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배대균 상임대표]

 마산방어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길고 처절한 전투로 마산전투를 방어하지 못했으면 한반도의 역사가 바뀌었을 정도로 중요한 전투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산방어전투에 대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처럼 마산방어전투가 역사 속에 묻혀 잊혀져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한 민간인에 의해 재조명되면서 마산방어전투가 갖는 역사적 중요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역사 속으로 잊혀질 뻔한 방어산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마산방어전투 기념사업회’를 창립한 배대균 상임대표를 만나보았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길고 처절했던

마산방어전투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은 민족상잔이라는 기억조차도 하기 싫은 전쟁이지만 2차 세계대전의 종료와 더불어 시작된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을 극명하게 드러내 치러진 대리전 양상의 국제전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소비에트 소련이 붕괴하는 1990년대 초까지 세계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간 그야말로 일촉측발의 위기가 지배했던 국제 냉전의 시기였다. 그런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국이면서 당사국인 대한민국을 특정 세력이 민족 간 이념 갈등으로 포장해 내전이라고 몰고 가며 한국전쟁을 이른바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는 오명으로 치부하면서 애써 축소하려고만 했다. 이런 시점에 배대균 상임대표는 한국군과 미군의 결속으로 한국전쟁의 국면을 극적으로 전환시킨 중요한 지역의 전투 과정을 담은 책을 발간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념사업회를 창립했다.

“한국전쟁 당시 마산방어전투는 가장 길고 처절한 전투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으로 잊혀져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마산방어전투를 창원 시민은 물론,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책자를 발간하고 기념사업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마산방어전투는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0일 동안 마산 진전면 일대에서 인민군과 한미 동맹군이 치열하게 치른 전투로 핵심 격전지였던 서북산은 19 번이나 고지의 주인이 뒤바뀌었고 이 기간 동안 희생자만 5,000여 명(인민군 4,000여 명, 미군 1,000여 명)이 발생했다. 특히 전투 기간 내내 마산지역에 주둔한 미군 제24사단과 25사단은 인민군 제6사단과 7사단의 공격을 막았다. 인민군은 8월 초와 중순, 말경 등 세 차례 사단급 총공격을 펼쳤지만 한미 동맹군은 끝내 방어 에 성공했다. 당시 마산이 수많은 희생 속에 처절하게 지켜지면서 재정비할 수 있 었던 한미 동맹군은 9월 16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했고 한반도는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됐다.

“마산은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과는 불과 50㎞밖에 안 되는 곳으로 마산이 뚫릴 경우 UN군 하역항만이 적의 손에 넘어가 한반도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릅니다. 이처럼 중요하고 치열했던 전투가 마산 일대에서 벌어졌는데도 이를 기억하고 기념할 공간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마산방어전투는 대한민국 국민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역사적 산실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중학교 시절 눈앞에서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쟁의 참상을 겪은 배대균 상임대표는 해군 대위로 임관해 의무관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두 차례 전쟁의 상흔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틈틈이 수필을 쓰며 평범한 개원의로 살면서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6월이면 불현듯 떠오르는 전장의 상흔에 가슴이 시렸다고 한다.

“2009년, 우연한 기회에 미국 작가 바르 드러리와 톰 클라빈이 저술한 ‘The Last Stand of Fox Company’를 접한 후 틈틈이 번역하고 전쟁자료를 수집한 끝에 2014년 ‘장진호 전투(폭스 중대의 최후의 결전)’라는 번역서를 출판했습니다.”

‘장진호 전투’ 출판을 계기로 한국전쟁 중 가장 길고 많은 희생자를 낸 마산방어전투를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는 소명이 싹텄다. 당시 6·25참전 유공자회 창원시진해 지회장과 함께 2년 6개월 동안 마산전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 발굴과 해병대 군사연구소의 고증을 거쳐 2018년 ‘마산방어전 루트를 찾아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미군과 UN군에 관한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가 않았다고 한다. 수소문 끝에 미국 국립 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가 마산을 사수한 미25보병사단의 방어전투일지를 보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진해 미 해군 사령관의 추천서를 받아 A4 용지 500매 분량에 달하는 마산방어전투 미25사단의 전투일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3년 동안 500매에 달하는 전투일지를 번역하는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특수한 군사 용어와 난해한 영문표기 등으로 인해 번역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그는 5년 전부터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같이 금속탐지기를 직접 들고 다니며 격전지를 중심으로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발굴과정에서 마산방어전투 당시 사용된 탄피, 수류탄 파편 등을 발굴했으며 총기를 알 수 없는 탄피를 발견해 국방부에 조사 의뢰를 맡기기도 했다.

“마산방어전투를 창원 시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 8월, 마산방어전투 기념사업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마산방어 전투가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재할 수 있게한 중요한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시설은 해병대진 동리지구전첩비, 서북산전적비에 불과합니다. 전국 곳곳에 전투가 있었던 곳에 작은 기념관이 있지만 창원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심지어 국방부가 지정한 한국전쟁 60대 전투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에 기념사업회에서는 마산방어전투 기념관 건립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 다. 이와 더불어 한국전쟁 당시 서북산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로버트 티몬스 대위, 류승석 참전용사 등 공로에 맞는 대우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마산방어전투의 또다른 조력자,

방호산(方虎山)장군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6사단장인 방호산 장군은 한인들이 많이 속해있는 중국인 민해방군 166사단을 개편해 사단을 창설했다. T34 전차와 모터사이클, 보병연대 등 최정예부대를 꾸린 후 전쟁 당일 개성을 함락하고 북한군 최초로 한강을 도하해 김포로 침입했다. 15일 만에 300km를 이동할 정도로 전사(戰史)에 유례없는 빠른 이동력을 갖추며 충청지역을 장악한 뒤 남원, 순천을 경유해 파죽지세로 진주까지 이동한 방호산 부대는 하루 만에 장악할 수 있는 마산으로 가지 않고 목포와 여수 쪽으로 방향을 틀어 3일 가량을 보낸 뒤 다시 충남 공주로 이동을 해 4일 가량을 보냈다. 이 일주일이 전세를 결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방호산 장군이 7일 정도를 목포와 충남지역으로 방향을 바꿈으로써 인천상륙작전의 성공과 함께 전세가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었다. 당시 미군을 지휘한 워커 사령관조차 북한군 6사단이 목포와 충남 공주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전쟁 결과가 어떻게 됐을 지 모른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미군의 대규모 병력에 방호산 장군이 일단 부대를 물렸다고 하는데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일부러 부대를 물리지는 않았습니다. 방호산 장군은 북한군 사단장이었지만 조선족으로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었습니다. 정황으로 미루어 봐서 어쩌면 방호산 장군은 미군과 전술을 펼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여전히 북한군 6사단의 실수라고 하는데 이는 실수가 아니라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았던 방호산 장군의 숨겨진 희생입니다."

한국전쟁 60대 전투에도 포함되지 않은 채 역사 속으로 잊혀져 갈 뻔했던 역사적 사실을 배대균 상임대표로 인해 겨우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마산방어전투. “마산방어전투 기념사업회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사명감을 가진 시민 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창립했지만 정작 지자체에서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기념사업회를 통해 마산방어전투가 얼마나 중요한 역사적 역할을 했는지 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회원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고 전하는 그의 바람처럼 마산방어전투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위대한 전투였다는 것을 창원시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