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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예술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불살라 만드는 한 줄기 빛”
안정희 기자  |  honesty5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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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27  09: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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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하는 마음 호수

세계 최고(最古)의 예술 작품으로 꼽히는 알타미라의 구석기 동굴 벽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술의 역사는 인간이라는 종족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굴 벽화에서부터 최첨단 디지털 예술까지, 인간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서 예술의 경지를 이루어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의 정의 역시 한 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예술가의 이미지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는 존재, 열정에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어느 정도 광기의 영역에 속해 있기도 한 존재일 것이다.
자신에게 예술 활동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불살라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 시인, 임경숙 작가의 철학은 그러한 면에서 지극히 예술가적이며, 뜨겁게 살아 숨 쉰다. 또한 그림, 판화, 의상, 도자기, 심지어는 행위예술(퍼포먼스)까지 넘나드는 광범위한 활동은 다양한 예술 분야의 융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나는 낭만의 기사 돈키호테…더 많은 세계를 모험하고,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싶었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난 임경숙 작가는 자신이 예술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어머님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과 어려서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섬세한 감수성 및 불꽃같은 모험 정신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감수성이 뛰어나서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슬픈 사연에 눈물을 흘리고, 독서에 한번 몰입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을 정도였으며 동네 언덕에 올라가 저녁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지켜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던 그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천주교에 입교한 후 양로원 봉사활동부터 시작하여 교도소의 교육 봉사활동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당시 강력범 위주의 교도소로 실제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발생한 적 있을 정도로 위험한 활동이었지만 그의 불 같은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교도소 청년들의 심성 교화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배우게 된 그림이 본격적으로 예술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임 작가의 설명이다.

거칠 것 없이 주목받던 프랑스에서의 생활, 그리고 프랑소와즈와 숙희와의 우정
그렇게 예술을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진짜 그림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언니, 오빠, 친구 박영승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인연이 겹쳐 프랑스의 예술학교, 플레리드라 뻑뜨에 그림 유학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 임경숙 작가의 설명이다.
해외여행조차도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 처음 접하게 된 머나먼 나라 프랑스의 예술학교는 놀라움과 신기함 그 자체였다. 당시 대한민국의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옷으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과감한 행동을 보여줬던 프랑스의 학생들을 보며 왠지 모를 경쟁의식이 생겨 질세라 과감한 복장과 행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그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런 행동은 당시 드물었던 아시아계 학생으로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예술가와 작가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 인연은 이후 그의 작품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임 작가의 예술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연은 동기생 프랑소와즈와 숙희와의 우정이었다. 한복 저고리 한 벌의 인연을 통해 프랑소와즈와 다양한 작품 활동을 같이하던 임 작가는 마침내 프랑스의 3대 미술관 중 하나이자 유럽 예술계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공간으로 알려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패션쇼와 퍼포먼스 전시를 하게 된 것이었다. 전방위적인 프랑소와즈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 임 작가의 회고지만, 한국인으로서는 비디오미술의 대가 백남준 작가 이후로 두 번째, 아시아 여성으로는 첫 번째로 퐁피두센터에서 인정을 받은 것은 온몸을 갈아 넣을 정도로 노력했다는 임 작가의 불꽃 같은 열정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내 작품의 소재는 항상 인간…살아 있기만 한다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그림에서부터 판화, 의상, 행위예술(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단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임경숙 작가지만 그의 주제는 놀랄 정도로 일관적이다. 임경숙 작가는 자신의 예술 세계에서 모든 관심은 ‘인간’에 수렴한다고 이야기한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머리를 자르거나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의미로 자루 속에서 나와 관에 물감을 뿌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진행한 경험, IMF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던 시절 쓰레기를 모아 폐품도 예술 작품이 되는데 인간이 폐품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로 정크 아트 전시회를 진행한 경험 등은 임 작가가 가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임 작가의 작품은 천주교의 만인에 대한 믿음과 소망, 사랑을 기반으로 하여 인생의 기쁨과 고통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시선을 드러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임경숙 작가는 2019년 뉴욕타운홀 개인전과 2020년 조선일보사 개인 전시 및 비디오영상 전시를 하며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인생은 살아 있기만 한다면 반드시 기회와 행운이 옵니다. 어려운 시대, 모든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저의 메시지입니다”

고흐의 열정과 마더 테레사의 사랑을 존경…사랑과 열정이야말로 예술가의 본질
임경숙 작가는 자신의 예술세계의 특징은 항상 스스로 몸을 불사르는 열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강렬한 느낌을 받아야 다른 사람에게도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예술가로서 가장 존경하는 멘토로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2년간 3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는 열정의 예술가 고흐와 타오르는 색의 마술사 샤갈, 전 세계적인 사랑의 상징적 인물로 여겨지는 마더 테레사를 꼽은 것 역시 그가 지향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임 작가는 새롭게 청운의 꿈을 꾸는 후배 작가들에게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 때로는 목숨을 걸 정도로 절실하고 열정 넘치는 길을 걸으며 국위선양의 포부를 품어 볼 필요도 있다는 덕담을 남겼다.

“예술의전당 300평 공간을 빌려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은 평면작업과 설치미술을 해 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거대한 포부를 꿈꾸며 열정으로 눈빛을 불사르는 임경숙 작가의 모습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예술가의 모습,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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