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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의 인터뷰
여홍일 기자  |  yeo1998@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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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27  09: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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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안드레이 쿨릭 대사

1. 주한 러시아 대사로 부임하신지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한국에서 대사로 근무하며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까?
대사직을 수행하다보면 다양한 일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더욱이 한국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2년동안 러시아 대사로서 여러 행사에 참여했고, 즐거운 기억을 많이 남겼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님께 신임장을 제출하던 날입니다. 그 외에도 2018년 11월 포항에서 열린 러한 지방협력포럼 개회식, 2019년 10월 청와대 외교사절단 접견 등 여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님과 김정숙 여사님을 만났습니다.
2018년 10월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 상원 의장의 방한, 2019년 2월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의 방한, 2019년 4월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가 방한했던 일도 기억이 선합니다.
한국의 국경일이나 역사적 날들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일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한국 문화를 한 번 접하고 나면 그 풍성하고 전통적인 매력에 누구든 매료되지요. 한국의 현대 예술, 문학, 음악, 영화,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여러 문화 행사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기며 기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2018년 12월 26일에 있었던 남북 철도 연결 기공식 등 남북 관계 및 남북러 삼각 협력과 연관된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 올해는 러시아와 한국의 외교관계 수립 30주년입니다. 지난 30년에 대한 대사님의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9월 30일은 러한 수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날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양국은 우정과 존중을 기반으로 관계를 쌓아왔고, 상호 이익이 되는 여러 협력 분야에서 관계를 확장∙심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한국은 양국간 의제뿐 아니라 여러 글로벌 의제에 있어서도 건설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공동의 노력으로 60여개의 협정으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법적 틀이 갖춰졌고, 이는 교역, 투자, 어업,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군사, 문화, 교육 등 러한 협력의 전 분야를 포괄하며 더욱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양국 간 활발한 정치 대화였습니다. 지난 30년간 양국 정상은 30차례 넘게 만났습니다. 2018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 중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여러 협정과 MOU에 서명했습니다. 두 대통령은 2018년 11월 싱가포르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와 2019년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계기로 만나기도 했습니다. 국경일이나 양국의 공동 기념일에는 친서를 교환합니다.
양국 의회 간에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모스크바 방문 당시 러시아 국가두마 의원과 한국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의회간 고위급 협력 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렸습니다. 러시아와 한국이 제안한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도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네 차례 개최되었습니다).
두 나라의 경제∙무역 관계도 꾸준히 발전하여 양국 교역량이 250억 달러에 이릅니다.
수교 30주년에 맞춰 계획했던 러한 상호 교류의 해는 내년으로 연기되었습니다. 문화 교류의 해와 한국에서 개최될 '러시아 시즌(Russian season)' 페스티벌도 그 뒤를 이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180여개의 행사를, 한국은 150개가 넘는 행사를 준비한 만큼 코로나 사태가 진정 되는대로 양측이 준비한 행사들을 개최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러시아와 한국이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협력의 성과를 보여주고, 우정을 바탕으로 함께 미래로 나아가려는 양국 국민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2014년부터 도입된 러시아와 한국 간 비자면제협정은 양국 교류를 보다 활성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70만명의 양국 국민들이 관광 및 사업 등의 목적으로 러시아와 한국을 상호 방문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일단락되면 그 수를 연간 100만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양국 경제 협력의 현 상황과 그 전망은 어떻습니까? 최우선 협력 분야는 무엇인가요?
양국 경제∙교역 분야 협력에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30년만에 러한 교역량은 130배 증가했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2019년에는 25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와 한국은 교역량을 30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 상반기 양국 교역량은 20% 감소했습니다. 러시아의 대한국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글로벌 시황이 개선되면 긍정적인 동향을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코로나로 붕괴된 글로벌 생산 체인과 유통 채널을 재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 정책'을 호혜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야 합니다.
유망 분야로는 연료∙에너지 분야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LNG 수입 국가입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친환경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LNG 수입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그린 에너지 정책 기조로 인해 '가스프롬', '노바텍',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기업들이 극동 및 북극에서 개발하고 있는 신규 가스전의 생산량을 한국 시장으로 도입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현재 '사할린-2' 가스전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LNG는 연간 150만 톤입니다. 2024년 '사할린-2'의 세 번째 트레인이 완공되고, 연해주의 '극동 LNG' 공장이 가동되면 한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추가 수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북극해 대륙붕에서 추진 중인 화석연료 개발에도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협업은 한국에 안정적이고 수익성 있는 에너지 공급을 장기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 협력은 석유가스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한국 원자력 발전소에서 소비되는 전체 농축 우라늄의 약 30%가 러시아산이고, 러시아 기업들은 매년 1500만 톤 이상의 석탄연료를 한국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의 대한국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자원입니다.
이에 비해 양국의 투자 협력은 상당히 미미해 보입니다. 2019년 한국의 대러 누적투자액은 26억 3천만 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총액의 0.5%를 조금 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2019년 2월 양국 부총리가 서명한 '9개의 다리 행동계획'의 이행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료∙에너지, 철도, 조선, 항만, 북극항로, 보건, 농어업, 공동 투자펀드, 혁신 플랫폼, 관광 및 문화를 아우르는 문재인 대통령의 '나인 브릿지' 구상을 이행하는 것이지요. 10월 말 서울에서 개최 예정인 제2회 북방포럼에서 나인 브릿지 실현을 가속할 구체적인 과제들이 설정되길 기대합니다.
2018년 12월 현대 자동차와 체결한 특별투자계약에 따른 상트페테르부르크 엔진∙ 변속기 생산공장 건설,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연해주 '즈베즈다' 조선소 현대화 사업 등 자동차 및 조선 분야의 산업 협력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한국은 러시아가 북극해 수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사업의 운송을 지원하는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사실상 모든 LNG 운반선이 한국의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러시아에 제공한 차관의 잔여분을 '러시안 헬리콥터스'사의 민간 헬기로 상환하는 문제도 실무 단계로 넘어가길 바랍니다.
양국 지역간 협력은 2018년부터 정례 개최되고 있는 러한 지방협력포럼으로 추동력을 받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2008년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첫 우주비행을 했고,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와 나로 우주센터가 러시아의 기술 협력으로 건설되었습니다.
러시아는 한국, 북한과 함께 한반도 종단 열차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연결하는 삼각 프로젝트에도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빠져나가는 화물열차 시험운행 준비나 UN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하산-나진' 물류 협력 재개가 이제는 실질적으로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4. 양국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Power Korea 독자들에게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발전해온 양국 협력의 결과에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은 협력 강화와 확대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결실을 위한 기반을 닦았습니다.
기쁘게도 올해 수교 30주년 기념일은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인 추석과 같은 날입니다. 한국 국민 여러분 모두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계획했던 모든 일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5. 한국 삼보의 발전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2003년 창설된 이래 대한삼보연맹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매년 전국 삼보 선수권대회가 열리고, 한국의 삼보 선수들은 정기적으로 세계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선수들의 실력과 기술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9년 세계 삼보 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며 러시아 국기 삼보의 보급에 크게 공헌했고 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여 국내외 관중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국 삼보인들의 직접적인 참여로 2018년 처음으로 삼보가 하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되었고, 이어 IOC로부터 올림픽 임시 종목으로 승인되어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한국 삼보의 발전은 그 과정을 조직하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이 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국 삼보는 없었을 것입니다. 전 대한삼보연맹 회장직을 맡으셨던 문종금 동아시아삼보연맹 회장님과 문성천 대한삼보연맹 회장님은 한국 삼보의 창시자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손경식 CJ그룹 회장님을 비롯한 한국 기업인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삼보 대중화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6. 대사님은 한국 삼보 발전이 한러 관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한국 삼보의 지속적 발전이 러시아와 한국의 스포츠 협력 활성화를 넘어 양국 인적 교류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 삼보인들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해왔습니다. 대한삼보연맹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수입한 러시아 영화 '쓰리 세컨즈(Движение вверх)'는 한국의 대형 영화관에서 개봉되어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구 소련 농구팀이 거둔 승리 실화를 한국 관객들에게 전했습니다. 2018년 한국의 체육 명문 중 하나인 용인대학교에 삼보 정규학과가 개설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교육과 문화를 뛰어넘어 양국 교류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는데 삼보가 얼마나 큰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원하는 결과를 이루고, '용기, 정의, 책임'이라는 삼보의 정신에 따라 러시아와 한국의 우호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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