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무형문화재 제24호 김인규 목기장이 빚어내는 고려공예의 목기 수제 공예품이 명품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푸레나무를 비롯하여 박달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노각나무, 느릅나무 등 최고의 목기 재료로 손꼽히는 원목을 기본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료들을 바탕으로 최소 6년 이상 말린 후 틈새가 갈라지지 않는 것만 선별해 깎고 말리고 옻칠하는 등 총 110여차례의 손길을 거친 공예품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대전 무형문화재 목기장이
전통 수제공예품을 완성시키는 과정

고려공예 전통목기 제작기술은 족답기 가공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족답기는 2인 1조 혹은 3인 1조로 이루어지는 발틀기계로 목기를 깎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한 명이 발구름판을 밟아 회전판을 돌리면 다른 한 명은 공예칼로 나무를 파 제기의 모양을 잡아내는 방법이다.

모양을 잡은 제기는 곧바로 숙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다시 깎게 되면 나무 안의 수분으로 인하여 모양 자체개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정교하게 다시 칼로 깎아 모양을 완성한 뒤 옻칠을 잘 먹게 하기 위해 톱밥과 함께 건조 시킨다. 이 과정을 거치며 갈라짐이나 흠집 등으로 사라지는 목기 재료는 통상적으로 40%에 이른다고 하며, 10개 중 6개 정도만 상품성을 갖는 제품으로 완성되고, 나머지는 화로로 들어가 재가 된다.

처음 옻칠을 할 때에는 조갯가루로 나무에 있는 작은 구멍을 메우며, 조갯가루로 메운 제기는 다시 이틀 정도 숙성을 한 후 본격적인 옻칠을 시작하게 된다. 옻칠 이후 2일 정도를 말리고 다시 옻칠을 하는 과정이 약 11회 정도 반복된다.

인내로 완성시키는 옻칠공예

강원도 및 충북 영동에서 직접 구해온 나무를 6년에서 10년간 자연 건조시켜 재료를 선택한 이후 끊임없이 깎아내고 다듬는 문활기법을 바탕으로 한 수작업 옻칠을 통해 하나의 공예작품이 비로소 탄생된다. 이 과정에만 걸리는 기간은 최소 1년 6개월이다.

고려공예의 공동 대표이자 김인규 목기장의 아들인 김용오 대표는 제작 원가와 기간을 줄이기 위해 공정을 현대화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제조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옻칠 과정에 초점을 맞춰, 톱밥 두께의 조정과 교대 쌓기 방식을 채택해 상대습도 75~80%, 실내온도 28~30도 안팎의 건조 조건을 찾아냈다. 또한,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항온항습형 건조기를 자체적으로 도입해 종래 50일 이상이던 건조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데 성공한 점은 매우 눈에 띄는 요소다.

이 기술을 발판으로 고려공예는 특허청 실용신안을 등록하는 한편, 대전 무형문화재만의 비법으로 전수해오던 다양한 기술과 신개발품인 옻칠봉안함 기술 등을 함께 특허와 상표로 등록한 바 있다. 더불어, 대전광역시를 비롯한 정부 기관과 다년간 상품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단계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고려공예는 옻칠 봉안함을 비롯해 웰빙 식기세트 등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해 옻칠공예품의 대중화에도 나서는 한편, 해외수출을 늘리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대전광역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삿포로시는 2004년부터 전통목기와 봉안함 등을 포함한 고려공예의 12개 작품을 상설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고려공예의 요즘은, 가내 수공업으로만 오랫동안 이어왔던 옻칠공예를 새로운 영업전략 및 경영방식으로 보다 새롭게 변화를 맞이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