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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했다.
지윤석 기자  |  jsong_ps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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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25  21: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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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봄, 송보영 화가의 지난 겨울은 너무나도 길었다. 오는 9월 말부터 시작되는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에서 전시회를 갖게 된 그녀는, 본격적으로 국내외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그간 그려온 김치그림과 유산균 그림 라인업을 차례로 선보이게 되었다. 유기농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서, 지난 2015년에 이어 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게 되는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앞두고 부담스러웠던 탓일까. 송보영 화가는 전국 뿐 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방문하게 될 이들이 김치그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두고 고심의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마침내 생각하게 된 결론은 자연스러움 속에 느끼게 될 또 다른 새로움이 ‘답’이었다. 다음은 송보영 화가와의 일문일답이다.(이 인터뷰는 지난 2월 중순 즈음 진행되었다.)

 

   
 

 

기자. 요즘의 근황은 어떤가?
송보영 화가.
작업이 조금 더딘 느낌이긴 했다.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준비하며, 긴장도 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림에 힘이 들어가더라. 우리나라 사람들 뿐 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바라보았을 때, 똑같은 김치 혹은 이미 경험해보았던 김치가 아니라 특유의 따뜻한 정서감을 느꼈으면 했다. 그렇게 일종의 노력이 담긴 김치와 김치유산균을 구상하다보니, 알 수 없는 욕심이 들어가더라. 작품을 그리며 이렇게까지 고민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스케치만 수없이 반복적으로 하면서, 머릿 속엔 온통 평범하게 떠올리게 되는 김치가 아닌, 기존과는 느낌이 또 다른 김치를 제대로 표현하길 원했다. 그러다보니 지난 겨울의 작업은 술술 풀리는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조금 힘든 시간이었다. 달리 표현하면 끝임 없는 연구의 연속이기도 했다. 올해 가을 유기농엑스포 이전엔 매년 참가해온 국전도 계획되어 있었다. 그에 맞춰, 선보이게 될 작품들에서 또 다른 방향성을 보았으면 했다. 마치, 김치유산균 그림을 바라보는 이가 ‘어? 이번에 좀 더 다른 연구를, 다른 표현을 입혔네?’와 같은 느낌을 받게끔 말이다. 결국, 스스로 내린 정답은 생략할 땐 과감히 생략하고 보다 자연스러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있었다.

 

   
▲ 지난해, 평택 비전갤러리 전시회에서

 

기자. 기존과는 또 다른, ‘방식의 변화’가 있었다는 말인가?
송보영 화가.
지난해 평택 개인전 때도 기자님께서 방문을 해주셨지만, 주로 재료로 사용되는 고추와 배추가 소재였지 않나. 저는 보다 회화적인 접근이 되길 원했다. 실물사진과 완전히 똑같은 김치그림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고 작가가 담을 수 있는 일종의 스토리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마냥 비구상적인 요소 뿐 만 아니라 회화적인 재료도 함께 적절히 섞인 반구상이라는 점을 더욱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는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준비를 위해 기존 작품까지 합하여 유산균그림은 10점에서 12점, 김치그림은 20점에서 22점 정도를 준비 중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살짝 덧붙이자면 엑스포에 맞춰, 새롭게 작업 중인 그림은(제목 미정) 100호 하나에 김치를, 그리고 또 다른 100호 하나에 김치유산균을 표현하여 두 소재가 연결되게끔 반구상적이면서도 느낌이 있는 요소를 표현하려 한다. 아마도 다음 번 만남 때는 좀 더 구체적으로 눈앞에 보여드릴 수 있을 듯 하다.

 

기자. 작품 구상에 대한 고충으로 인해 힘든 겨울을 보내셨지만, 오히려 화가님 표정은 편안해 보인다.
송보영 화가.
덧칠보다는 닦는 것에, 때론 흘리기도 하고 섞기도 하는 작업을 연이어 시도 중이다. 많이 힘을 빼려 한다.(웃음) 앞서 말씀드렸듯, 저 자신이 큰 대회를 앞두고 있다 보니, 전보다 많이 채우고 좀 더 욕심을 내는 부분이 절로 느껴지더라.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작품에 임하기 전의 마음부터가 부담감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을 달리 먹었다. 기존보다 ‘잘 표현해보고 싶다’라기보다, 본질적인 부분들을 기반으로 색상을 다시 다채롭게 구성해보았다. 이를테면 ‘고추’ 소재를 예로 들었을 때, 그 부분의 시작은 자연과 햇살, 그리고 공기이잖나. 햇살의 노랑과 자연의 푸름을 통해 진정한 초록이 열리게 되는 것처럼, 순리에 따르되 재료를 좀 더 덜어내고 공간을 비우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우선 저라는 사람은 작업이라는 이 행위 자체가 재미있어야 더욱 오래토록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기에, 스스로 재미있는 요소를 찾고 의미를 찾아야 한다. 똑같은 김치를 반복적으로 그리면 지겨울 수 있으니,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보며 마음을 비우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린 듯 하다. 하지만 이 또한 작가적인 발전이라 생각하기에 힘들었지만 보람 또한 크다.

 

   
▲ 전라북도 장수미술관 '송보영 김치전'

 

기자. 엑스포 준비에 대한 부담이 참 크긴 했던 것 같다.
송보영 화가.
그 부담감을 이겨내다 보니, 스스로 멘탈이 더욱 튼튼해진 느낌이다. 예를 들어, 제가 만약 주 활동 무대인 청주에서만 전시했다면 그 안에만 머무르게 되지 않았을까. 엑스포가 열리는 괴산을 제외하고도 그간 청주, 평택, 대전 등 여러 군데에서 전시회를 열며 경험하다보니 더욱 스스로 업그레이드 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유기농엑스포와 같은 세계적인 좋은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만약 저의 김치그림이 외국에도 선보일 수 있다면,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을 참 오랫동안 품어왔다. 기회가 왔을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국내 뿐 만 아니라 해외에서 오신 분들까지 염두에 두다 보니, 더욱 신중히 고민을 했고, 그 과정이 힘들면서도 좋았다.

 

기자. 이야기 흐름을 바꿔보자. 지난해, 화가님께서도 재능기부로 일부 참여하신 대전 동구 클린 화장실 조성사업의 수상소식이 들렸다.
송보영 화가.
참여작가로서 참 기분이 좋다. 사실 저는 오로지 김치와 김치유산균 작업에만 열중하는 사람이기에, 공공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했다.(웃음) 결론적으론 실로 어떠한 경험이든, 모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르게 보는 시각을 서로 공유하게 되고 참 많은 공부가 된다. 요즘은 친동생과 함께 주말에 작업을 한다. 제가 보지 못했던 걸 그녀가 이야기하고, 그녀가 못 보았던 걸 내가 이야기해주는 식이다. 소통은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작업에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을 정도만 된다면, 앞으로도 종종 참여하며 또한 배우고 싶다.

 

기자. 올 한해는 장기 프로젝트를 향한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송보영 화가.
그렇다. 올 한해는 아무래도 엑스포 전시 쪽으로 집중이 많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듯 하다. 자연스러움과 함께, 이야기가 있는 김치그림이 될 수 있게끔 ‘일단은 해보자!’라는 느낌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가고 있다. 고민스러운 겨울을 보낸만큼, 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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