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연예 > 아트/서적
짚풀공예는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활동…더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1.25  09:16:2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도암 김준환 작가

짚은 벼나 밀 같은 곡물의 낱알을 떼어내고 남은 줄기 등의 부분을 말한다. 곡물을 주식으로 생활하는 농경민족의 경우 곡물을 탈곡하고 남은 짚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친숙한 재료 중 하나이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곤 했다. 특히 벼농사를 기반으로 했던 한국과 일본의 경우 볏짚을 재료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볏짚을 꼬아 만든 새끼를 사용한 짚신, 삿갓이나 밀짚모자 등의 모자, 광주리, 삼태기, 비옷인 도롱이 등의 옷이 그 예이며 서민들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공간인 초가집의 지붕 역시 볏짚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짚은 농업시대 서민들의 생활에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였지만 현대에 들어서 농업과 짚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지면서 짚을 활용한 생활용품 제작 역시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추세다. 하지만 짚에는 오랫동안 생활을 함께 해온 조상들의 삶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짚풀공예‘라는 이름으로 그 혼을 계승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짚풀공예 1급 자격 보유자이자 대한민국명인미술대전 운영ㆍ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산미술대전 금상 및 장관상, 부산광역시 호남문화예술축제 공예부문 대상, 한국문화예술진흥회 공예부문 금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KBS2 <생생정보통>,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의 TV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짚풀공예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도암 김준환 짚풀공예 작가 역시 뜻있는 길을 걸어가는 이들 중 한 사람이다.

짚풀공예는 작품 활동 이전에 인생의 일부…대중과의 소통 위해 작가 생활 시작
김준환 작가는 홍성 장곡면의 오서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께서는 마을에서도 뛰어난 손재주를 인정받아 자주 짚을 이용한 생활용품 제작을 하곤 했고, 아버지를 도와 어릴 때부터 짚풀로 새끼를 꼬는 등의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짚풀공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산골마을에서 매년 끼니를 굶지 않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의 가정이었던 만큼 집안의 경제상황은 김 작가에게는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김 작가는 장성한 후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홍성군 내로 이사했다가 혈혈단신 맨손으로 서울에 올라오게 되었으며 녹록지 않은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공예업체에 들어가게 된다. 계속해서 ‘제작’이라는 분야와 인연을 이어나가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홍성으로 돌아와 홍성군청 공무원으로서 18년간 생활했지만 이미 짚풀공예는 김 작가의 인생이 되었다. 공무원 생활 짬짬이 만든 짚풀그릇으로 조각전에 출품하여 입선을 받는 데 성공하고, 거기에서 힘을 얻어 그다음 해에는 특선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짚풀공예작가’로서 정체성을 닦아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이 짚풀공예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김 작가는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일단 자격증을 따야 되겠다는 생각에 아산까지 올라가 2급 짚풀공예 자격증 과정을 신청했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전문적으로 짚풀공예를 배우거나 자격증을 딴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생활’이자 ‘실전’으로 짚풀공예를 익혀 온 터라 같은 클래스에 있던 학생들 모두가 놀랄 정도였다는 것이 김준환 작가의 회고다.
그런 김 작가의 능력을 알아본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2018년에 1급 짚풀공예 자격증 클래스의 학생들과 함께 짚풀공예 런웨이를 준비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으며, 1년 뒤 짚풀로 만든 이순신 장군 갑옷을 직접 입고 큰 호응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전문적인 공예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같은 클래스의 학생들과 런웨이 준비를 위해 여러 날 공을 들였던 경험, 런웨이를 끝내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을 받았던 경험이 결정에 큰 힘이 되었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예술의 근본은 사소한 부분에서의 깔끔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준환 작가는 짚풀공예 작가로서 이제까지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깔끔함’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이폰’을 통해 전 세계의 IT 판도를 뒤바꾼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작은 디테일’을 강조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하게, 작품 제작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정성과 노력이 배어 있지 않으면 작품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깐깐한 철학이다. 그렇기에 그는 짚풀공예의 기본이 되는 짚풀 새끼를 처음부터 가늘고 세심하게 꼬아 만들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가 없으며, 멍석 하나를 만들어도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좌우사각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작품의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고집을 고수하곤 한다. 이러한 그의 고집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역시 적용되어 입버릇처럼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되었다.
이와 함께 그는 보이지 않는 부분의 디테일을 무시한 채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작품으로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던 한 학생의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중시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을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기본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의 섬세함과 깔끔함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르는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짚풀공예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며, 특히 런웨이 때 사용되었던 복장의 경우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득에 구애되기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부끄럼 없는 삶 살고 싶어
한편 김준환 작가는 작품 활동에서 보람과 감동을 느꼈을 때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자신이 직접 만든 이순신 장군 갑옷을 입고 런웨이에 올라섰을 때, 런웨이가 좋은 평가를 받아 많은 이들의 박수와 관심을 받았을 때와 함께 짚풀로 만든 모자 작품으로 약 10만 원어치를 팔아 독거노인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통일명인미술대전에서 우수작가상을 받았을 때도 매우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짚풀공예의 길을 걷는 것은 물질적으로 크게 이득이 되는 인생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농업이 기계화가 되면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고품질의 짚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짚풀공예를 하는 입장에선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 작가는 경제적 이득을 구하기보다는 더 많은 이들에게 짚풀공예를 알리고, 이 기술을 여러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는 내가 조금 손해를 봐도 부끄러움 없이 사는 것이 나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이득에 비해서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삶의 철학과도 큰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김 작가는 다른 장르의 예술과는 다르게 짚풀공예는 생활의 모든 부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매우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짚풀공예는 우리 민족의 삶 그 자체…이후 세대에도 전수될 수 있었으면
김준환 작가는 예술계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예술인들은 자신의 작품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작품을 평가하는 평단에서는 외부적 요소에 구애되지 않는 공정한 평가를 해야만 하며, 작품을 향유하는 대중들은 짚풀공예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김 작가는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인 이충경 선생님과 짚풀공예협회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활동을 하고 동아리를 지원하는 등 활동을 했는데 서울 등 외부 지역에서는 멀리까지 내려와 숙식하면서 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홍성 내에서는 호응이 별로 없어 아쉬웠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우리 민족의 삶 그 자체가 담겨 있는 짚풀공예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후 세대에도 전수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짚풀공예를 과거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데에 런웨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히며 이제까지는 지방도시에서만 진행을 했었지만 이후 여러 가지 제반사항이 나아지면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런웨이를 진행할 수 있는 저변 확대가 이루어지고 전 세계에 대한민국 짚풀공예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김준환 작가의 포부다. 

안정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가장 많이 본 뉴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뉴스앤매거진 파워코리아 대표 백종원  |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 162-3번지 2층  |  대표전화 : 02-466-5085  |  팩스 : 02-444-0454
대표메일/제휴광고문의 : bridgekorea@naver.com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백종원(bridgekorea@naver.com)  |  사업자등록번호 : 591-87-01957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종원
월간 파워코리아의 기사는 회사, 기관, 개인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및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며,
기사에 소개된 제품이나 서비스 내용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Copyright © 2023 월간파워코리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