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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정신과 얼이 담겨 있는 ‘민족의 美’, 전통건축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다영국 대영박물관 한국실, 뉴욕 원각사 대작불사 등 큰 업적 남겨
신태섭 기자  |  tss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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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22  09: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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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복 도편수

전통문화는 그 나라의 민족성과 정체성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는 조선 시대 전란과 한국전쟁, 그리고 빠른 공업화를 거치면서 변질되고 사라져갔다. 그 결과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물질의 풍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선조들로부터 내려오던 가치관과 민족성이 서구문명 혹은 경제발전이라는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대립하고 정신적인 혼란을 겪고 있다.
세계인류사를 돌아봐도 국가가 유지되는 한 사회변화가 민족의 역사성과 가치관을 바꿀 수는 없다. 역사성과 가치관은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스라엘은 영토와 주권을 잃고 오랜 세월 고난을 겪었지만 그들만의 민족성을 유지하며 끝끝내 국가를 되찾고, 강력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이 자행한 민족말살정책이 오히려 우리의 민족성을 고취시키고, 강력한 저항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라져갔던 우리 전통문화를 부흥시키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통건축, 4300년 한민족의 얼과 혼을 담은 ‘민족의 美’
도편수 이광복, 민족의 혼을 담은 가치관으로 전통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다

“뚝딱 뚝딱”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이광복 도편수의 작업실에서 미국 뉴욕 원각사(주지 지광 스님)의 공사현장으로 보낼 전통 건축물에 대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원각사 대작불사 공사는 미주 불교 사상 유례없는 1500년 전통의 한국 고건축 작업이다. 이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이는 이광복 도편수(대목 제2236호)다. 현재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13대 이사장과 대한민국 대한명인 경기지회 회장을 맞고 있는 이광복 도편수는 전통건축을 두고 “한국의 전통건축은 현대 건축에서 느낄 수 없는 민족적인 조형미를 품고 있다. 전통건축은 4300년 한민족의 얼과 혼을 담은 민족의 정신이다”고 언급했다.
전통건축은 민족의 자연관, 토속신앙, 종교적 세계관 등 민족의 역사와 생활상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전통문화다. 특히 한국의 전통건축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시대상과 가치를 가잘 잘 표현하고 있다. 마치 사찰건축이 부처님의 나라를 재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전통건축은 궁과 사찰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불교사원에는 한국 전통건축의 공간 도식과 특성이 가잘 잘 나타나 있다. 불교는 한국 고유의 토속신앙과 합쳐지며, 가장 대중적인 민간신앙이 되었다. 사찰의 건축물이 우리 민족의 정신과 얼을 가장 잘 담게 된 이유다. 이광복 도편수는 불교 건축물을 통해 한민족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도편수다. 또한 건축물에 본인의 가치관을 담아내며, 전통건축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도편수로 유명하다.

‘전통을 계승하다’, 전통 건축물로 360년간 이어진 스승과 제자의 인연
이광복 도편수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수많은 불교 사찰과 고건축물을 건축했다.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 뒤에 있는 불광사, 설악산 봉정암의 적멸보궁(寂滅寶宮), 창덕궁 존덕정(尊德亭, Jondeokjeong) 등이 이광복 도편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밖에도 사찰과 대웅전을 위주로 약 200여 채의 전통건축물을 시공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2001년 영국 대영박물관 한국실 신축공사, 2005년 북촌 백인제가옥 등을 꼽을 수 있으며, 2000년대 이후 한옥 구성에 있어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강화도의 학사재도 이광복 도편수의 작품이다.
이 도편수는 창덕궁 존덕정을 해체하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는 “360년 전 만들어진 존덕정의 건축 기법이 지금 내가 하는 건축 기법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60년 전 사용되던 전통 건축기법이 스승의 스승, 그리고 그 스승의 스승님부터 나한테 이르기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내려왔다는 것을 뜻했다. 이에 엄청난 감명을 받았으며, 선조들이 사용했던 그 외의 다양한 기법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한국의 고건축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사상과 가치를 표현하고 있으며, 도편수마다 사용하는 건축 기법 또한 모두 다르다. 360년 전 이름 모를 스승이 만든 건축물을 360년이 지난 후에 제자가 보수를 한 격이다.

건축물은 당시의 시대 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어
한국의 전통을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그렇기 위해 한민족을 대표하는 선비정신을 지향해야 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는 사대부의 역사다. 선비정신은 깊은 철학을 토대로 하고 있다. 꺾이지 않는 절개를 가진 선비정신은 조선 말기까지 태평성대를 이루고 학문과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부문에서 큰 업적을 이루었다. 이러한 한민족의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지며 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이끌고 있다. 이광복 도편수는 이러한 민족 정신이 우리의 전통건축에 그대로 녹아 있다고 말한다. “건물은 시대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조선 초기 국가의 힘이 강성할 때 문화는 융성했고, 건축물도 힘이 있으며 강대했다. 반면 조선 후기에는 외세의 침략 속에 국력이 약해졌으며, 그 나약함을 화려한 건축물 뒤에 감추었다”고 언급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4000년 역사 속에서 우리 문화가 이처럼 융성한 적은 없었다. 한류의 물결을 타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은 ‘한국은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마법같은 나라’라고 말한다. 전 세계에도 우리나라처럼 현대와 전통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광복 도편수는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서 반드시 전통을 보존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통으로 답습하고 새로운 예술의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민족을 대표하는 선비 정신을 지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인간과 가장 친숙한 자연물인 나무는 전통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
상량식으로 천지신명께 1000년 가옥의 탄생을 신고하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나무를 본으로 한다. 인간과 가장 친숙한 자연물인 나무는 전통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다. 유럽은 전나무, 일본은 편백나무를 대표적인 건축 목재로 사용한다. 한국은 자연스러운 곡선을 가진 소나무를 최고의 목재로 꼽는다. 소나무는 고려 시대부터 건축물에 많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궁궐에서는 곧게 뻗은 강송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광복 도편수는 모든 건축물에 반드시 소나무만 사용한다. 초석 위에 몇 백 키로가 넘는 소나무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와 기둥이 단단히 결구 되도록 수 없이 메질을 한다.
이 도편수는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날에는 반드시 상량식(上樑式)으로 천지신명께 1000년 가옥의 탄생을 신고한다. 건축주와 목수가 모여 새로 짓는 건물에 재난이 없도록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를 지내고, 상량문을 써서 올려놓은 다음 모두 모여 축연을 베푼다. 이광복 도편수가 건축한 독일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 연구소의 상량식에 에는 주독 남북 대사가 함께 했다. 지금은 비록 정치적인 이념으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만 남과 북이 한민족의 정신을 가진 한민족임을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영국 대영박물관 한국실, 뉴욕주 원각사 대작불사 등 다양한 업적으로 전통건축의 한 획 그어
옛것을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이광복 도편수는 전남 진도가 고향이다. 고향에서 솜씨 좋은 목수로 유명하던 선친 곁에서 끌과 정, 나무와 함께 자라며 자연스레 건축가의 자질을 키웠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이 도편수는 이미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뛰어난 건축가의 자질을 뽐냈다. 당시 장관에게 기능장으로 인정을 받으며,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직업훈련원의 목공 교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80년대 해외로 나가는 목수들을 교육했으며, 한국 국가기술 자격검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후 이 도편수는 故조희환 도편수와 故신영훈 지유(指諭)를 스승으로 모시며, 부편수를 거치지 않고 45세의 나이에 바로 도편수의 칭호를 받게 된다. 귀접이 법식의 대가였던 조희환 선생은 故이광규 선생의 후계자로 차후 인간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 도편수는 조희환 선생의 건축 기법을 그대로 유지하며, 인천에 있는 보탑사 5층 목탑을 시작으로 약 200여 편의 전통건축물을 작업했다. 현재는 2013년부터 시작한 뉴욕 원각사의 대작불사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7년째 공사가 진행 중인 뉴욕 원각사 대작불사는 이 도편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 작품에는 이광복 도편수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하겠다는 굳은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도편수는 “원각사 대작불사는 한국의 전통 건축 기법을 사용해 850년 된 거대목을 대들보로 사용하여 약 85평의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전통기법만 사용해서는 이처럼 큰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가 없다. 전통의 기법을 지키면서 현대적 건축 기법을 가미해야 한다. 전통이란 옛것을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전했다.

전통 건축물은 한민족의 정신을 그대로 담아내는 그릇
도편수로서 전통 문화를 더욱 융성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 가져야

‘전통건축물은 한민족의 정신을 그대로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말하는 이광복 도편수, 그는 “도편수는 다른 이의 아이디어를 본인의 가치관과 생각으로 표현하는 장인이자 예술가다. 전통의 건축 기법은 물론 땅의 기운과 바람의 기운, 우주 만물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 또한 건축물의 용도와 가치를 잘 살리고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바로 도편수가 해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우리 한민족의 정신을 계승하고, 더욱 융성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전하며, 도편수로서의 본인의 사명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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