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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과의 소통에는 올곧은 울림이 있어요!”사군자(四君子)를 도란도란 정감있게 표현하는 작가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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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28  09: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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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현문인화연구실 김외자 문인화가

김외자 그림은 시간에 대한 정감의 표현이다. 사군자라는 동양회화의 전통적인 소재를 차용하지만 단순히 사군자의 표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마음의 상태를 기록한다. 복합적인 코드들을 수묵(水墨)의 미묘한 변화로 도출해 그만의 특징을 지닌 그림은 새로운 정감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직선으로 흐르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의 상황에 대한 다양한 사유의 문양들이다. 그 문양들은 미묘한 묵색(墨色)의 층차로 드러나 새롭게 해석된 또 다른 사군자의 세계이다. < ‘시간의 정감으로 본 사군자’ - 장정란 미술사∙문학박사의 평론 중에서>

전통에 뿌리 두고 다양한 재료로 표현, ‘조형성 구현’ 형상
담백하고 고아(高雅)한 수묵화인 사군자(四君子)는 문인들이 즐겨 그렸던 대상이다. 동양문화에서 군자(君子)는 학문과 인품이 겸비된 사람으로 유가의 문인들은 군자를 삶의 목표로 삼았다. 문인들은 사군자 그림을 통해 품덕을 드러내기도 했고, 때로는 불공정한 세상사에는 의연한 심경을 표출하는 매개체로도 사용했다. 사군자는 문인들에게 형상(形象) 이상의 정신적 언어였다. ‘담현 김외자’ 는 사군자를 그림 소재로 삼고 있다. 전통 회화인 사군자 그림이 정치적 견해나 때로는 우주자연의 질서에 대한 학문적 의견을 담고 있었다면 담현의 작품은 자연의 운행에 따른 생성과 소멸에 대한 회화적 기록에 가깝다. 사계절에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을 대입해 자연의 질서를 관찰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 정감을 넣어 수묵과 색채의 언어로 대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봄을 상징하는 매화꽃 그림은 길었던 겨울을 견딘 경이로운 탄생의 표현이다. 수묵으로 매화의 몸체에 채색으로 활짝 핀 매화 꽃잎을 그려 겨울의 차가움과 봄기운의 생명력을 동시에 표현해 따스한 정감을 그려냈다. 여름을 상징하는 난초 그림은 고결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홀로 고고한 모습이지만 자연의 질서와 화합하는 겸허함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만추에 활짝 핀 가을의 국화는 서리가 내리는 초겨울에 향기가 더해지는데 이는 이상적인 아름다운 삶에 대한 희구의 감성 표현이다. 그리고 겨울의 대나무는 얼어붙은 대지에서 의연히 푸른 빛을 잃지 않으며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를 표현했다. 이렇게 담현은 수묵으로는 다 드러낼 수 없는 마음을 채색을 겸하여 현대적으로 표현해 가고 있다. 사군자 그림은 전통에 뿌리를 두지만 다양한 재료로 그만의 조형성을 구현한 것이다. 전통적 구도를 변형시켜 직선과 곡선의 다양한 기하학적 양식으로 질감을 표현하고 있다. 담현은 “사군자의 매력은 설레임이다. 내일은 주변 자연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변화 한 자연은 또 어떤 느낌이 들까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묵과 채색으로 사군자를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인화연구실 운영 “수묵화 치유 명상의 원리” 강의도
담현의 작품 포인트는 명상을 통한 집중이다. “하나로 모아져야 해요. 매일매일 한 시간씩 마음수행을 해요. 나는 누구인가, 내가 왜 붓을 잡고 있는가, 그렇게 나를 찾는 참선을 하면 마음이 일념으로 집중되어 내면의 힘을 키워나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명상은 저의 일상이자 최고의 삶이지요. 사유로 텅 비워 결국 무심(無心)이 되고 그러면서 채워가는 것입니다.” 담현은 작품들이 의외의 순간에 나온다고 했다. 어디 머물렀는지 모르지만 나만의 세계가 열려있는 그 순간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군자를 치유와 명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담현은 그러한 수행의 원리가 문인화에 오롯이 반영됨을 설명했다. 동양화의 단순한 기법에서 끝나지 않고 정신세계로 연결해 작화 과정에서 어떤 마음이 일어나는지 관찰하고, 작품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일어나는지를 주안점으로 삼는다. “수묵화 치유 명상은 그림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투영해 봄으로써 자아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해요. 있는 그대로 개방해 자신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마음을 섭수(攝受)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담현은 이를 ‘무아(無我)의 체득’이라고 설명했다. 무아는 곧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집착과 분별을 소멸시켜야 체득할 수 있는 데, 사군자를 매개로 그런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담현은 문인화연구실을 운영하며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문인화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면서 제자뿐 아니라 작가들을 존중하며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의 끈을 함부로 놓을 수 없다.”고 말하는 담현은 “그림으로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서로의 길을 다시 찾아가면서 새롭게 거듭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담현은 제자들에게도 “책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삶 자체가 자기 수행이기에 스스로 직접 일을 해서 소득도 창출하고 수업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뿐만 아니라 작품 제작도 소중히 여기며, 내가 내 것을 움직이게 됩니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넘친 사람보다는 조금 부족한 사람이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경험담도 풀어냈다.

뛰어난 인품의 스승들에게 배우며 문인화가 길 걸어
정감(情感)은 곧 상대에 대한 최대한의 표현이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감정이 점차 메말라가 상대방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희미해지는게 현실이다. 담현은 그림을 통해 서로가 느끼며 쉽게 다가서자는 의미에서 전통에 바탕을 두되, 마주하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소소한 정감을 그림과 강의로 전한다. 계절의 정감으로 바라보는 사군자는 마주하는 사람들과 호흡하고자 함인데 이는 인간의 기본인 인성(人性)에서 출발한다. 담현이 사군자를 하게 된 동기는 여기에 있다. 담현에게 그러한 인성을 자각하게 한 스승이 있었다. 선친과 그리고 초민 박용설 선생님, 박완식 교수님 이다. “선친은 어릴 때부터 저에게 한손으로는 먹을 갈게 하고 또 한손으로는 책을 보게 하면서 인내심을 기르게 하였다. 건강한 몸으로 쓰임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였고, 5체에 통달하신 초민 선생님은 “무엇이든 제일 먼저 그 근본에 접근하고 시작해야 하며, 가슴을 통하여 밖으로 배출되어야 한다.”라는 인생철학에 귀를 기울이게 하셨다. 그리고 금강선원에서 박완식 교수님과 인연이 되어 사서삼경 등의 고전을 10여년 이상 강의를 들으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하셨다. 경남 김해 태생인 담현은 선친이 교육자이자 한학자였다. 선친은 항상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며 담현이 평생 공부를 멈추지 않도록 인생에 영향을 끼친 최고의 스승이었다. 그렇게 담현은 여러 훌륭한 스승에게 끈기 있게 배우며 문방사우인 筆(필), 墨(묵), 紙(지), 硯(연)을 늘 가까이 두고 작가활동을 하면서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과에서 문인화 전공으로 석사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에서 ‘사군자의 상징과 정감표현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정감어린 수묵과 꾸준한 색채 연구, 수필집도 계획.
담현은 어떤 날에 작업실에서 들어서면 그림을 무척 그리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한다. 100호 등 대작을 많이 하는 편인 그는 작품을 하다 보면 무심코 보던 것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가 있다고 했다. “어느 날 보니 자연스럽게 문방사우를 기다리는 거예요. 내 헐떡거림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물이 먹물과 어우러지듯 먹물, 붓, 종이, 접시가 같이 움직여주는 데 이것은 정말 중요해요. 문방사우가 눈에 확 들어오는 과정이 자연의 모든 것과 일치하는 순간이 있어요.” 무엇을 하더라도 진정한 마음으로 해야 붓을 잡게 된다는 얘기다. 그로 인해 먹과 붓을 잡은 손 안은 넉넉함과 사유, 사람과의 소통, 애정 등 모든 것이 담겨지고 작업은 단번에 이어진다고 했다. “그림으로 소풍 가는 것이지요. 붓을 잡아 움직이면서 그 안에 스토리가 쌓여집니다.” 이밖에도 담현은 자투리 시간에 여행을 많이 다녀오는 데 이 또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이에겐 바다나 한가한 유적지 등을 다녀오고 기록한 잔상의 글들이 수북하다. 그는 지금과 같이 이어가며 조금 더 깨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열린 마음을 갖는다. 그림을 겸한 시집과 수필집을 내는 것, 여행 등으로 직접 체험하고 오감을 느꼈던 모든 것을 새롭고 정감어린 수묵과 이를 대변하는 색채로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만리 길을 걸어 보고 만권의 책을 읽어 봐야 알듯, 정적이지만 움직이는 사유, 책을 통해 놓치지 않겠다는 공부, 그러다 보니 책은 책대로 넘겨지고 먹은 먹대로 갈리게 되더라고 말했다. 후배 작가들에게도 “요즘 코로나로 개인의 삶 속에서 만나는 시간이 조금 부족하지만 지금 가르치는 삶 속에서 힘듦이 하나의 실타래가 되었으면 하고, 기왕이면 자족(自足)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조언을 잊지 않았다. 담현의 현대 수묵화는 넉넉한 여백이 있다. 그것은 만나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쉬어가는 공간처럼 보여진다. 그 여백에서 다 같이 쉬면서 나머지를 같이 채워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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