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기초푸드뱅크 정옥선 대표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대한민국이 큰 홍역을 앓고 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 VS 응원 글이 팽팽하게 맞서며 국론이 양분화 되어가고 있고, 여기에 차이나게이트를 앞세운 중국의 음모론까지 나오면서 그야말로 난리가 아니다.
흉흉한 사회 분위기 속,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풍토 속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나눔과 봉사를 더욱 꿋꿋하게 펼치는 곳이 있다. 바로 ‘천안기초푸드뱅크(대표 정옥선)’다. 지난 1월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에서 생활고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직도 우리 곁에는 생활고로 인해 끼니조차 거르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 천안기초푸드뱅크는 이러한 이웃에게 그야말로 천사보다 더 천사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천안기초푸드뱅크, 전국 최고액인 35억 가량의 물품 지원 달성
천안 하늘샘교회 주차장 한곳에 자리 잡은 허름한 몇 개의 콘테이너 건물. 건물은 비록 볼품없어 보일지 몰라도 지난해 35억원 상당의 식품을 만 명의 어려운 이웃에게 지원한 민간단체 ‘천안기초푸드뱅크(대표 정옥선)의 사무실이다. 이는 전국 470개의 푸드뱅크 중 최고액으로 이곳의 그동안의 사업 내용을 보면 이 기록은 더욱 놀랍다.
푸드뱅크는 1967년 미국에서 설립된 단체다. 우리나라에는 IMF가 찾아왔던 1998년부터 도입되었다. 식품의 생산·유통·판매·소비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남은 먹거리들을 식품 제조업체나 개인 등 기탁자들로부터 제공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복지시설이나 개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식품지원 복지 서비스 단체이다. 기초생활수급자, 결식아동, 독거노인, 무료급식소, 노숙자쉼터, 사회복지시설 등의 소외계층을 돕고, 동시에 먹거리 자원을 사회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현재 17개소의 광역푸드뱅크, 323개소의 기초푸드뱅크, 129개소의 푸드마켓이 설치 및 운영되고 있다. (2018년 기준)

도움이 절실한 차상위 계급, 두발로 뛰면 한 분이라도 더 도울 수 있어
2017년 1월 1일부터 수탁 운영을 인수받은 정옥선 대표는 몸으로 뛰면서 지역의 기업, 마트, 소상공인 등을 적극 설득했다. 이런 정 대표의 노력은 지역 기업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고, 2018년 35억원 상당의 제품을 기탁 받아 차상위 계층에게 지원했다. 이중 자체 영업으로 얻은 기탁만 25억원에 이른다. 정옥선 대표는 “천안에 기초생활수급자만 2만 명이 넘는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기초생활비를 못 받는 이들도 많다. 내가 발로 뛰면 한 분이라도 더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충남뿐만 아니라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어디든 기탁 업체를 찾아다녔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국이 한창 시끄럽던 2월, 본지 기자가 찾은 날에도 충남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직접 공수 받은 케이크, 빵, 유제품, 음료수 등이 사무실 안에 가득했다. 쉴 새 없이 여러 복지기관에서 방문해 자신들에게 할당받은 제품을 수령해갔다. 직원부터 자원봉사자, 배급을 받는 이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묵묵히 맡은바 일에만 충실했다.
방문이 가능한 이들은 직접 방문해서 수령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자원봉사자가 직접 방문 전달한다. 수급자 중에는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2~3시간 거리에서 찾아오는 노인들도 있을 정도로 도움이 절실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몇 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업무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곳의 상주 직원은 정 대표와 69세 직원 단 두 명이다. 정옥선 대표는 “천안 하늘샘교회 목사님께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나에게 처음 일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 막상해보니 쉽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옥선 대표의 힘겨운 노력, 사회 각층의 도움으로 이어지며 사업에 탄력 받다
정 대표가 처음 천안기초푸드를 맡았을 당시 이곳의 재원은 고작 2600만원 이었으며, 업무를 지원하는 사회복무요원은 단 1명이었다. 업체에 가서 기탁물품을 받아오고, 배송할 유류비는 물론 업무를 진행할 인원조차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정 대표는 “처음에 모든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개인 생활 없이 여기에만 매달렸다.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일하니 몸이 피곤해도 힘든 줄 몰랐고, 사비가 들어가도 아까운 줄 몰랐다”고 언급했다. 그녀는 충남도청과 천안시청을 찾아가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하여 지원금 8710만원과 5명의 사회복무요원을 추가로 얻어냈다. 이러한 정 대표의 노력은 12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끌어 모았고, 사업 또한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수급자들의 웃음과 기쁨이 가장 큰 보답, 마지막 소망은 노인들의 마지막 안식처 만드는 것
이곳에서 취급하는 제품은 식품을 비롯한 모든 생활용품이다. 주는 것은 다 받는다. 마스크도 기부 받아 우선 보급했다. 코스트코 코리아, CJ, 신석식품 같은 대기업부터 작은 소상공인 까지, 전국에서 이곳으로 모인 각종 제품들은 매주 2,4째 주에 배분한다. 이와는 별도로 정 대표가 매일 오전 30여 곳의 제과점을 돌며 식품을 추가로 제공받고 있다. 또한 150여 곳의 기업으로부터 후원받아 매일 176개의 각종 시설에 생필품을 나누어주는 활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천안지역 대표 건설기업인 ㈜활림건설(대표 전용갑)에서 물품수령과 배송을 위한 차량이 노후화로 원활한 운행이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원활한 차량이동과 신선한 식품 유지를 위해 1톤 냉동 탑차를 선뜻 기증했다.
이처럼 정 대표의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지자체와 여러 민관기관의 지원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배급할 양이 부족해서 선착순으로 우선 배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그녀는 더욱 많은 따뜻한 손길을 부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물품 확보를 위해 전국을 다니고, 원활한 배급을 위해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만 수급자들의 웃음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저에게 임무가 주어지는 그날까지 사명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욱 많은 분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소망은 요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마지막 안식처를 만들고 싶다”고 전하며 지속적인 나눔과 봉사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