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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담긴 붓으로 문인화의 아름다움 전하다대한민국미술대전, 대한민국문인화대전 등 다양한 수상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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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1  1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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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담(豪潭) 탁영숙 문인화가

어제의 연습 흔적인 묵향을 맡으며 나는 오늘도 먹을 간다. 여가 시간을 이렇듯 한지와 먹과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다. 검은색 먹을 물 양만 조절하며 접시 위에서 붓과 함께 마술을 부리듯 다시 하얀 한지 위에 몇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 그렇게 한결같이 해 왔다. ‘백 번을 쓰면 본(本)이 될 것이고 천 번을 쓰면 잘 쓴다 소리를 들을 것이며 만 번을 쓰면 명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어느 작가의 말을 그림에서도 그러하리라 믿으며 붓 끝에 달고 지낸 듯싶다. 흰 종이에 먹물이 번지듯 문인화에 있어서 변화도 같이 넓게 퍼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여 먹그림 속에 사상을 넣고 철학이 스며들게 하여야 하며, 또한 감상하는 모든 이들이 자기만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작가 정신을 담아 묵향과 함께 할 것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우연히 걷게 된 문인화의 길, 평생의 목표 되다
초정 최유선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 받아

강원도가 고향인 호담 탁영숙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은 소녀였다. 방학 동안에는 벚나무 아래에서 그림을 그렸고 그녀의 실력을 눈여겨 본 교감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계속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곧바로 업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어느 날 우연히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알게 된 것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지피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 문화센터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이 바로 그녀의 스승이신 초정 최유선 선생님이었다. 문화센터에서 얼마간 수업을 들으며 문인화에 대한 감을 잡게 되었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조금 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워봐야겠다는 마음에 직접 스승님의 화실을 찾아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보통 문인화에 입문하는 작가들이 서예로부터 시작하는 것과 달리 탁영숙 작가는 바로 문인화를 시작했다. 그렇기에 초정 선생님은 먹과 붓을 다루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며 기초를 다지게 했다. 탁 작가는 “먹과 물만으로도 12가지의 색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선과 여백으로 문인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스승님의 말씀과 더불어 먹물의 성질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긋기부터 사군자에 대한 탄탄한 기초를 다져주셨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먹을 갈아서 그림을 그릴 때 지나치게 세게 갈면 입자가 굵어져 원하는 색과 느낌을 표현하기 힘들다. 또 시중에서 판매하는 먹물은 아교 성분이 많이 섞여있기도 하여 색이 잘 나오지 않고 그림의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초정 선생님은 처음부터 먹을 부드럽게 벼루에 갈고, 그러는 시간 동안 침묵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화선지에 스케치해보는 습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그런 가르침을 충실히 뒤따른 탁 작가는 자신만의 느낌이 담긴 문인화를 창조하면서 서서히 화단에 그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대한민국문인화대전 등 다양한 수상
문인화는 그림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왕실의 귀족이나 사대부, 또는 벼슬을 하지 않는 순수한 문인들이 그리는 그림을 포괄적으로 뜻하는 용어다.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문인화의 형태는 사군자화(四君子畵), 즉 매난국죽(梅蘭菊竹,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솜씨 있게 그리기까지는 수많은 세월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인화를 그리는 작가들 사이에 “난 치기가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단순한 선과 먹색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큰 틀 안에서도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그림을 위해 바친 세월의 무게가 필수적이다.
탁 작가는 “먹을 사용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먹물을 퍼지게 하는 발묵법, 옅은 색의 먹으로 먼저 그림을 그리고 나중에 조금 더 짙은 먹으로 덧칠하는 접묵법, 농․중․담의 세 가지 먹색이 갖춰진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삼묵법 등 다양한 사용법이 있는데,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효과가 모두 다르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만 하더라도 붓의 물 양을 조절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는데 스승님께서도 항상 그림을 보지 말고 물 접시를 먼저 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간단한 차이에서 만들어지는 오묘한 빛의 조화가 저를 꾸준히 문인화의 길로 인도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탁 작가는 대한민국문인화대전 특선과 입선, 한국미술협회 주관 공모전 최우수상, 경기미술문인화대전 특선과 입선 등 다양한 공모전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특유의 미학을 더욱 널리 알려 나갔다. 그녀는 그 중에서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한 <황국(黃菊)>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군자 중에서도 특히 국화를 좋아한다는 작가는 “국전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해 겨우내 연습을 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전시장에서 어떤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그림 속에서 한겨울의 찬바람과 함께 오싹한 한기를 느껴 몸을 움츠린 적이 있다. 그래서 작가 분에게 여쭤봤더니 눈 온 뒤 바람이 부는 날에 먹을 싸들고 나가 벌판에 앉아서 그 풍경을 보고 그렸다고 이야기하셨다. 저도 역시 제 작품 앞에 서있는 모든 이들이 그 향기, 그 느낌, 그 에너지를 그대로 느끼게 하고 감동을 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학생, 성인 대상 문인화 수업 진행해
탁 작가는 현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과에 재학 중으로 문인화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애정을 더욱 깊이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 활동을 하며 배움의 길을 다시 걷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예술가로서의 여정을 더욱 충실히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한 그녀는 학생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문인화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문인화의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부터 차근차근히 더욱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녀가 자신의 과정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 중 하나다. 탁 작가는 “학교에서 문인화 수업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예전에야 신문지에 그림을 그렸지만 지금은 연습할 수 있게끔 화선지뿐만 아니라 먹물, 붓 등 모든 준비물을 갖춰야 하고 학생들이 조심해야 할 점들이 많다. 다만 초등학생들이 사군자를 바로 그리기는 어려워 먼저 수묵화와 문인화에 대해 설명하고 먹물 사용법, 화선지의 성질, 붓 사용법 등을 설명하고 풍경이나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보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밖에도 성인반에서는 문인화 중 사군자를 비롯하여 연, 목련, 소나무를 많이 그리며 때로는 부채나 광목천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수강생들이 작품을 완성하도록 해서 그들이 만족감과 행복감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림은 인내”라는 마음으로 최선 다한다
문인화를 접목한 생활용품 제작 나서

탁 작가는 “그림은 인내”라고 강조한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견뎌내면서 만들어낸 작품이 후에 이름을 더 남길 수 있으며 관객들로부터도 사랑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매화를 하나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분이 그림 앞에 서면 매화 향을 맡을 수 있을 만큼 매화가 쏟아지게 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은 다소 오래 걸렸지만 그 분도 더없이 만족하셨고 그림을 본 또 다른 분은 ‘저 분위기가 나는 그림을 갖고 싶다’고 요청해주시기도 했다. 좋은 작품은 시간과 여유를 갖고 그려야 완성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녀는 국내 예술계에서 서예와 문인화가 조금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서예교육이 활발했지만 지금은 영어학원, 수학학원 등에 밀려 예전과 같은 열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반 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에 서예 수업을 넣어도 학생들이 집에 가기 때문에 원활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일선에서도 꾸준히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직장인들도 회사 안에서 사내 동호회 또는 교육을 통해 사군자, 십군자를 기초로 문인화를 배우고 그것을 토대로 일상의 여유와 함께 효율을 더욱 높이는 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뜻이다.
탁 작가는 현재 문인화를 접목한 생활용품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단순한 감상용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티션이나 쿠션, 가방 등 다양한 제품으로 문인화의 접근성을 높이고 해외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산수화를 비롯해 초보자를 위한 「화조화길잡이」 저자인 심은 이기종 선생의 화실에서 동료, 선배들과 함께 서화론의 ‘경영위치’, ‘수류부채’ 등이 서로의 그림에서 어떻게 운용되었는지 논의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들을 접목한 새로운 장르의 그림을 그려보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이러한 포부를 통해 더욱 빛나게 될 대한민국 예술계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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