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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종이의 촉감과 변화무쌍한 색의 세계가 어우러지는 불이(不二)의 미술…윤순원 작가가 말하는 그의 예술과 세계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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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8  08: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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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순원 작가

나무, 돌, 금속 등을 사용해서 사람이나 자연물의 형상을 구현하는 조각은 3차원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2차원의 예술인 회화와는 확고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조각은 3차원적인 요소를 구현하는 정도와 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기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각의 여러 기법 중에서도 2차원 평면상에 3차원의 형상을 덧붙여 드러내는 기법을 부조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부조의 기법은 평면을 파내어 움푹한 모습으로 3차원적 형태를 드러내는 음각, 평면 위에 3차원적 조각을 덧붙임으로써 형태를 드러내는 양각 등의 기법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부조의 형태를 거부하고 자신의 철학이 담긴 기법과 색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한국미술협회 이사이자 동방예술연구회, 한가람서가회 등의 회원으로서 국내외 개인전 18회, 각종 아트페어 및 회원전 300여 회 등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순원 작가다.

대립과 합체의 입체성을 통해 불이(不二)를 말하다
윤순원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을 입체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입체성이란 상반되는 것들이 대립하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부조 형태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비움의 작업과정이 필요하다. 만들어진 선은 ‘긋는다’는 행위보다 ‘새긴다’는 개념으로 반복적으로 비워낸 선의 흔적 위에 닥죽을 채우고 다시 건조의 과정을 거쳐야 완성하며, 요철의 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음영의 작용은 마치 도장에 음각을 새기면 자연스럽게 양각이 형성되어 그늘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빛처럼 상관적 사유를 한 묶음으로 하는 이중성의 표현이다. 본래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음과 양의 동시성과 일체성을 작가는 비움을 통해 드러내어 발현시킨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존재하는 것, 즉 계곡이 있어야 산이 존재한다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을 보여준다. 하나는 한지라는 ‘소재’, 그리고 또 하나는 그의 작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항아리’의 이미지이다. 그의 이러한 일관적 요소는 그가 거쳐 온 예술의 길과도 관계가 있다.
윤순원 작가는 한때 서예와 문인화로 작품 세계를 하면서 ‘한지’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한지의 매력에 매료된 작가는 2008년부터 닥을 사용한 부조 작업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작가의 이러한 고백처럼 그의 작품은 한지의 ‘결’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몇 번의 거름질을 통해 두터운 질감을 갖게 되는 닥을 사용해 평면에 입체적인 무늬를 만들다 보면, 작품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실낱같은 한지의 결을 느낄 수 있다고 윤순원 작가는 이야기한다.
또한 오랜 시간 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직접 수행을 체험하며 자신의 예술적 정신성을 향상시켜 왔는데 이러한 선적 체험은 작가에게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할 뿐 아니라 나아가서 창의적 사고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작가가 사용하는 또 하나의 이미지인 ‘항아리’는 선가(禪家)의 화두 중 하나인 ‘불이’와 연관이 있다.
불이(不二)는 선가에서 대상을 인식하는 중요한 관점이다. 이는 둘이 아니라는 것은 하나도 아니라는 의미임과 동시에 하나이기도 하고 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윤순원 작가는 과거 잠시 도예를 배우면서 위와 아래를 따로 만들어 하나로 합치는 항아리 제작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작업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이미지로 차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인간의 눈으로 보는 외부 세계와 마음속 세계는 하나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둘일뿐이고 마음속 외부 세계의 이미지는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채우는 것이 아닌, 비워내는 것이 나의 작품 세계다
<불이(不二)>연작처럼 강한 듯 차분하게 가라앉은 색감의 작품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또한 한지 고유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배치된 채 은은함, 단아함을 심어주는 작품이 많으며, 단색의 주조 아래 빚어낸 구성미를 통한 여백의 확장은 물론 사고의 유형을 넓히는 방향으로 이미 마음껏 고요하게 부유하고 있는 선과 한지의 맛, 자연스럽게 배어난 여운만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작가의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그것이 만약 무위(無爲)와 진인(眞人), 도(道)를 지향하는 예술이라면 가급적 군더더기는 배제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덜어낼 때 비로소 삶에 대한 깊이를 통찰하는 울림, 비움으로서의 채움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윤순원 작가의 작품들은 외계를 내계로 수용해 감성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끊임없는 반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겉보기엔 분명 형상과 도식에 충실하고, 상징의 나열일 수 있으나, 그의 그림엔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필적 기호들이 가득 숨어 있다는 사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론 그 기호는 일차적으로 현실의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드러내며 자신을 찾아가는 자아, 그 여정을 열람케 하는 문(門)과 같다. 하지만 이차적으론 인간이 현실을 살아가는 한 사라지지 않을 영원성의 과정, 변화하려는 욕구이며 한편 그의 근작들은 삶의 한편에 물러서 있는 명상성을 일깨운다.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윤순원 작가는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에서 무언가를 느끼길 바라는 것은 관객에게 느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만약 캔버스에 분홍색을 칠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봄’, ‘진달래꽃’ 등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 작가가 항상 그러한 이미지를 의도하고 작품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물론 작가는 작품에 대한 의도와 철학은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엔 뛰어난 사람들이 많으며 자신은 아직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작품 안에 자신의 생각을 채워 강요하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욕심과 의도를 더욱 비워내고, 관객과 작품이 더욱 순수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운순원 작가는 이야기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스스로가 생각하고 의도하는 비움이나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을 배제하며 그에 대한 이중성 내지는 허상의 측면을 강조한다. 자신의 작품이 갖는 특징으로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한지의 포근한 촉감, 그리고 그 촉감이 가져다주는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윤순원 작가는 존경하거나 멘토로 여기는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소유를 실천하시고 수행자의 삶을 사시며 글로써 많은 가르침을 남기신 법정 스님과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색(色)의 대가, 마크 로스코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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