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로제 연

문헌상으로 남겨진 우리나라 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마한시대까지 올라간다. 우리 선조들은 곡주를 빚어 조상들께 바치고, 술 마시기를 즐기며 춤과 노래를 함께 했다.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전통주는 약 400종,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전통주까지 더하면 약 1천여 가지의 전통주가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내려진 ‘주세령’으로 많은 전통주들이 사라졌다. 이후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전통주는 더 이상 명맥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의 막걸리와 희석식 소주가 대표적인 대한민국의 전통주가 되었다. 일본의 사케와 스코틀랜드 위스키, 프랑스의 꼬냑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세계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명품 전통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내세울만한 명주라고 부를만한 제품이 없었다. 소주가 한류의 열풍 속에 주목을 받기는 하지만 이것을 전통 명주라고 부를수는 없다. 이런 가운데 경상북도 문경에서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오미자를 전통방식으로 양조해 명주라고 불릴만한 최고급 전통주를 생산하는 곳이 있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오미나라(㈜제이엘, 대표 이종기)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위스키 마스트 블렌더, 세계적인 명주 개발을 꿈꾸다
다섯 가지의 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오미자, 학명은 Schisandrae Fructus이다. 프랑스어로 Maximowiczia typica라고 불리며, 최상의 맛이라는 의미다.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약리적 효과도 뛰어나다. 오미자의 성분 중에 리그난의 쉬잔드린(Schisandrin)과 고미신(Gomisin)성분은 독성물질에 의한 간손상을 막아 간을 보호하고, 알코올 대사를 촉진하여 혈중알코올농도를 낮추어 주는 효과가 있다.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대한민국 최초의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다. 40년 넘게 술을 빚어온 이 대표는 세계 최초로 오미자 와인을 개발하였고, 현재까지도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OB맥주에 입사했다. 그리고 당시 두산과 세계적인 주류업체 씨그램이 합작한 회사 두산씨그램에 재직하던 시절, 위스키 공부를 위해 스코틀랜드 헤리엇와트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로 유학을 갔다. 이때 세계 각지에서 온 유학생들이 저마다 자국의 대표적인 전통 명주를 두고 시음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에는 내놓을만한 전통주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고, 언젠가는 세계적인 명주를 꼭 개발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유기농 무농약 오미자로 만든 세계최초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세계적인 명주 ‘고운달’, 부드러운 목넘김 +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의 향연
이 대표는 1993년부터 다양한 한국산 재료를 가지고 술을 제조했지만, 적당한 원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색깔이 곱고 향이 좋은 오미자를 찾은 후, 1994년 문경에 터를 잡고 오미자로 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오미나라의 시작이다.
오미나라에서는 유기농 무농약 오미자를 원료로 사용하고 정통샴페인 공법으로 제조한 세계 최초의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를 개발했으며, 문경 오미자로 빚은 프리미엄 증류주 ‘고운달’, 그리고 문경의 또 다른 특산물인 사과로 제조한 증류주 ‘문경바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제품은 세계적인 명주라고 불리는 ‘고운달’이다. 52도인 고운달은 문경산 오미자를 착즙하고 1년 이상 발효하여, 오미자 와인으로 제조한 후 유럽 포르투칼에서 공수한 샤랑트식 증류기를 사용하여 1차, 2차 증류하여 생산한다. 증류한 후에는 다시 유러피안 오크통이나 문경의 전통식 백자에서 숙성시킨다. 오크통에 숙성시킨 ‘고운달 오크’는 오크통에서 우러나온 그윽한 삼나무 향과 마시고 난 후 올라오는 기분 좋은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문경 백자에 숙성시킨 ‘고운달 백자’는 높은 도수에도 목 넘김이 유난히 부드럽고, 달콤한 화이트 초콜릿과 과일, 허브향이 입안에서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52도이지만 높은 도수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상큼한 과일향과 허브향, 그리고 매콤한 향, 매운 향 등 오미자가 가진 5가지의 향이 입안에서 다채롭고 오묘하게 맴도는 것이 과히 명주라 불릴만하다.

전통적인 제조방법으로 만들어 그윽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인 ‘오미로제 결’
고압탱크에서 고압 상태로 여과하고 병입하여 상큼하고 신선한 풍미가 느껴지는 ‘오미로제 연’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 ‘결’은 숙성기간만 3년 넘게 걸리는 제품으로 깊은 맛이 가장 큰 매력이다. 오랜 기간 천천히 발효하기 때문에 그윽하면서도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제조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넣어서 다시 한번 재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통 방법이다. 발효가 되면서 병 안에 충분한 압력이 생기면 병을 비스듬히 360도 돌려가며 효모 등의 찌꺼기를 조금씩 천천히 제거한다. 그리고 찌꺼기를 제거하면서 줄어든 와인을 다시 채워 넣은 후 코르크를 막고 와이어를 조이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신제품 오미나라 ‘연’도 출시했다. 작년 5월에 출시한 연은 결의 후속 제품으로 제조 방법을 달리하는데 일반 발효 탱크에서 1차 발효를 하고, 다시 내압탱크에서 2차 발효를 한 후 고압 상태로 여과하고 병합한다. 스파클링 와인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거품은 발효탱크의 기압과 관계가 깊다. 프로세코(Prosecco) 2차 발효 시 기압은 3기압 정도로 정통 샴페인(5~6기압)보다는 낮아 마개를 열었을 때 거품 올라오는 시간이 샴페인보다는 짧다. 그러나 오미로제 연은 2차 발효탱크 기압이 샴페인과 같은 6기압을 유지하고 있어 거품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상큼한 맛이 매우 강하고 풍미 또한 뛰어나다.

한민족의 오랜 역사가 깃든 ‘천년주막’에서 우리술의 독립을 외치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한 25년, 세계적인 명주의 반열에 오르다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진안리, 오미나라가 위치한 자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천년주막의 옛터다. 오미나라 옆으로 나 있는 도로 역시 1414년 태종 14년에 개축하고 영남대로라고 명명(태종실록에 기록)되었던 오래된 길이다. 또한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가 기해박해를 피해 서울로 가던 중에 문경의 한 주막에서 사망했는데, 그 주막이 천년주막이며 지금 오미나라가 있는 자리다. 이처럼 역사 깊은 자리에서 전통주의 역사를 계승하면서 스스로 ‘우리술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이종기 대표, 그는 과거 국내 위스키 중 가장 유명한 윈저와 골든블루를 개발한 국내 최고의 주류 전문가다. 그런 그가 이른바 수입 주류의 천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수입 명주를 뛰어넘는 최고의 전통 명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5년 넘게 사업을 일궈오고 있다.
국내산 원료와 전통의 제조 방식과 최고의 제조 공법으로 만들어온 오미나라의 제품은 국내 최고의 술로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내노라 하는 대기업들을 제치고 부문별 대상을 3개나 거머쥐었다.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특별 만찬주로 사용되었으며, 2015년 ‘세계물포럼’에서는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는 등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여러 행사에서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술맛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전국 애주가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양조전문가를 육성하는 교육 시스템 갖추고, 전통주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 도모할 것
최근에는 이 대표의 학교 후배 2명이 새로 합류하면서 사업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들 모두 진로와 씨그램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주조 전문가들로 이 대표의 경력까지 합치면 무려 100여 년의 경력이 된다.
세계의 명주라 불리는 술은 모두 지역의 특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지역의 기후와 풍토, 그리고 역사가 술맛에 깊이 녹아들면서 명주가 된다. 이 대표 또한 국내 최고의 양조 전문가들과 함께 오랜 역사가 깃든 뜻깊은 자리에서 세계 최고의 문경 오미자를 사용해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끝으로 “오미나라는 문경의 특산물 오미자를 사용한다. 술의 품질은 이미 널리 인정을 받고 있다. 매년 재정위기를 겪으며 여기까지 왔지만,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조금씩 매출이 늘어났다. 내년부터는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재정적으로 자유로워지면 전문적으로 양조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하며 앞으로의 밝고 힘찬 청사진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