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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빔지공예 적극적으로 알린 이유미 작가를 만나다.
지윤석 기자  |  jsong_ps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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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8  11: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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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종이’라고 일컬어지는 한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전통성 있는 키워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미 지난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도 사용될 만큼 전통한지는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과 실용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시대의 빠른 흐름을 이유로 다소 우리의 일상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점이 못내 아쉽다.
한편,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유미 작가가 창시한 ‘한지빔지공예’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빔지란 ‘종이를 직접 비벼 꼬아만든 끈’이라는 순 우리말로서 2005년 지승사공예로 시작하여, 2013년 한지연사공예, 그리고 2018년부터 현재의 한지빔지공예로 명명되어왔다. 이 가운데 이유미 작가는 빔지를 이용하여 기물에 잘라 붙이는 공예법인 한지빔지공예를 창시했고 현재까지 전통지승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한지공예용 빔지를 직접 생산하여 많은 작품에 사용하고 있다. 한지人 이유미 작가는 전통한지공예작가로 입문하여 작품 활동을 하던 중, 2005년부터 빔지라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 생산하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며 본격적인 한지빔지공예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위해, 그녀가 있는 용인 해랑공예학원을 찾았다.

 

   
 

기자. 심플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겠다. 한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유미 작가. 무엇보다도 한지는 인과 가장 가까운 ‘살아있는 종이’다. 같은 이유로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닥나무껍질로 만들어진 한지는 실제로 심리적, 정신적 치료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한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더우면 더운 대로 팽팽해졌다가, 흐린 날씨에 습기가 차면 물을 한껏 머금고 부드러워진다. 마치 환경에 걸맞게 적절한 융화가 된다고나 할까. 예로부터 가장 서민적인 공예로 우리 생활과 더욱 밀접해 있어, 보다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요소다. 한지로 만든 통에 쌀을 담아놓으면 벌레가 생기지 않고, 장롱에 한지를 넣어두면 탈취효과가 있는 등 이미 우리 생활에 잘 알려진 팁들이 많다. 공식적인 한(韓)브랜드의 대표 재료로서 실생활에 녹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지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다만, 점차적으로 한지를 만드시는 분들도, 한지공예공방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좀 씁쓸하다.

기자. 말씀하신대로 전통한지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유미 작가. 시대적 흐름의 변화로 인한 안타까운 잊혀짐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은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게 말해)번잡스러운 과정 자체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 편이다. 우스갯소리로 노래방에 가서도 1절만 부르고 음악을 꺼버린다더라.(웃음) 한지공예라는 것이 한 작업, 한 작업할 때마다 작업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인내’를 필요로 하기에 지금 현대인들의 인내심에선 다소 버거운 작업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교 수업과정 속에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육은 하지 않으려는 양상도 있다. 그렇게 한지 수요가 줄어드니 한지를 생산하던 기존 공장들이 사라지고 한지의 가격은 점차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지인들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대공예 쪽으로 많이 넘어가게 되었다. 공정과정 자체가 인내를 요구한다는 것, 어쩌면 ‘빨리빨리’를 외치는 시대에 슬로우공예를 고집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지 않은가. 저 역시, 본격적인 한지작가로 활동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방황을 겪어야만 했다. 그 방황의 과정이란 획일화된 디자인, 체계없는 제작방법, 수익창출에 있어 절대적인 가격경쟁력의 저하, 상품개발의 부재, 질 낮은 교육으로 인한 편견 등이었다. 때론 혼자만의 습작으로 졸작을 만들기도 했고 도움 받고자 찾은 한지공방교육에서의 역부족으로 갈증을 느끼며 심한 방황을 겪었다.

 

   
 

기자. 정말 전통 한지의 희망은 없는 걸까? 한지빔지공예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유미 작가.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모든 분야가 힘들겠지만 우선적으론 전통공예작가들이나 무형문화재를 비롯한 전통공예인들이 외면당하는 시대인 것은 사실이다. 쉽게 말해, 일단 먹고 살아야함에도 수요가 없어 경제적으로 힘이 드는 것이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한지빔지공예'의 시작 역시, 전통한지공예로부터 느꼈던 1%의 부족한 갈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본래 전통한지공예의 한 분야인 한지를 꼬아 만든 지노, 지승을 엮어 기물을 만드는 '전통지승공예'에 관심이 있었으나 인내를 요하는 기술 습득 과정과 그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저하 등으로 현대인의 시각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작업시간을 최소화하고 가격경쟁력과 현대인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매트제작기법'을 개발하여 지승을 붙이는 공예로 창작에 매진하기 시작할 때, 고마운 인연들의 합류로 비로소 본격적인 전통지승과 근접한, 빔지를 이용한 작품 샘플링을 할 수 있었다. 기존 전통공예에 일반인이 보다 선호하는 현대공예를 접목하여 꼴라쥬를 만드는 작업 역시, 그 과정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불어, 기존에 널리 퍼져있는 한지 백골 반제품으로는 빔지공예의 독보적인 자리매김에 부족하다는 생각에 디자인개발(빛과 공간 시리즈)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곧, 전통에 현대를 입히는 기본작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까지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기자. 네이버밴드 등 온라인 반응을 살펴보니 작품에 대한 반응들이 높은 편이더라.
이유미 작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이번 인터뷰 기회를 빌어, 털어놓지만 처음엔 정말 전통공예만 고집하고 싶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시대적 변화에도 적응을 해야만 했다. 같은 이유로 능력이 출중한 현대공예인을 직접 모셔오자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고 현재에 다다르게 되었다. 현대적인 전통공예품을 많이 창작하여 발표함으로 인해서, 해랑공예학원에 현대공예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참여를 한다. 저는 새롭게 창시해낸 '한지빔지공예' 앞에서 ‘최고이기 이전에 최선을 다하리’라는 다짐으로 후학에 남은 생을 바치기 위해, 현재의 대학강의와 공예학원 운영을 겸하고 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한지인으로서 후손들에게 무엇인가를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이 있다. 그래서 키즈꼴라쥬와 같은 교육활동도 함께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을 하며 종종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얘들아, 여기 이렇게 좋은 한지가 있어. 이 한지는 직접 만져봐야 해’와 같은 식으로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를 전통한지를 몸소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이 한번 한지를 접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계속 한지와 밀접한 삶을 살 수 있는 어른으로 커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단순히 기억만 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한지와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끔 말이다.

기자. 한지빔지공예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더 요청 드리고 싶다.
이유미 작가. 먼저 한지공예는 용도, 제작방법, 재료사용방법, 형태 등에 따라서 분류되고 명칭을 달리 할 수 있으며 전지공예(색지공예), 지호공예, 지승공예, 지화공예로 크게 나뉘어진다. 그러한 가운데 빔지공예는 빠른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취향에 맞게,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지공예의 한 분야인 지승공예의 꼬임방법에 가장 근접하게 기계로 생산하여 특허를 받은 지승이 바로 빔지다. 전통 지승공예가 한지를 비벼 꼬아만든 끈으로 직접 엮는 방식이라면 빔지공예는 기계로 지승을 만들어 매트를 만들고 재단하여 붙이는 공예라고 할 수 있다.(편집자주. ‘해랑빔지공예’는 상표등록을 완료하고, ‘한지끈 인형 및 그 제조방법’으로 기술특허출원을 진행 중이다.) 시간대별로 30분에서 1시간, 늦어도 3시간 만에 빔지인형, 빔지소품 등을 완성하여 직접 결과물을 집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기본 베이스가 한지이지만 어렵지 않으면서도, 감각있게 붙여 나가면 누구든지 할 수 있으며 모던화된 표현 부분에서도 효과를 적절히 낼 수 있다.

 

   
 

기자. 전통공예에 현대공예를 콜라보하여, 전체적인 발전을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유미 작가. 인생에 있어, 너무나도 소중한 이 한지라는 아이로, 현대적인 빔지공예품을 개발하면 사람들이 모두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색지공예, 지승공예, 전지공예 등 다양한 카테고리 속에서 제가 만약 빔지공예를 죽는 날까지 현대적인 지승공예로 다듬어놓고 세상을 떠날 수만 있다면 작가로서 참 의미있는 일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그것이 제가 꾸고 있는 가장 큰 꿈이다. 한지와의 인연은 정말 각별하다. 순수작가로서 만약 한지가 없었고 작품활동이 없었다면 제 삶 속의 치유 역시 없었을 것이다. 여고시절을 강원도에서 보내고, 아버지를 따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한지공예품을 마주한 이후로 한지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을 때, 한지를 만지면 정말 행복하다는 기분으로 병든 마음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지로 치유를 한 삶을 살며, 온통 일상이 한지로 둘러싸여 있다보니, 전통한지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제자 양성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분들은 물어보시더라. ‘왜 교육에 그렇게 집중을 하느냐’라고. 제가 답변하는 이유는 늘 동일하다. 이 빔지공예를 오래오래 후대에 남기기 위해선, 당연히 빔지공예에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이들이 우리에겐 절실한 것이지 않느냐고. 지금도 제자들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 먼 훗날에도 이들을 통해, 빔지를 이용한 빔지공예작품이 생활 속에 가장 가까운 전통공예품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기자. 끝으로 작가님께서 지면에 남기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부탁드린다.
이유미 작가. 저도 어느덧 올해 환갑을 맞이하며 가슴 속에 무언가 조급한 것이 있다. 더욱 빠르게, 그리고 자세히 한지빔지공예를 누군가에게 알려주길 원한다. 한지를 매우 사랑하기에 빔지공예가 쉽게 놀 수 있고 즐겁게 다가설 수 있는 하나의 놀이가 되기를 또한 원한다. 획일화된 디자인 및 색채 등으로 한지공방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지빔지공예를 알리는 노력을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현대에 맞는 한지빔지공예가 한지공예의 한 분야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끝으로 이번 인터뷰를 빌어, 제 삶의 일부인 대를 잇는 '한지빔지공예'의 가업승계교육을 기꺼이 받아준 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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