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장창호공방 가풍국 명장

소목장이란 명칭은 신라시대부터 있었지만, 백제의 빗살 창호, 고구려 안악궁터의 가야 토기에 그려진 창의 모습 등에서 소목장의 하나인 창호를 만드는 일은 신라시대 이전부터 존재해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로 오면서 소목장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되었고, 상류층의 건축물로만 여겨지던 소목장은 민간으로 확대되어 종류가 다양해지고, 단순히 ‘창과 문’의 역할을 넘어 창호의 개념은 철학적 사유로까지 인식될 만큼 그 해석의 범위가 넓어졌다. 우리 조상들은 중국과 일본의 창호와 다른 방식으로 우리만의 독특한 창호문화를 만들어냈다. 창호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을 ‘창호장’이라고 하는데 현재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창호장’은 없지만,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오늘날까지 그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명장창호공방 가풍국 명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월간 파워코리아는 명장창호공방 가풍국 명장을 만나 창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인터뷰했다.

수작업을 통해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전통 창호’
창이나 문의 역할 이상의 의미를 지녀
현대의 건축물은 대부분 접착제나 못을 사용하여 고정시키는데 반해, 전통 창호는 홈과 홈을 파내는 수작업을 통해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나무의 결을 살리고, 창호지를 통한 단열성의 효과와 더불어 채광, 공기의 순환까지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전통 창호의 제작 방식은 인스턴트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전통 소목장은 기계적으로 빚어내는 현대적 건축 방식에 밀려서 그 수요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전통의 씨앗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와 피나는 노력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악조건을 이겨내면서까지 전통 창호를 고집하고 있는 극소수의 장인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불기 시작한 웰빙 열풍은 아파트 문화를 전통 인테리어로, 호텔이나 카페 등을 우리 고유의 건축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 피부질환을 예방하는데 우리의 전통 창호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검증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 창호는 창이나 문의 역할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명장창호공방 가풍국 명장은 전통 창호에 대해 “제일 먼저 한옥의 구조를 생각해야 쉽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나라의 기후는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공존하는 독특한 나라다. 우리 조상들은 한반도의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해결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가치로 내세우기 위해서 구조와 재료면에서 장식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더 치중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창호는 나무틀에 한지를 붙이는데, 한지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청각, 시각, 촉각을 모두 차단하는 서양의 문과 달리 시각만 차단하면서 청각과 촉각은 모두 살리는 창조적인 방식을 만들어낸다. 우리 고유의 옻을 한지 창호에 덧바르면 항균작용의 효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목재창호 명장, ‘원목 나이테 상감문’ 개발하다
향후 인천무형문화재에 도전해 대한민국 전통 창호의 맥을 이어갈 것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가풍국 명장은 19세 때 서울로 상경했다. 당시 목공소를 운영하던 형을 통해 자연스럽게 목수의 길을 접했고, 50년 넘게 목수로 살아왔다.
가 명장은 1972년 건축목공기능사보 자격을 취득하고, 수년간 일본, 중동 등 해외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며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 덕분에 그는 일본식 창호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고, 1997년 건축목재시공 기능장 시험에 합격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00년 인천시 신지식인 선정, 문화재 소목장(2834호) 등록, 2004년 대한민국 목재창호 명장(04-14호)에 선정되는 쾌거를 얻었다.
가 명장은 이렇게 목재창호의 장인으로 거듭나는 가운데에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50세 무렵에 검정고시에 도전하며 만학도의 저력을 보였고, 그 결과 고입·대입 검정고시에 최고령으로 합격하며 성화대학 실내인테리어과를 졸업하기에 이르렀다.
학업과 일을 병행해 온 가 명장은 반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원목 나이테 상감문’을 완성했고, 발명특허(제0436520호)를 받았다. ‘원목 나이테 상감문’은 가 명장이 우리나라 나무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근본을 이해해 나무와 교감하는 등 10년의 연구 끝에 탄생했다. ‘원목 나이테 상감문’은 원목 나이테의 미려함을 포인트로 짜맞춤 공법을 적용해 견고하고, 기존 목재창호보다 휨·뒤틀림 등의 결함이 최소화된 제품이다.
특히,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아끼자 사랑하자 소중한 우리나무들 100가지’ 표본이 그의 나무 사랑을 증명한다. ‘아끼자 사랑하자 소중한 우리나무들 100가지’ 표본은 문화재 기능 작품 전시회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현재 산림청 산하 목재박물관, 산림기술연수원, 한양공고, 성화대학, 인천어린이박물관에 기증되어 전시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우리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 명장은 끝으로 인천무형문화재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대한민국 전통 창호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가풍국 명장이 인천무형문화재에 등재되어 후손들에게 전통을 이어줄 수 있는 산증인이 되는 그날이 찾아오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