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에 불어닥친 산업화의 성과로 기계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한 금속, 유리, 플라스틱 등이 대거 등장하며, 목기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 요즘이다. 아쉽게도 우리 고유의 목공예는 전승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희귀해진 몇몇 장인들의 손에 의해서만 겨우 맥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에 위치한 고려공예를 이끌고 있는 대전무형문화재 제24호 목기장인 김인규 보유자는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단순히 흐르는 세월 탓만을 해서는 안된다고 누누이 강조하곤 한다. 다시 말해,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과 취향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의 접시나 전통다기세트 등 다양한 생활목기를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여 목기가 가진 자연친화성과 친환경성의 장점을 살린 신개념의 목기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에게 익숙한 '목기'는 흔히 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그릇을 통칭하는데 넓은 의미로는 먹을 것을 만드는 장소인 부엌 또는 주방에서 쓰이는 기구와 먹는 장소에서 쓰는 기구와 기명을 모두 포함한다. 누구나 목기라고 하면 제기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목기는 제기를 제외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생활용기가 은근히 더 많은 편이다.

고려공예 김용오 공동대표의 의견에 따르면, 찬합을 비롯하여 찻잔, 상, 쟁반 등이나 절에서 사용하는 발우도 대표적인 목기로 꼽힌다고 한다. 특히, 목기로 만든 소반은 예로부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용구로 여겨지는데, 본래 상은 소반, 교자상, 제상, 책상류에 속하는 것을 두루 뜻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상이라고 하면 대체로 소반을 지칭하고 있다. 다양한 수상에 빛나는 고려공예가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된 이유도 소품목 27개로 구성된 제기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반은 중국산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중시하고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인정받는 귀중한 가구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대전 고려공예에서는 다양한 목기들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지만, 특별히 수장인 김인규 목기장이 애정을 갖고 있는 라인업은,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가 국내에 내한했을 때 기념품으로 채택했던 '복단지(복주머니)'이다. 복단지는 일반적인 제기나 불상과 같은 종교적인 색채가 없을 뿐더러, 감상품이나 실용적 용기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어서 외국인들에게 특히 호평을 받으며 특별주문형태로 150여점이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격조가 있고 예술적인 수준이 높은 수제품에 대한 수요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목기를 비롯한 우리의 전통 민예품이 급격한 흐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면, 앞서 논한 그런 수준으로 발전해나가야 하는 것이 자명하다. 비록, 작업 방식은 옛날식이지만 대전의 지역브랜드인 고려공예가 꾸준히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연구해나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