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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유산균 그리는 송보영 화가 '작가로서 갖게 되는 책임과 그 무게감에 대하여'
지윤석 기자  |  jsong_ps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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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0  15: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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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화가가 숨쉬는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원하는 대로 작품을 그리는 것이 아닌, 내 손이 가는대로 내 영혼이 그대로 담겨 표출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그림을 대할 때,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일거리를 찾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완성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일 뿐이고 그래야 더 오랫동안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한 의미에서 어쩌면 김치 유산균 그림은 저에게 일종의 책임감과도 같은 것일지도 몰라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하여, 그 이외 부수적인 노력들을 기울인다. 기자 역시 오로지 글을 쓰는 것이 좋아, 기자라는 직함을 선택했고 잡지라는 플랫폼에 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을 잡지기자로 살고 있는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도 쉽게, 맹목적으로 쓰여지는 다양한 글들에 대하여 가끔은 괴리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의 전부인 그야말로 생의 업을, 일상을, 가치관을 너무나도 쉽게 기록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혹시나 모를 걱정과 자기 반성이다. 이러한 생각을 품기만 했던, 혹은 걱정했던 2021년의 시작점에서 김치그림 유산균작가 송보영 화가와의 대화는 마치 가뭄의 단비를 만난 듯 했다. 그녀 역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단연 ‘그림’이라고 털어놓았고, 오로지 김치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당연히)경제적 요건들이 수반되기에 일상을 가득 채우는 미술강의와 각종 프로젝트, 문화사업기획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웬지 모를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화가로서 어떤 좋은 기회가 되어, 국내외 전시회를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작가는 결국 시간적 요소 뿐 만 아니라 비용적인 투자도 기반을 이뤄야 해요. 단지 저는 그것을 남편의 수입으로 지출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제 삶의 기반이자 목적인 김치그림을, 유산균그림을 원해서 하는 것일 뿐이기에 적극적으로 제가 활동하여 얻은 소득을 작품활동에 투자하는 것이죠.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작품의 전체적인 요소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물론 그림 자체만이 갖고 있는 작품적인 요소와 의미, 지속적 연구는 당연한 부분일 것이구요. 그림의 전시부터 최종적인 출품과 판매까지 단단히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하는 일이라고 평소에도 자주 되새기고 있어요.”

 

   
 

지난해 연말, 송보영 화가는 대전 대화동 ‘예술로늘봄이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12월의 겨울을 온통 메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전시가 주최하고 5개 자치구가 주관하는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대덕구 선정 지역이었던 대전 대화동은 오랜 세월을 견뎌낸듯 건물들은 흠집이 눈에 보였고 도로는 아스팔트가 깨져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모습이었다. 송보영 작가를 비롯한, 39명의 작가 및 화가들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의 담벼락에 있던 기존 그림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입혀, 대덕구 주민들의 터전에 때이른 봄을 선물했다. “공공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도 눈에 훤히 보이더군요. 젊디젊은 앳된 청년화가들부터 시작하여 전공이 다른 도자기 및 조소, 조각, 한국화, 서양화를 업으로 하는 분들이 한데 모여 이룩해낸 따뜻하고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우연치 않게 협업을 통하여 또 다른 화가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다른 작가분들의 장점과 내 특징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행복한 작업이었습니다. 물론 재료도 다르고 작업환경도 다르지만 12월 연말의 추운 겨울, 여러 날에 걸쳐 벽에다 직접 그림을 함께 완성시켜가는 작업은 또다른 경험이자 재미였어요.”

한편, 송보영 화가의 지난 하반기는 특별한 한 해였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전라북도 장수미술관에서 약 한달간 ‘송보영김치전’을 전시했던 활동은 그녀에게도 매우 의미깊은 백미였다. “장수미술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참 많은 답사와 연구를 했던 것 같아요. 장수 지역에 있는 고랭지 배추라든지 장수의 특색을 잘 드러낸 ‘사과 물김치’ 등을 애정있게 검토하고 연구하면서 작품을 그리다보니 지역과 끈끈하게 소통하는듯한 기분도 들었었죠. 전시회로 첫 인연을 맺었던 장수군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어서, 그리고 그림을 통해 그 지역만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그녀의 깍두기 그림은 이른바 송보영 화가의 초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내가 이런 마음으로 그렸어’라고 할 때, 가장 처음 김치의 매력을 느꼈던 그림은 깍두기 그림을 비롯한 한두작품 정도라고 한다. 그녀의 말인즉슨, 작가로서 자신을 대표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작품, 즉 초심을 담은 작품은 늘 갖고 있어야하기에 지금도 그림을 그리다 힘이 들때면 가장 처음 애착을 가졌던 깍두기 그림을 가만히 바라본다고 한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그림을 그리다가 힘이 들 때면 늘 에너지가 넘치는 송보영 화가 역시, 사람이다 보니 쉬고 싶을 때도 있긴 하다.

“아플 때 그리는 그림이 틀리고, 행복할 때 그리는 그림이 모두 다른 것 같아요. 같은 이유로 저는 김치와 김치유산균 그림을 그릴 때, 비록 틀리더라도, 마음처럼 잘 안되더라도 계속 할 것을 고집하는 편이예요. 한번은 나박김치를 그리는데, 너무나도 마음먹은 것처럼 잘 표현이 안 되더군요. 계속 기도하면서 결국은 작품을 완성했지만, 이 그림을 전시회에 선보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도 작가로서 제가 보는 것과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시야가 다를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가장 구석자리에 그 작품을 걸어놓았었는데(웃음) 전시회를 찾은 누군가가 걸음을 탁 멈추고, 한껏 응시하더니 그 그림을 사고 싶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나박김치 작품에 대해, 제 안엔 완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결론적으론 저는 마음이 허락하는 완벽한 그림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한테 그림을 배우는 수강생들도 자주 물어봐요. 얼마만큼이나 더 그려야 하는지, 지금 작품의 완성도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를 말이죠. 처음엔 당연히 그 완성도가 보일 수 없어요. 그림을 많이 그리다 보면, 예상대로 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번질 수도, 섞일 수도 있는 셈이죠. 그림에 갖은 노력과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좀처럼 나타내고자 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화가는 늘 최선을 다해 그리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화가 본인은 늘 주관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그림을 그리면서 얼만큼이나 즐겼는지, 노력을 해서 했는지’를 기준점으로 많이 설명하는 편인 것 같아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그린 그림은 곧 의사선생님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낸 심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도 같아요. 의사선생님이 환자의 병이 너무나도 위독한 상황이라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는 세상을 떠나게 되잖아요? 그림도 노력을 하면 살릴 수 있는 그림이 분명 있고 그래서 저는 틀린 그림을 한번쯤은 더 연구하고 되새기는 편인 것 같아요. 특히, 나의 마음을 담는 그림이 가장 중요하죠.”

​송보영 화가는 2021년의 첫 활동으로 대전M갤러리에서 대전미협회원전 김치꽃을 전시할 예정이며 올해 가을, 상강에서 입동으로 넘어갈 즈음 또 한번의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정말 많은 감정들을 느꼈고, 현재 기자 본인이 갖고 있는 딜레마에 대하여 보다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의 말이 맞다. 기자는 쉽게 쓰여진 글 하나하나에 보다 더 책임감을 좀 더 부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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