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연예 > 아트/서적
오팔(OPAL)세대, 나이는 숫자에 불과
김태인 기자  |  red3955@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4.23  10:30:5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한 안창수 화백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5060세대를 나타내는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세대의 등장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에서 지난해 출간한 ‘2020년 세계경제대전망’에 따르면 65~75세의(젊은 노인/Young Old)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으며 그들의 선택이 앞으로의 소비재, 서비스,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청춘 못지않게 자신의 분야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동양화의 거목으로 불리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설파(雪波) 안창수 화백은 이순(耳順)의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해 한국 동양화의 대가로 칭송받고 있다.

정년퇴직 후 서예를 접한 계기로 화가의 길로 들어서다
경남 양산이 고향인 안 화백은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그는 부산고를 졸업한 후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수출입은행에 입사해 30년 동안 전문 금융인으로 지내왔다. 그리고 퇴직 후 대우조선해양 고문으로 지내다 은퇴를 한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양산은 우리 가문의 뿌리가 있는 장소에요. 가문의 뿌리를 지키면서 남은 인생을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양산에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림을 그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별다른 취미생활 없이 불교와 유교경전을 읽으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서예를 배워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경전을 쓰며 서예의 길로 입문하게 되었다. 그렇게 6개월쯤 됐을 때 부산에서 열린 닭 전시회를 보게 되었고 그때가 마침 2005년 을유년, 푸른 닭띠의 해이기도 해 무심코 닭 그림을 그렸는데 주위의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았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안 화백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사람들이 저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는 것이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때서야 그림에 대한 소질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대로 그림공부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그의 나이 60세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순(耳順)의 나이에 배낭 하나만 메고 떠난 중국 유학길
환갑의 나이였지만 그래도 동양화 공부를 하려면 역사가 있는 중국에서 해보자는 생각에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나선 그는 중국 현지 미술학교에 무작정 찾아가 교수들의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한국에서 왔다는 머리 허연 그를 하나같이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그렇게 찾아다닌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한 교수가 휴대폰에 담아간 자신의 그림을 보고 추천서를 써준 덕에 항저우에 있는 중국 미술대학에서 본격적인 그림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중국 유학생활, 좁은 기숙사에서 지내며 삼시세끼를 학교식당에서 때우면서 그림과 씨름했다.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싶어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그때 스승의 한 마디가 그를 바로잡아줬다. 스승은 “청나라의 대표적인 화가 금농은 오십이 넘어 붓을 잡았고 예순이 넘어 대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또 미국의 최고 민속화가로 꼽히는 그랜드마 모제스는 일흔여섯까지 10남매를 키운 주부로 살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살에 타계할 때까지 1600여 작품을 남겼다”며 안 화백에게 끈기 있는 그림공부를 할 수 있도록 채근질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결국 그의 노력은 각종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그림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중국 호모배 전국서화대전에서 닭 그림으로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임백년배 전국서화대전 1등상(호랑이)과 중화배 전국서화예술대전 금상(독수리)을 수상했다.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한 달 뒤 다시 일본 교토조형미술대학으로 두 번째 유학을 떠나 6개월간 일본화풍을 배웠다. 일본에서도 소화미술대전 입선(목련), 전국수묵화수작전 입선 3회(호랑이 등), 전일전(全日展)예술상(붓꽃)과 준대상(호랑이) 등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으며 2011년 일본 수묵화 교육용 화집에 작품이 실렸을 만큼 인정받는 화가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신사임당미술대전 특선(포도) 등 한국에서도 그의 그림은 빛이 났다. 2009년 서울 인사동에서 처음 연 개인전은 지난해까지 16회 이어졌으며 일본과 미국 등 단체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팔(OPAL)인생, 나이는 숫자에 불과
안 화백의 그림은 수묵 바탕에 채색을 입혀 화려하고 감각적인 것이 특징이다. 미술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전통적인 남종 문인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표현으로 받아들인다”며 “농담의 변화가 풍부하고 색채의 화려함이 강조되어 나타나는 작업의 양태들은 전통적인 운필과 색채 운용방법에 더하여 서구적인 조형방법까지도 차용하고 있다”고 평한다. 그의 또 다른 특징은 다작(多作)으로 붓놀림이 빠르다. 공부할 때 남들 한 장 그리는 시간에 세 장이나 그릴 만큼 빨라 좀 천천히 그리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어느덧 자신의 스타일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그는 호랑이 전시회만 13회 이상 개인전을 개최했을 정도로 호랑이 그림 작가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2017년에는 영화에도 출연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 출연해 일본 문부대신 역을 소화했다. 이를 계기로 공익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으며 최근에는 양산비즈니스센터에서 이웃나눔 전시회를 개최해 판매수익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나이에는 정해짐이 없습니다. 중국 유학 시절 중국미술대 교수에게 ‘늦은 나이에라도 이렇게 그리면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 교수는 가능하다고 했어요. 청나라 양주팔괴(揚州八怪)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서 말이에요. 뭐든지 최선을 다해 임하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두려워 말고 실행에 옮겨보면 반드시 뜻밖의 시간이 선물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고 전하는 안창수 화백을 통해 배움에는 진정 끝이 없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김태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가장 많이 본 뉴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뉴스앤매거진 파워코리아 대표 백종원  |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 162-3번지 2층  |  대표전화 : 02-466-5085  |  팩스 : 02-444-0454
대표메일/제휴광고문의 : bridgekorea@naver.com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백종원(bridgekorea@naver.com)  |  사업자등록번호 : 591-87-01957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종원
월간 파워코리아의 기사는 회사, 기관, 개인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및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며,
기사에 소개된 제품이나 서비스 내용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Copyright © 2024 월간파워코리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