정부이니만큼, 민중의 뜻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리더가 가진 정치철학 또는 역사의식이 그 하부에까지 원만히 침투되기는 쉽지 않다. 정부에서는 현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살펴 실제 유공자들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알고 유공자들에 대한 예우 및 지원을 더욱 현실화시켜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의 과거를 지켜온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의 마음을 담아 김원웅 회장이 이끌어갈 새로운 광복회의 미래를 더욱 기대해보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