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순금 대중강사

세계적으로 성평등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됨에 따라 여성들의 위상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여성들에게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역할과 의무가 강조되었지만 점차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정부 역시 성평등을 국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며 여성은 남성의 보조자라는 편견을 없애고, 여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면서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에 미래가 있다.’라는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일과 육아, 자기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날로 지능화되고 다각화되는 성범죄의 위협은 여성의 활발한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이다.

“성평등의 시작과 끝은 가족이며, 성평등을 통해 가정과 사회의 의미를 다시금 정립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세계 선진국 그룹에 진입한 대한민국이기에 미래를 위한 성평등 교육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탓일까? 인터뷰에서 만난 오순금 성평등 강사의 표정과 눈빛은 자신의 일에 대한 강력한 사명의식으로 밝게 빛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9급 공무원에서부터 서기관까지, 그리고 성평등 강사로…
제주도 토박이인 오순금 성평등 강사의 인생은 순탄하고 풍요롭지만은 않았다. 오 강사는 6살 되던 해 어머니를 병환으로 잃고 조부모님 슬하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어려울 수도 있는 환경이었지만 오 강사는 언제나 착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더 넓은 세상,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는 오 강사의 열정은 그를 자연스럽게 공직사회로 이끌었다. 1976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 임용 준비를 시작하여 지방공무원 5급 ‘을’, 지금으로 따지면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것이다. 당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국가를 재건하고 ‘잘 살아보기’ 위해 끊임없이 각종 정책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이렇게 국가 재건기의 흔치 않은 여성 공무원으로서 오 강사는 자신의 열정은 물론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귀포시청의 국장직(지방서기관)을 마지막으로 2017년에 40여 년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특히 1남 1녀의 어머니로서, 국가 재건을 위해 수많은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었던 현장 공무원으로서 겪었던 많은 경험은 그가 은퇴 후 제3의 인생을 성평등 강사로 시작하게 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국가재건의 시기, 여성으로서 겪었던 이중의 고난에 맞서 싸우다
70년대 당시는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적인 남존여비의 사상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을 때였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나면 못 할게 없다’고 할 정도로 남성 우월주의 사상이 뿌리 박혀 있던 때이다. 물론 여성들도 더 많이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많은 부분 개선된 점도 있었으나 여성에게는 스스로 사회에 공헌하며 살아가는 역할보다는 남성의 보조자이자 아이를 양육하는 존재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었다. 오 강사가 이러한 남녀차별을 처음으로 강하게 실감한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고 이야기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반장을 한 번도 할 수 없었어요. 부반장에 만족해야 했죠.”

그의 모범적인 생활 모습과 우수한 성적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반장을 맡아 할 수가 없었다. 여학생이 반장을 맡아서 하는 것은 남학생들의 자존심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선생님들의 우려와 관례 때문이었다. 그나마 중학교 2, 3학년에는 여학생들만 있었던 반이었기에 반장을 맡을 수 있었다며 오 강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학생 때부터 일상처럼 받아들였던 성차별은 사회에 나가서 좀 더 뚜렷해졌다. 공직 사회에서도 여직원들은 남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하여 사무실 청소와 직원들 책상 닦는 일 등 업무 외 일을 해야 했으며 이 때문에 업무 성과에 방해를 받기도 했다. 당시엔 남녀 할 것 없이 이러한 대우를 당연하게 여기곤 했으나 오 강사는 이때부터 당연하게 여겨져 온 것들에 불만을 느꼈고 성평등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점차 굳혀 나가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가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일은 직장생활 6년 차에. 결혼을 하고 첫째 아이의 출산을 준비하고 있을 당시의 일이었다. 당시 제도적으로 여성공무원이 출산을 하는 경우에 60일간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규정대로 휴가를 신청했음에도 지금까지 60일간 출산휴가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상급자가 허락을 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도 완전히 이러한 병폐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출산으로 휴가를 내는 것은 업무에 방해가 되는 행위라는 인식이 강하게 있었고, 여직원은 임신 혹은 출산을 맞이하게 되면 사표를 내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은 국민을 낳는 것이고, 국가의 미래는 국민에게 달려 있으니 결코 개인의 일로 여길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기 위해 정당하게 휴가를 내고, 휴가 후 복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오 강사는 물러섬 없이 당당하게 상급자를 설득하고 규정된 출산휴가 60일을 받았다. 또한 이것이 선례가 되어 자신의 동료와 후배 여직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출산휴가를 이용하고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던 것이 지금도 뿌듯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여성에게 일과 가정양립을 할 수 있는 권리, 남녀 모두 육아를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 등이 미흡했던 시기이기에 당시 큰 국가과제였던 주민등록증 갱신사업 진행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닐 정도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또한 사내에서 생긴 성희롱 사건이 전례 없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되어 직장 내 성희롱의 개념조차도 미흡했던 시절, 처음으로 아무런 선례나 도움 없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기준과 대응 지침을 만드는 작업을 경험했던 것도 성평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스스로의 신념을 확고히 하게 되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오 강사는 말했다.

결핍은 나의 힘…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 제3막을 살고 싶다
오순금 강사는 공무원이자 어머니, 그리고 아내로서 이중 삼중으로 처한 어려움들을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결핍을 원료로 삼아 도전과 성실, 그리고 끊임없는 배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공무원 생활 후반기, 부하 직원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된 고려대학교 명강사 최고위과정은 오 강사가 인생 3막의 방향을 확실히 결정하는 데에 큰 계기가 되었다. 사회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경지를 가진 사람들이 강사가 되기 위해 청중들과 공감하고 호응을 끌어내는 능력을 배워 나가는 것에서 큰 울림을 받았던 것이다. 강사로서의 능력은 강의 기교도 중요하지만 강사 스스로의 깊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명상 수업을 통해 자신을 다지고 시 쓰기와 책 쓰기 수업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오순금 강사는 당분간 가족과 신세 진 주변 사람들을 도우면서 건강한 사회를 위한 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정년퇴직하면서 맞은 회갑기념사업으로 출신 고등학교 장학재단과 적십자사에 매년 금일봉씩 20년간 출연하고자 마음먹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1979년 직접 조직한 적십자봉사회 회원으로 5,000시간 봉사상 수상 등 다수의 단체활동을 통해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일을 하면서 여러차례 수상 내용을 보면 녹조근정훈장, 국무총리, 행정자치부장관상 2회, 보건복지부장관상 2회, 국가전문행정연수원장, 대한적십자사 회장 9회(자원봉사 5,000시간 등), 광역ㆍ기초자치단체장 9회, 제주한라대학교 학장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다.
오순금 대중강사는 제주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국제웰빙전문가협회 책임교수, 제주아라행복강연센터 센터장,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운영위원, 공공기관의 각종 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한라대학교, 종합사회복지관, 제주시청, 경남여성단체협의회, 초ㆍ중ㆍ고등학교, 노인대학 등 다수 공‧사기관에서의 강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강사 25시』(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