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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를 평화와 생명의 지대로 인식하는 ‘PLZ페스티벌’주한외교사절과 함께한 ‘금강산 건봉사’ 오프닝 공연
여홍일 기자  |  yeo1998@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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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4  0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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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건봉사에서 열린 ‘PLZ페스티벌’ 오프닝 공연

1500년의 역사가 숨쉬는 금강산의 첫 사찰, 사명대사가 일본에서 부처님의 진신치아사리를 다시 찾아와 모신 우리나라 4대 사찰 중의 한 곳. 부처님의 치아사리는 건봉사에 8과가 봉안되어 있고, 스리랑카에 있는 1과는 스리랑카 국보 1호라고 한다.
장장 6개월간 펼쳐질 2020 PLZ 페스티벌은, 민족과 금강산의 숨결이 살아있는 건봉사에서 시작한다. 1500년간 금강산 자락에서 몇천 개의 암자들과 그들을 관리하던 건봉사의 건물들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소되고 다시 복원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웅전 앞의 공간은 7월 초부터 다시 유적지 발굴을 시작하기에, 우리는 불이문(不二門) 앞에서 오프닝 음악회를 하기로 했다. 건봉사의 불이문은 6‧25전쟁 당시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건물이다.
불이문의 심오한 뜻은, 올해의 주제인 ‘소리안의 소리여!’를 시작하기에 너무나도 적당하다. 너와 나, 생과 사, 선과 악, 번뇌와 해탈이 둘이 아닌 하나이며, 진정한 불이는 해탈의 경지이다. PLZ는 음악의 소리를 넘어, 평화와 생명이 머무는 해탈의 마음, 그 성스러운 곳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래서 ‘소리안의 소리’이다.
김대성의 ‘평화를 위한 기도’는 지난달 그의 고통스런 가족사 과정 중에 씌어졌다. 내가 곡의 위촉을 위해 전화했을 때 그는 무주 덕유산에 있었다. 어려움 가운데지만 최대한의 염원을 담아 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건봉사에서 울릴, 담담하게 파일로 전해진 그의 기도는 어떤 음악일까 기다린다.
그리고 박종성의 하모니카로 듣는 타이스의 명상곡이다. 4세기 이집트의 수도승과 무희의 교차된 삶. 무희를 사랑한 수도승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 타락하고, 오히려 무희는 승화되는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다. 수도승은 그녀의 내세를 위해 기도한다. 짧지만 눈물나게 아름다운 이 곡을 들으면, 선과 악, 생과 사, 그리고 그 경계 없음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어서 자작곡 Run Again을 연주해줄 박종성은 하모니카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음악을 우리에게 선사해주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밤하늘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풀잎 위에 내려앉아 빛의 씨앗 뿌리면..’ 김서현 양의 노래로 ‘반딧불이의 꿈‘을 들어보자. 반딧불이, 그 소박한 생명체가 의미하는 빛의 씨앗은, 삶이 고통스런 경험을 선사하더라도 우리 모두의 가슴 안에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고 있을 터이니...
그리고 소프라노 오은경과 김세일의 ’그리운 금강산‘을 감상하도록 하자. 우리는 지금 금강산 첫 번째 사찰 건봉사의 불이문에 있고,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 모두의 염원이 더해진다면 ’소리안의 소리‘가 되어 북쪽 금강산까지 곳곳에 각인될 것이다.
그리고 슈만의 피아노 4중주. 여러분은 음악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선율 중의 하나인 3악장을 그윽하게 감상하실 것이다.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중에서 지성과 음악, 그 극도로 아름다운 균형을 보여주는 슈만의 작품은, 금강산 자락 깊은 산속 7월의 밤에,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불이문 앞에서, 지성과 감성의 아름다운 결합을 경험하도록 해준다. 4명의 연주자는 삶의 어려움과, 천상의 아름다움과, 서로를 배려하는 공감과 하모니를 통해 우리의 삶이,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이겨내고 만들어가야 할지,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비올라와 첼로의 연주로 보여준다. ‘클래식 음악은 어려워’라는 생각을 내려놓도록 하자. 혹은 ‘이 연주자들의 해석은 어떠한가’라는 비평도 내려놓자. 도무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는 2020년 여름밤, 부처님의 사리가 머무는 어스름한 역사의 장소에서, 우리 모두에게 말이 필요 없이 그저 소리로, 그리고 소리안의 소리로 그 무엇이 전달되도록 최대한 마음을 열어놓도록 하자. 누구의 삶에서나 속세의 그 무엇들을 내려놓은 그런 시간은 필요하다. (예술감독 임미정 노트 중에서)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DMZ(비무장지대)에서 열리는 국제 뮤직페스티벌인 ‘PLZ페스티벌’의 오프닝 공연이, 지난 7월 25일 토요일 18시,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하고 신라시대 지어진 고성군의 ‘금강산 건봉사’에서 막을 열었다.
큰 빗줄기 가운데서 진행된 행사에서, 임미정 예술감독은 ‘오히려 역동적 자연이 주는 생명력을 부각하는 PLZ 페스티벌의 취지가 잘 드러나게 되었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공연은 김성호 강원도행정부지사, 강금실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함명준 고성군수, 박효동 도의회 부의장 외 페테리스 바이바르스(Peteris Vaivars) 주한 라트비아 대사, 하임 호센(Chaim Choshen) 주한 이스라엘 대사, 미하이 시옴펙(Mihai Ciompec) 주한 루마니아 대사 내외 등 외교사절단 50여 명이 참석하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국내 대표 고품격 국영문 월간지인 월간 파워코리아는 오프닝 공연에 앞서 주한외교사절 50여 명을 초청하여 ‘고성 평화 팸투어’에 참가해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평창을 방문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김정숙 여사가 마신 감로차를 선보인 ‘감로700’(대표 이승훈)이 주한외교사절에게 감로차를 선물용으로 증정했다. 월간 파워코리아는 ‘PLZ페스티벌’의 임미정 예술감독과 일문일답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1. PLZ페스티벌의 개최 목적과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PLZ는 DMZ를 ‘Peace and Life Zone’으로 인식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DMZ도 ‘Demilitarized Zone’으로 군대가 없다는 좋은 뜻이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서 그 지역이 상징하는 평화와 생명의 지대로 인식하자는 뜻이지요. 2005년 (사)하나를위한음악재단의 창립부터 그린 콘서트, 평화음악회를 이어왔어요. 2018년, 강원도 양구에 있는 국립 DMZ 자생 식물원에서 PLZ 이니셔티브라는 주제로 실험했었고, 2019년에 PLZ페스티벌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지난해 열렸던 PLZ 페스티벌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작년에는 강원도의 인제군, 양구군 등 2개 군이 참여를 했습니다. 올해는 강원도 내의 접경지역 5개 군이 참여합니다. 동쪽부터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군입니다. 각 군별로 논의를 통해 지역 특색을 살려서 합니다. 군별로 원하는 시기나 장소, 방식 등이 있습니다. 저는 전체적인 결을 정하고요. 상반기에 군별 담당자와 조율과정을 통해 7월 25일 오프닝 이후 12월 국제 컨퍼런스까지 일정을 정했습니다. 아무래도 9월, 10월이 야외공연을 하기에 날씨가 좋으니 9, 10월 중엔 매주 주말 공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태문명에 대한 12월 국제 컨퍼런스를 끝으로 올해의 페스티벌을 마치게 되지요.

3. 올해 PLZ페스티벌의 특징은?
올해는 대부분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 참여와 병행이 되겠습니다. PLZ페스티벌에서는 주로 야외공연이기에, 청중의 참여를 기본 방침으로 했습니다. 물론 마스크나 발열체크 등 실내공연장 규칙을 동일하게 지키는 가운데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그 외에, 내용적으로는 군부대와의 협조를 통해 이루어지는 공연들이 있습니다. 원래 보존 GP와 금강산 전망대, 화살머리 고지에서의 공연을 기획했으나, 최근의 악화된 남북 상황으로 인해 후반부로 미루었고요, 분단과 관련이 있는 곳이나, 자연이 아름답고 상징성이 있는 곳들을 위주로 장소를 정했어요. 군사 지역에서의 공연은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4.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해보다 더욱 많은 장소에서 펼쳐집니다.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에서 공연을 선보이는데, 각각 장소가 지닌 의미가 있을지요?
고성군에선, 금강산 건봉사에서의 오프닝 공연과,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명파교회)에서의 공연을 준비합니다. 금강산 건봉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사찰이고,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보존된 곳이지요. 7월 25일 이곳에서 오프닝 공연을 했습니다. 건봉사는, 올해의 주제인 ‘소리안의 소리여’를 시작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사찰 초입의 불이문(不二門)을 지나면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불이’와 ‘소리안의 소리’는 가장 근원적이고 심오한 철학의 지점을 건드려요. 그리고 인간의 내면, 그 경지에서의 변화가 우리의 현실을 바꾸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인제군에선 10월 중 인제 꽃 축제와 함께 합니다. 양구에서는, 박수근 미술관과 인문학 박물관 공연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또 장터에서도 공연을 합니다. 화천군은 문화예술회관에서 2회의 공연을 합니다. 화천군에서 클래식 음악, 전통적 모습의 공연을 만들자고 하셨어요. 그리고 철원군은, 아주 독특한 공연을 하게 되는데, 화살머리 고지의 유해발굴을 마치는 시점에 추모 음악회와, 고석정, 소이산 전망대, 일제 강점기에 운영된 수도국지입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소예요.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라, 위로 음악회를 하기로 했어요.

5.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들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크게는 PLZ페스티벌 <소리안의 소리여!>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지만, 각 군별로 컬러가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5개의 페스티벌이, 평화와 생명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로 참여하는 것이지요. 고성군의 ‘금강산 가는 길‘은, 금강산의 첫 사찰, 건봉사에서 시작하여, 앞으로 금강산까지 이곳을 통해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어요. 최북단 명파마을에서는 명파교회에서 공연을 하는데 종교적으로도 사찰과 교회에서입니다. 평화를 염원하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꽃과 음악, 그리고 님의 침묵’의 인제군은 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 님의 침묵을 쓰신 한용운 선생님의 만해마을입니다. 만해마을부터 백담사까지의 2KM 길에서 축제가 열리지요. 가을꽃과 함께 만해선생님의 정신이 베여있는 곳에서의 음악회를 만들었어요. 양구군은 박수근 미술관과 인문학 박물관에서 하기에, ‘DMZ에서 연주하는 시와 그림’입니다. 철원군에선 현재 수도국지의 희생자만이 아닌 유엔군의 유해발굴도 진행되고 있어요. 화천군의 주제인 ‘그대를 위한 영원한 노래’는 이 땅에서의 희생과, 아픔을 위로하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리의 음악이 정신세계에서는 분명히 정화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다양한 아티스트(작곡가 김대성,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김다미, 기타 박규희, 하모니카 박종성, 테너 김세일, 노름마치, 아벨 콰르텟 등)를 선정한 기준은?
다양한 연주자들이 참여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하신 음악가들 이외 국악, 사물놀이, 또 발달 장애인 음악가로 구성된 드림위드 앙상블도 있어요. 반도네온 제이피 요프리, 탱고 오케스트라 띠에라, 오프닝에는 김서현 어린이의 노래도 있고요. 저는 연주자들께 취지문을 보내드리고, 평화와 생명의 의미를 살려 참여 및 연주를 하시도록 부탁드려요. 연주자들도 참여를 통해, 이 페스티벌의 정신을 공유하길 바라거든요. 연주자와 청중 모두가 공감하는 평화문화캠페인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마침,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신 이리나 보코바 여사께서 올해부터 명예 조직위원장을 맡아 주셨어요. 유네스코 지정 무형문화유산이라던가 DMZ생물권보존에 대한 유네스코의 정신이, PLZ페스티벌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는 것에 대해 크게 지지하고 공감하시는데, 이번 해는 코로나 때문에 오시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시지요.

7. 예술감독의 연주 및 남북음악교류 활동에 대해서 설명해주신다면?
오프닝 때 위촉곡으로 김대성 씨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해금 박솔미 씨와 함께 연주합니다. 그리고 김다미, 최은식, 김민지 씨와 슈만의 피아노 4중주를 연주해요. 제가 연주를 많이 못하는 게 아쉬운 점이지만, 많은 연주자들의 참여를 도와드리는 것도 좋은 역할인 것 같습니다. 또 올해는 공연계가 위축되기도 해서 되도록 많이 초대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저는 북쪽에 방문해서 다수의 북한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했었습니다. 북한 연주자들이 미국 공연을 했을 때 함께 공연하기도 했고요. 당연히 언젠가 자유롭게 남북의 연주자들이 함께 하고, 또 북쪽 연주자들을 초대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PLZ페스티벌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에서 결실을 맺은 프로젝트이지요. PLZ페스티벌이 언젠가는 북쪽에도 확장되길 바라고 있어요. 사실은 2년 전 제네바에서 남북 함께 공연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적도 있는데요. 2000년 평양 방문 이후 제가 한 많은 활동들은, 항상 남북의 함께함이 키워드였어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PLZ페스티벌의 취지를 유럽이나 북미뿐만이 아닌 전 세계의 지역 음악인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지구상에는 현재 다양한 이유로 남극을 포함한 16개의 DMZ 지역이 있어요. 그런 지역 외에도 분쟁과 어려움이 있는 모든 곳에서 이 페스티벌의 정신을 확장하고 싶어요. 음악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시작이 우리나라의 DMZ이고요.

8. 평양 방문 연주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신다면?
뉴욕에 있을 때 재미음악가의 신분으로 방문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을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협연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작곡가 윤충남의 피아노 협주곡 ‘조선은 하나다’를 연주했어요. 이 공연을 북쪽의 많은 분들이 보기 때문에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국을 할 때는 공항 직원들도 저를 알아보더군요. 기분도 좋았고 느낌이 묘했습니다. 이후 아리랑, 돈 돌라리 등 솔로곡도 연주했고, 우리나라에서 곡을 소개하기 위해 제 독주회 때 초연도 했습니다. 아리랑은 100분 이상 많은 분들에게 악보도 공유했고, 디지털 싱글 음반도 냈어요. 화려하고 흥도 나는 멋진 곡이라 누구나 좋아하시더군요.

8-1. 북한의 음악수준은 어느정도인가요?
높습니다. 우리 민족의 뛰어난 음악수준은 역시 동일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또 러시아나 폴란드 등 동유럽의 클래식 음악교육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음악교육도 체계가 잘 되어 있습니다. 다만, 아주 다양한 접근을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대중의 이해가 중요하다 보니, 창작곡은 절가(노래) 형식의 기악음악이 많고요. 차이코프스키 콩쿨 성악 1위 입상자 두 분과 함께 공연을 했었는데, 민족음악적인 성격의 노래를 많이 하시더군요. 요즘엔 많은 북한 연주자들의 공연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는데, 국제 콩쿨에 나가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남북 양쪽의 음악 미래가 아주 흥미로워요. 클래식 음악계에서 대단한 구심점을 가질 것 같습니다.

9. PLZ페스티벌은 생명과 평화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데요. 프로그램 선정에 있어서 이 주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요? 아무래도 모든 프로그램을 ‘평화’라는 주제에 맞추어 준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듯한데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구성하시나요?
음악은 원래가 생명, 평화, 자연, 사랑, 이성, 휴머니즘 등의 고귀한 생각을 소리로 구현한 것이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음악은 모두 이 주제와 함께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은 몇백 년을 살아남은 인간의 심오한 부분과 교감해왔던 가볍지 않은 창작물들이잖아요.
저는 모든 프로그램에 예술 감독 노트를 쓰는데요. 특별한 방식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장소의 의미와 곡의 의미, 또 연주자를 모신 이유 등을 복합적으로 작성해요. 혹은 제 개인적인 소회를 넣기도 하고요. 지형 때문에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양구 펀치볼 전쟁기념관과 국립DMZ자생식물원에서의 공연은, 70여 년 전에 이 장소에서 죽어가던 어린 청년들에게, 지금 우리가 새로운 생명이 돋아난 아름다운 자연 안에서 하고 있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장소이기에 아름답고 투명한 모차르트를 소개한다. 제게는 이런 복합적 설명을 통해, 그 장소에서의 음악을 듣는 시간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음악 안의 역사적 혹은 감상적 의미 포인트들을 꿰매서 소개하는 역할이 아주 보람 있게 느껴집니다. 이런 각도로 소개할 때 클래식 음악을 평소 많이 듣던 분들이나, 밭에서 농사를 하시다 들른 분들이나 모두 그 순간의 음악을 내 것으로 느끼시거든요.

10. 2019년 PLZ페스티벌은 신병교육대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며 수많은 관중과 함께했는데요. 현재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는 어떻게 축제를 준비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어떤 무대에서 어떤 형태로 연주가 진행되는지, 또 라이브 무대 외에 고민 중인 방안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앞에 말씀드렸듯이 온라인으로 함께 소개할 예정이고, 대부분이 야외공연이라, 그래도 어렵지만 코로나 예방 상황이 실내공연장보다 약간 나은 것 같긴 합니다. 보통은 청중들이 어떻게 하면 자연과 어울리며 감상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이슈라서, 넓은 곳에선 나무 배치나 지형에 다라 자연스럽게 의자가 놓아질 거예요.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적합한 방법일 것 같은데요. 장소마다 특색이 있어서 최대한 편안하면서도 안전한 참여가 되시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군부대 음악회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11. 다큐멘터리 제작 또한 진행 중이라 들었습니다. 처음 기획과정에서의 다큐멘터리 제작 목적과 의도를 비롯해 어떤 내용을 담아 선보일 예정인지요?
작년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람사르 습지인 인제군 용늪에서 김다미 씨의 바흐와, 제가 양구 펀치볼을 바라보는 식물원에서 피아노를 놓고 아리랑을 연주했지요. 자연 안에 악기가 놓여있는 모습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제게는 그 풍경 자체가 항상 울림이 커요. 올해는 저희의 취지를 잘 아는 아르떼 TV와 그리고 조원국 PD가 다큐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DMZ에서 음악으로 PLZ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담으시려고 하더군요. PLZ의 음악회들이 담기고, 회의하며 준비하는 장면들도 들어갑니다. 국방부와 유엔사령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지역에서의 음악회 추진과정 등도 소개하고요. 이 부분에 대해선 남북관계가 지금 안 좋아서 저도 최종 모습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기다려보아야지요.

12.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광복 75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런 분쟁과 평화가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예술가들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예술의 내용은 그 모든 정신을 담고 있어요. 올해의 타이틀인 ‘소리안의 소리여!’는 그것을 축약하고 있고요. 음악소리안의 그 정신을요. 결국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이 더 나은 상태를 바래야 현실이 바뀌는 것이거든요. 그 정신을 불러내고 싶은 마음을 ‘소리여!’라고 표현했고요. 그런데 이런 중요한 예술을 하면서, 우리는 너무 내면으로만 들어가서 훈련하다보니, 사회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일구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부족할 때가 많아요. 우리가 언어로, 논리로 음악 안의 정신을 잘 표현하면 좋겠지만, 현대사회의 방대하고 복잡함 속에서 사회 다른 영역과 똑같은 언어로 소통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우리의 예술활동을 문화활동 혹은 고급 엔터테인먼트의 영역 안에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정신예술적 활동들을, 이런 복합적 의미의 페스티벌에 담아서 표현하면 누구에게나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DMZ를 PLZ로 하자하는 것은, 이 땅에서 일어난 역사를 보는 방식과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거든요. 그리고 아름다운 방식이잖아요. 자연과 삶과 예술을 즐기면서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과 깊은 성찰이 동반된 즐거운 예술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각 군들에게는 국제적 관광자원이 되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었습니다. DMZ 지역의 안보관광을 넘어,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음악이 함께하는 국제적인 평화와 생명의 지역으로 만들어보자고요. 이런 새로운 시도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음악이 사회에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거든요.

13. 음악에 평화를 이끄는 힘이 있다고 보시나요? 그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감독님께서 실제 삶에서 느꼈던 음악의 힘과 음악으로 인한 삶의 변화의 경험이 있으시다면 함께 말씀해주세요.
인간은 간단하게 정의하기가 힘든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내면에는 각자의 컬러와 수많은 조각이 복잡하게 조합되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학생 때 연주 준비가 안 되었을 때는 암기나 틀리는 것을 걱정하고 연주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청중에게 걱정만 전달되었지 않았을까 해요. 그런데, 무대에서 제가 진정으로 몰입할 때 전달되는 에너지는 다른 것 같아요. 연주 후 청중으로부터의 피드백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마치고 나면 정화되는 느낌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PLZ페스티벌에선 제가 연주자들께 취지를 설명드리고 연주에 임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14. 마지막으로, 앞으로 PLZ페스티벌이 나아갈 방향성과 비전, 앞으로 페스티벌을 통해 도전해보고 음악과 무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음악 이야기는 아닌데, 오래전에 히로시마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갔었어요. 그 안에 들어서서 원자폭탄에 희생된 사람들의 사진을 보는 순간, 오열이 나왔어요. 우리나라의 힘들고 아픈 역사 이외에도, 그동안 인류가 서로에게 가한 그 모든 것은 이제는 일어나선 안 되는 것이지요. 히로시마의 전쟁 사진의 경험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난 힘으로 교감될 수 있음을 믿으면서 음악으로 평화에 대한 에너지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이 페스티벌이 정말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DMZ에서 치유와 회복, 그리고 ‘Peace and life’라는 희망을 음악으로 보여준다면, 그래서 전 세계의 많은 아픔의 역사가 있던 지역들에서 함께한다면, 인류가 함께 다짐하는 서약의 캠페인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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