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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刻)을 위해 인생을 바치다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아름다움(美), 불균형 속 조화로움을 담다
신태섭 기자  |  tss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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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18  13: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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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초 심종보 명인

아름다움(美)의 기준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서 다르다. 화려한 美, 전통의 美, 세월의 美...
한 평생 장승과 서각에 빠져 각(刻)을 위해 인생을 바쳐온 심종보 명인에게 아름다움이란 세월의 흔적이다. 오랜 세월 거친 비바람을 맞으며, 고단한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장승은 그에게 무엇보다 큰 아름다움과 행복을 선사한다. 그가 제작한 장승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들이 살아온 거친 인생을 대신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의 풍파를 오롯이 담은 장승의 모습은 과거 우리네의 거칠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상념에 잠기게 한다.

   
▲ 정호승-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머금은 장승, 심종보 명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
치악산이 위치한 원주, 물 좋고 산 깊은 이곳에서 구불구불 시골길을 오르다보면, 단초 심종보 명인의 작업실이 위치해 있다. 입구에서부터 우락부락하고 변화무쌍한 표정의 장승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마치 자신을 탄생시킨 주인님을 지키기라도 하는 듯...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마치 역사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각종 오래된 예술작품들이 즐비하다. 단초 심종보 명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예로부터 장승은 형상과 크기, 채색이 일정하지 않으나 모양이 괴엄(魁嚴)한 점만은 일치한다. 밖에서 들어오는 재앙을 막고 마을의 안밖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했던 장승은 우리들 인간이 겪어야 할 풍파를 몸소 대신 겪은 듯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왔다.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머금은 장승의 모습, 거친 표현, 불균형 속에 조화로움을 담은 장승의 모습, 이러한 심종보 명인의 작품을 보면 고개를 기웃거리며 잠시 상념에 잠기게 된다. 마치 장승이 간직한 오랜 과거를 추측이라도 해보려는 듯 말이다.
심종보 명인 역시 어린 시절 그러한 장승의 모습을 보며 장승과의 사랑에 빠졌다.
“20대 시절 고향에서 절벽위에 서있는 장승 한 쌍을 마주했다. 어린 시절에는 차마 올라가보지 못했던 곳이었다. 이끼에 덮인 채 세월의 흔적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으나 오랜 시간 한곳을 지키고 있는 장승의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가슴이 벅차오르던 그때를 잊을 수 없다”

   
 

정형적이지 않고, 불규칙속의 조화로움을 담은 아름다움
심종보 명인은 그 후 장승작업에 심취했다. 전통의 방식을 찾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했고, 전국 산하의 장승을 찾아다녔다. 이후 2001년 원주 치악제 장승경연대회, 예술대제전, 동아국제미술대전 등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이름을 알렸다. 2008년 솟대 디자인, 2009년 장승 디자인 특허를 받고 전통서각과 전통장승의 명인에 올랐다.
심 명인은 1000미터 이상의 고지에서 직접 나무를 채취해 장승을 조각한다. 평범한 나무가 아닌 굴곡이 심하고 기묘한 모양의 나무를 찾는다. 구불구불 못생겼던 나무는 생명력이라도 부여받은 듯 개성 있는 장승으로 변한다.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면 세월의 흔적을 표현하고자 거친 비바람 속에 버려둔다. 그렇게 오랜 시간 후에 그만의 장승이 탄생한다. 일반적인 장승의 모습은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어, 보고 있자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재앙을 쫒기 위함이다. 하지만 심 명인의 장승은 무서운 표정은 하고 있으나, 전혀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근엄하고 친근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의 작품은 정형적이지 않고, 불규칙속의 조화가 있다. 불규칙적이지만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다. 한국의 두리뭉실한 문화, 그 속에 있는 한국인만의 정을 느낄 수 있다. 고집스런 표정의 장승, 타협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장승의 모습은 예술가의 고집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까지...

   
 

나뭇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 서각의 아름다움. 생명력과 조화를 이루다
그는 서각의 명인이기도 하다. 서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예술이다. 목판에 글을 새긴 팔만대장경도 서각 작품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심종보 명인은 전통 방식의 서각방법론에 대해서 꾸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과거 강원전통문화연구회를 창설하기도 한 심 명인은 우리의 전통 예술인 서각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동시에 명인전승아카데미를 통해 후학 양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심종보 명인의 기법은 매우 독특하다. 그는 과거 전통방식의 서각 방법론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이어간 끝에 일반적인 평면 기법이 아닌 표면을 경사지게 새김질하여 글자들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독창적인 낙관구조를 개발했다. 실용신안등록도 출원했다.

   
 

서각은 나무가 가지고 있던 생명력과 조화를 이루는 것
나뭇결의 아름다움을 살린 서각의 아름다움은 심 명인의 손에서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서각에서도 거친 아름다움과 불균형 속 조화로움을 표방하는 그만의 작품세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각은 여러 가지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종합예술작품과도 같다. 동양화나 서예 등 전통 예술의 형식이 2차원의 종이 안에 머무르는데 반해 그것을 3차원의 작품을 형상화한다. 인공물질이 아닌 나무에 작업을 함으로써, 나무가 가지고 있던 생명력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장 기본인 나무의 결을 따라서 조각하는 것은 나무의 생명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거스른다면 조각을 할 수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심종보 명인은 2009년 전통 목공예 지도자 자격을 인증 받고, 고려대학교 서예문인화 서각강사로 활동하였다. 또한 200회 이상 초대작가전 및 개인전에 참여해 온 심 명인은 최근에는 후학양성을 위해 의미 있는 행사도 진행했다. 전국 아카데미 제자들과 함께하는 전시회를 가졌다. 전국 62곳의 명인전승아카데미가 참여한 최대 규모의 전시였다. 심 명인은 “준비위원장으로서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 자기 혼자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들 수 있다. 서로의 작품을 보며 감상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심 명인은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위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심종보 명인은 “국내에서는 예술인들의 생활여건이 너무 열악하다.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예술인들이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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