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미국으로 진출한 국내의 중소유망기업이 범죄자로 몰려,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가 되었던 사례가 있었다. 한국터보기계 이헌석 대표는 작년 10월말, 미국 정부에 보낸 중재 의향서에 ‘미국 정부는 약 1,000만 달러를 손해배상하라’고 기재하며 당시 일부 수출 제품의 단순표기 실수가 미국정부를 대상으로 한 사기 혐의로 부풀려진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한민국기술대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한 한국터보기계(KTurbo)는 고성능 송풍기와 압축기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전,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며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그러한 가운데, 자사의 기술과 제품에 높은 관심을 표한 글로벌 공압기기 업체 독일 아르젠과 기술이전 계약 요청 및 의향서를 체결한 부분이 경제계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년 10월, KTurbo USA 직원이 미국 환경청(EPA)에 ARRA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진술하면서, KTurbo는 EPLS 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터보기계 측은 “EPLS는 미국 연방정부와 계약하는 것이 금지되는 행정조치다. KTurbo는 미국 연방정부와 계약할 일이 없으며 미국 지방정부와 계약할 일은 더더욱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2011년 기술이전 계약체결(총 가치 650억원)이후, 아르젠은 KTurbo가 EPLS에 올라가자마자 영업을 중단하며 국내 수주를 제외한 KTurbo의 수주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아르젠 측은 ARRA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하여, KTurbo의 자산을 양수받아 직접 생산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터보기계는 이에 대해 “어떤 제조업체도 ARRA법의 대상이 아니다. ARRA법은 연방보조금법으로써, 연방보조금을 받는 지방정부가 미국산을 구매하는 의무를 지닌다. 따라서, 아르센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10월, KTurbo의 ARRA법 위반과 관련된 아르젠의 손해배상 목적으로 자산양수도 계약이 체결됐고, KTurbo는 아르젠에 직원 및 특수장비, 공장까지 모두 넘겨 아르젠이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3년간의 독점 생산권한이 박탈된 것은 물론이었다.

작년에 귀국한 이헌석 대표는 KTurbo와 아르젠 모두 ARRA법의 대상이 아님을 알리고, 계약 불성립으로 손실을 보상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양사의 분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터보기계 측은 사기에 의한 무효와 계약의 불성립을 주장하고 있고 아르젠은 ‘자산양수도 계약에서 양수도 목적물이 있으므로 KTurbo가 계약불성립 증명을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터보기계 측은 최근 법무법인과 결별하고 단독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터보기계 이헌석 대표는 “계약이행 소송은 계약의 성립을 우선적으로 아르젠이 증명해야 소송이 성립하는 것이다. 아르젠 측이 증명을 해야 하는데, 법원은 아르젠의 계약성립에 대한 증명없이 판결을 하고자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재판권 없는 판결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법부의 현명한 법 집행으로 두 번 다시 억울한 국내 기업인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