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연예 > 아트/서적
“세상에 존재하든 안하든 애정 쏟는 건 똑같아요”추상·구상 경계에서 유무의 가치 발견 작품에 옮겨
홍기인 기자  |  forum1004@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12.29  08:53:4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김현애 작가

나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쌓이고 닿는 것을 반복하는 생물, 무생물을 화폭에 담는다. 어떤 때는 끈적거리는 물감으로 여러 번 두껍게 쌓고, 어떤 때는 쌓아온 물감들은 닦아 내기도 한다. 이 과정은 내 삶의 일부분과 같다. 사람의 인생도 항상 상승곡선이 없듯 내 그림도 거친 면을 가지고 있다. 끈끈한 터치로 한 덩어리를 이루어내고 다양한 색조들로 조화를 이루어 내려 애쓴다. 나에게 모든 색은 주, 조연이 따로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 작가노트 중에서 >

인간과 물성의 존재에 애정을 담은 ‘마음 치유의 그림’
김현애 작가의 그림은 편하고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정평 나있다. 자유롭고 아름다운 색채에 ‘영혼을 치유하는 그림’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작품에서 침잠하는 주제는 ‘존재’ 다. 작품 세계는 만물의 탄생과 소멸, 즉 처음과 끝이 다른 것이 아닌 동일한 인식에 바탕을 둔다. ‘나의 꽃’(My flowers), ‘습곡’(Fold), ‘지층’(Stratum) 등이 핵심 키워드다. 이 작품들은 단편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사유(思惟)와 넓은 시각에서 존재의 유무가 아닌 모든 물성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상의 물성이 점차 바뀌어 소멸해가는 과정의 고찰이자 기록인 것이다. 이런 탓에 그림들은 자연히 형체는 불분명해 보인다. 꽃 조차도 흐물거리거나 투박한 느낌이 든다. 새는 나무인지 바위인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물성이 뚜렷하지 않게도 보인다. 작품들이 시간의 흐름과 속도감을 거친 운동성과 다양한 핵으로 채워진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품 지층(sratum) no12 를 보면 인간의 삶과 지층의 변화가 담겨 있음이 감지된다. 지층의 ‘결’을 표현하는 데 물성 건조제를 사용한 스포이드(Spuit : 떨어뜨리기)기법이 적용 되었다. 이는 쌓임과 갈라짐, 외력에 의한 부서짐 등을 통해 시간의 쌓임 속에 기쁨, 슬픔, 고통 등 숱한 감정과 물리적 변화를 겪는 인간의 삶을 은유한 것이다. 모든 물질은 부서지고 뭉쳐지는 반복의 순환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인간도 입자가 비슷하다는 작가의 믿음에서 비롯됐다. 그리하여 땅도 꽃도 풀도 종국에는 인디언의 노래 제목처럼 ‘천개의 바람’ 이 되어간다는 섭리를 전달한다. 김 작가는 “쌓고 또 쌓고 어떤 때는 쌓았던 모든 것들이 부서지고 닿을 수 있는 게 물질이 아닌가 싶다. 물질이 없어지면 그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화합물도 만들고 바람, 바다, 지층이 되기도 한다. 지구라는 땅 덩어리나 인간의 삶은 결국 비슷하다.” 면서 “이 땅에서 같이 숨 쉬는 모든 유,무생물들에 대한 따뜻한 동료애를 담아 공통된 메시지를 담아 작품으로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부단한 노력에서 일궈진 창작품 높은 가치 인정받아
추상표현주의는 구상적 표현에 반하는 의미에서 형식은 추상, 내용은 표현적이라 풀이된다. 다만 그 의미가 매우 포괄적인데 이는 추상표현주의를 표방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성향과도 연관이 깊다. 김현애 작가는 추상표현주의를 확장함에 있어 그 나름 연구에 몰두했다. 그림에서 속도감과 활동성을 강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끈적거리는 물감으로 여러 번 두껍게 쌓기도 하고, 때로는 쌓아온 물감들은 닦아 내기도 한다. 김 작가는 인간의 삶과 지구의 물성인 시간의 쌓임, 즉 퇴적 등 그 자체로 찬란하다고 여긴다. 색은 화려하게 물감을 뿌리거나, 쌓거나 질감을 두어 투박함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일상 재료인 오브제를 사용해 콜라쥬(붙이기), 마띠에르(올리기), 드리핑(떨어뜨리기), 스크레칭(긁기) 등 으로 확장시켜 간다. 수개월에 걸쳐 완성된 작품도 있지만 때론 빠르게 완성된 작품도 많다. 이런 기법이 나오기까지 그 배경에는 숱한 노력이 깃들어 있다. 김 작가는 대학교 때 물리학도였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일기를 썼고 20대에 본격적으로 유화를 하는 등 남들이 모르는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늘 작품에 채워지지 않는 것을 느끼며 갈증이 많았다. 그림에 속도를 올리고 싶거나 도구 사용법 등이다. 이를 해결하기까지 다른 작가들의 영향이 컸다. 붓의 전환 방향과 다양한 재로로 쓰는 것을 선배 작가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그녀는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개설한 문화센터에서 그림을 했는데 우연히 조재익 작가를 접해 붓 터치 방법을 익혔고, 2011년 무렵에는 한규남 재미작가를 접해 아크릴과 오일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오롯이 자신의 작업에 매진해 탄력을 붙여 나갔다.

첫 개인전 성황,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작품 할 것’
김현애 작가는 작품 열정도 크지만 부지런한 작가이기도 하다. 김 작가의 지난 활동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오랜 기간 작품에 몰두하다 최근에 목우공모대전 입상, 한국서화협회가 주최한 아트페스티벌에서 은상 등을 수상했다. 이런 가운데 동료 작가들과 서울 율곡로에 있는 ‘57th갤러리’에서 그룹전을 가졌고, 가장 최근인 11월 25일~12월 2일 <존재와 소멸 : 지구에 있든 없든 (Being or not being on the earth) >을 주제로 원하던 첫 개인전도 열었다. 그녀는 이 순간을 위해 수년간 매달려 작업한 52점의 밀도 있는 작품을 내 놓았다. 관람객에게 아낌없이 선보인 작품은 대형 작품 몇 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손절되는 기염을 보였다. 심리상담소와 기업체 사무실 등에 걸릴 것과 지인이 반반 비율로 곳곳으로 나갔다. 작가 노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보는 이들마다 공통적으로 마음을 끌어당긴 힘이 듬뿍 실려서다. 인사동을 비롯한 유명 갤러리를 대관한 작가들도 엄두를 못내고 더욱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록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개인전을 갖는데 부담스런 분위기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의지력에서 맺어진 좋은 결과였다. 이는 김 작가가 다음 작품을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되었다. 또한 작품은 ‘앤드뉴갤러리’ 사이트에서도 다수가 솔드 아웃(판매 완료) 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 탈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는 잘 모른다. 그러다 불현듯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비로소 주변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런 점에서 김 작가는 유무의 존재 가치를 읽고 모든 애정을 쏟아 창작으로 풀어낸 작가에 비유된다. 아름답게 버무려진 ‘마음 치유의 그림’ 으로 작가의 예술적 소명이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김현애 작가는 “국가에서 어려운 작가들 힘나도록 제대로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줬으면 한다” 면서 “인생에서 굴곡 있든 없든, 삶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믿는다. 더 노력하면서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하는 작가로 남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홍기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가장 많이 본 뉴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뉴스앤매거진 파워코리아 대표 백종원  |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 162-3번지 2층  |  대표전화 : 02-466-5085  |  팩스 : 02-444-0454
대표메일/제휴광고문의 : bridgekorea@naver.com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백종원(bridgekorea@naver.com)  |  사업자등록번호 : 591-87-01957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종원
월간 파워코리아의 기사는 회사, 기관, 개인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및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며,
기사에 소개된 제품이나 서비스 내용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Copyright © 2024 월간파워코리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