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법인 전국대안학교총연합회 김한태 이사장

‘대안학교’란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만들어진, 종래의 학교교육과는 다른 방식을 추구하는 학교를 뜻한다. 대안교육은 제도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대안적 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우리 사회에서도 지난 20년간 더욱 체계적이고 안정된 대안적 학교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있어 왔다. 바로 이러한 대안학교의 발전을 위해 출범한 전국대안학교총연합회는 지난 2016년 설립되어 다양한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학교밖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에 배움에 기회 제공
광복과 6·25사변 후 무지한 사람들에게 교육을 시작하며, 대안학교의 시초를 다지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학교밖 청소년들과 다문화가족, 새터민 등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포용하지 못한 공교육의 실패를 보완하고자 야심차게 출발한 대안학교들은 현장 일선에서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 대안적 시도를 멈추지 않으며 동시에 안정된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대안학교총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김한태 이사장(성지중‧고등학교 이사장)은 농촌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13세 때 해방을 맞이하고, 6.25 때는 지원병으로 군 복무를 했으며 군에 있을 때 야간대학교를 다니면서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는 전역 후에도 살림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삼륜차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때 조수를 채용하려고 공고를 냈는데 대부분이 시골에서 올라온 무학자들이었고 그들을 모아 교육하기 시작한 것이 학교의 출발점이 되었다. 1972년의 일이다.
처음에는 무료로 혼자서 운영했던 학교가 점차 커져 나중에는 대학생들이 이를 도와주기에 이르렀다. 영등포에서 시작했던 학교는 지역개발로 인해 화곡동으로 이사하여 지금 성지 중‧고등학교의 시작이 되었다. 김 이사장은 “초창기에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을 버릴 수는 없었다. 국가 지원도 없이 근근이 운영했지만 대안학교의 시초를 다졌다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저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성지중‧고등학교 이사장으로서 국내 대안학교의 기틀 잡아
정보 교환과 특수 분야 교육 시도 등 다양한 활동
성지중‧고등학교를 통해 국내에 대안학교의 시작을 알린 그가 전국대안학교총연합회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일제 36년 간 진행해왔던 교육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이 현재의 형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의 틀에 박힌 교육과정은 옛날이야기다. 초등학교도 3년이면 끝낼 수 있고 중·고등학교도 빠르게 마무리하면 바로 대학에 들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이어가야 할 교육의 변화이며 전세계 교육의 추세다. 주입식교육에 밀려 자기교육을 못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는 대안학교의 기본 원칙을 되살리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성지중‧고등학교는 현재까지 17,000여 명의 졸업자를 배출했다. 이 중 청소년이 60%, 성인 및 청장년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성지학당을 찾아 오는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에 왜 왔는지를 물었다. 자기의 취미와 특기를 살릴 수 있고 자유롭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학생의 재능은 전반적으로 좋지만 성인이 되면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개개인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대안학교가 더욱 앞장서야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할 때”라고 강조한다.
국내 500여 개 대안학교를 하나로 모으는 전국대안학교총연합회는 교육 내용에 대한 정보 교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여 유학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경연대회, 제빵‧조리‧정보화 등 특수 분야에 대한 교육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한편으로 협회의 역할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교사의 급여나 시설 확충 및 유지를 위한 소모비용을 건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핀란드식 대안학교 교육은 국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 정부에서 벤치마킹하는 것 또한 효율적인 대안학교의 설립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다”라고 이야기했다.

“대안학교의 성장 위해서는 체계적인 지원 필요”
전국 대안학교 정예화에 앞장설 것,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는 교육에 대한 평등부터
김 이사장은 대안학교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인가 대안학교 중 희망하는 학교를 시립으로 전환하여 운영비 전액을 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인가 대안학교도 지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정책은 포퓰리즘에 가깝다. 지금은 전체 대안학교가 과도기에 있지만, 체계적인 지원이 우선 이루어지고 거기에 더해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5년 안에 정규교육에서 대안학교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 예측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협회 사업을 통해 전국 대안학교를 정예화하고 관련법(대안학교 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또한 교육자들이 본인의 수양과 연수 등을 통해 의무와 책임을 느끼게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라도 관의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교육 관료들이 시대의 흐름을 잘 보고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다문화가정 학생도 같은 민족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인들 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차별과 배척의 대상이 아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평등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는 말로 협회의 핵심 비전을 정리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교육은 자율에 맡겨야 되는데 규제, 통제가 너무나 많고 대안교육의 장점을 발굴 육성할 수 있는 것은 교육부의 책임이다. 약 80조원의 예산은 혈세다. 노벨상을 일본과 비교해야한다. 일본은 29개 노벨상 수상자가 있다. 그동안 공립학교, 귀족학교 지원은 아깝지 않다는 식으로 정책을 펴간다고 생각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하고 배려할 때가 온 것으로 예상해야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