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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내면을 투영한 ‘밀밭과 나’ 작품붓 대신 나이프 활용, 새로운 창작세계 펼쳐가
홍기인 기자  |  foru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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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30  08: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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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작가

기억의 조각 포용해 자연스럽게 그려낸 풍경화 작품들
화가 이수진은 풍경화를 주로 하는 자연주의 작가다. 회화전공자 답게 구도, 색채 등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다. 초기에는 고전적인 풍경화가 주를 이뤘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원근이 어느 정도 생략되거나, 아니면 사라지는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이태리의 ‘베네치아’, 미국의 ‘폭포’ 등이 그러한데 뭔가 뭉개거나 민듯한 독창성이 나타난다. 특히 ‘밀밭과 나’ 작품을 보면 그런 흔적이 역력하다. 여럿의 작품 중 가장 큰 이 작품은 독특한 구성으로 시선을 끌게 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밀밭 그림 아래에는 작은 이젤 그림이 들어 있다. 그림 속 그림인 셈이다. 이젤은 밀밭을 보며 그림 작업을 하던 작가가 머물렀던 가상의 흔적을 의미한다. 그림 속 이젤 앞은 사람이 없다. 작은 이젤은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넓은 평원의 밀밭을 소재로 한 작품은 봄, 여름, 가을로 계절이 바뀌면서 초록에서 갈색으로 변해가는 풍경을 적당한 생략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계절마다 변해가는 자연의 웅혼함과 작가가 머물렀던 흔적을 동시에 강조하고자 함이다. 그림은 작가가 살면서 체험했던 것을 중년에 들어 긍정적이고 좋은 마음을 갖고 넓은 평원처럼 포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엔 삶에서 약간의 풍파를 견디듯 가끔은 바람에 출렁대는 밀의 모습도 상상되어 진다. 작은 이젤 속에서 화면 밖으로 삐져나온 구름도 그림의 일부로 읽혀진다. 그리하여 작품 속 대자연은 작가와 하나의 동질체가 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가을의 대청호 갈대, 사진을 찍어 회화로 옮긴 충북 보은의 솔밭 등 모두가 작가의 심상에서 빚어진 것들이다. 국내외 자연을 담은 수작들로 이 작가는 환경미술협회 최우수 작가, 대한민국정수미술대전, 한국문화미술대전 등 수상 작가로 선정되었다.

10년간 미국생활 후 영어강사 병행, 작품 활동 이어가
이수진 작가는 애초에 화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아니었다. 어렷을 때 아이들이 그러하듯 하고픈 것과 꿈이 많았다. 매일 이쁜 옷 입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고, 기자처럼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알아가는 걸 직업으로 삼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림과 인연은 자연스런 환경 때문이었다. 그림 기억은 여섯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이 작가의 엄마는 사업이 한창 커나가는 중이라 바빴기에 집에 같이 살던 화가 고모를 따라 아침마다 화실로 출근을 했다. 이 작가는 물풀에 파란 물감을 섞어서 스케치북에 쏟아붓고 손가락으로 동글동글 그리면서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모와 삼촌들이 이젤을 놓고 석고상을 그리던 커다란 화실 한쪽 소파에서 얼마나 신났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끄적거리며, 오리고 붙이고 놀다 온 기억들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어른들이 다니는 화실에 다니며 하루종일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였을까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손재주는 이미 또래 친구들과는 비교가 안됐다. “손으로 꼬물꼬물 거리는 걸 좋아라 해서 6살 꼬마가 잘도 따라나섰는지 아니면 요즘 식의 ‘선행학습’으로 학창시절 빛을 본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렇게 소질을 보인 작가는 대전 성모여고에 들어가 미술 선생님의 진심어린 조언으로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 졸업하고 1년 후 결혼과 동시에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작업에 기틀이 잡혔다. 그림만 잘 그리는 미대생의 결혼과 도미(渡美)는 제도적, 물리적으로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를 가져왔고 철저하게 자신의 시선으로, 때로는 ‘버드 아이 뷰’(새의 눈으로 보기)처럼 콩만하게 보이는 시선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버릇이 생겼다. 작가가 가장 공감하는 말은 한국과 미국을 비교할 때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 이라고 한다. 10년간 살던 오리건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 풍광은 그렇게 영구 귀국 후 풍경 시리즈를 하는 동안에도 무심히 튀어나오는 정서로 깊게 각인되었다.

붓 대신 나이프 활용, 자신을 드러내고 힐링하는 작품 추구
이수진 작가는 “어떻게 나를 작품에 더 투영해 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고 말했다. 그녀는 “재현이 아닌 기억의 조각들, 내가 포착한 그리고 싶은 것을 나이프로 찍어 어디에도 보지 못한 깊이 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 고 한다. 이 작가는 2010년부터 풍경화에 인물화, 물감 연구, 사진 공부 등 다양한 시도를 꾀했다. 작품이 변화된 건 점점 나이프 사용이 많아져서다. 이는 어떤 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다는 증거다. 형태를 뭉개고 싶어 들었던 나이프 작업이 재미있어 최근에는 부드러워서 흐드러질 듯한 작약 꽃잎도 거칠게 표현되는 나이프로 마무리되곤 한다. 2년 전 봄부터 시작한 '밀밭과 나' 시리즈는 트랜지션(transition)의 상태이며 모티브다. 전형적인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젊은 부부가 갓난아이들을 아등바등 키워내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적응하며 2,30대의 이 시리즈를 시발점으로 우리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괴리와 과도기 상태를 풀어보고자 한 것이다. 현재 자연전 총무로 많은 애정을 쏟는 그녀는 모임에서 여고 때 미술 선생님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동료 작가들과 12월 6일부터 12일까지 대전 현대갤러리에서 37회 자연전을 가졌다. 올해는 Multinomah Falls(오리건 폭포) 와 Autumn(가을) 등 8점을 출품했다. 작품들은 2020년 카렌다에도 담겨져 선보였다. 이 작가는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품다 보면 나만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넓은 밭이 되고 좋은 사람, 큰 사람으로 나도 행복해지고 보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작업에 지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는 열망을 비쳤다. 아울러 지금 성취감과 즐거움을 주는 영어 선생님으로, 평생 동반자인 와이프로, 두 딸의 멋진 엄마로, 친구 같은 며느리이자 든든한 딸, 해피바이러스 같은 친구로서 역할에 충실하며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현실의 삶에서 자칫 팍팍해 질 수 있는데 이수진 작가는 재능에 좋은 성품, 지혜 등을 골고루 갖춘 작가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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