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부산네트워크디엔씨]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는 한 남성의 후원으로 재능이 많은 한 소녀가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소녀로부터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리는 남성 덕분에 소녀의 재능은 고아원에 묻히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었고 가공의 인물이지만 ‘키다리 아저씨’는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후원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많은 아이들에게는 꿈도 있고 재능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혹은 재난과 사고로 인해 꿈과 재능을 포기해야만 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키다리 아저씨’다. 아이들이 꿈과 재능을 포기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도 불행이지만 사회 발전 동력이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꿈과 재능을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아이들에게 인자하고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고 있는 ㈜부산네트워크디엔씨 강신태 대표를 취재했다.

▲ [사진 = ㈜부산네트워크디엔씨]

아이들에게 한 없이 인자하고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로 기억되길

‘미소, 질서, 배려’로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

부산에서 30년 넘게 건설업체 운영하고 있는 강신태 엔씨 대표에게는 ‘성공한 기업가’만큼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아이들에게 한없이 인자하고 든든했던 ‘키다리 아저씨’로 남는 것이다. 강 대표가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연을 맺은 건 2003년 6월 ‘사랑의 소년동아일보 보내기 운동’에 참여하면서다. 이 운동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배움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농촌 아이들에게 ‘세상 보는 눈’을 길러주기 위해 신문을 보내는 후원 사업이다. 강 대표는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96만원을 기부했다.

강 대표에게 아이들은 ‘미래를 여는 존재’다. 아이들이 밝은 미소로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야 지역이, 나아가 사회가 밝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가 주도하는 봉사활동에는 ‘미소, 질서, 배려’가 빠지는 법이 없다.

시작은 소박했다. 아이들이 오가는 학교 인근에서 아이들이 교통질서를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이었다. 강 대표가 생각하는 배움은 책상머리에만 있지 않았다. 배움을 얻으러 가는 등굣길에도 주위를 잘 살피는 질서 있는 모습을 자연스레 익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강 대표는 고민했다. ‘후원’만으로 충분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갈증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강 대표는 “교통질서를 바로잡는 캠페인부터 소년 분류심사원 인성 지도, 법무부 비행 청소년 선도 활동까지 아이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소망으로 지금까지 나만의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 = ㈜부산네트워크디엔씨]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강 대표는 오지 마을에 사는 아이들을 부산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오지 마을 아이들이 도시로 와 도시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한 강 대표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국에 초등학교가 5500곳이 넘었지만, 모든 학교의 아이들이 균등한 체험과 교육을 받진 못했다”며 “아이들을 초청해 도시의 변화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마침 3개월 전 소년동아일보 후원자로서 신문을 보냈던 전남 장성군 진원면의 학교가 떠올랐다. “우리 학교는 형편이 안 좋은 편이고, 농촌에 있다 보니 많은 걸 배우지 못해요. 우리를 꼭 초청해주세요.” 고사리손으로 펜을 꾹꾹 눌러 쓴 한 아이의 편지가 머릿속에 박혀 잊히지 않았다. 그즈음 태풍 매미로 시골에 낙과 피해가 막대하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강 대표는 사비를 들여 2박 3일간 부산으로 아이들을 초청했다.

강 대표는 이를 계기로 지역 사회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회가 많이 발전했다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이웃이 많았다. 특히 자연재해로 신음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수해를 입고 피난민으로 전락하거나, 화마가 삼킨 집터를 텅 빈 눈으로 바라보는 이웃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이왕 시작한 일, 제대로 매듭짓고 싶었다. 재해극복 범시민연합 부산시 사무국장을 맡게 된 배경이다.

사무국장을 맡게 된 강 대표는 부산 밥퍼 나눔운동본부 무료 급식 봉사 후원을 시작했다. 봉사에도 순서가 있다. 피난민에게 가장 필요한 건 ‘먹거리’다. 급식 만들기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급식 봉사자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하며 봉사의 질을 한층 높였다. 때론 현장도 직접 나간 일도 있었다. 태풍이 유난히 잦고, 피해가 컸던 2003년부터 집중적으로 낙동강 하구와 비닐하우스를 찾아 손수 쓰러진 집 자재를 들고 세웠다. 태풍이 경북 김천을 할퀴고 갔을 때는 수제 운동화 47상자를 보내는 등 후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

▲ [사진 = ㈜부산네트워크디엔씨]

‘쉼’ 없는 봉사를 이어나가

힘닿는 데까지 봉사를 이어나갈 것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중에도 아이들과 인연의 끈은 놓지 않았다. 강 대표는 아이들이 굳건히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이 ‘돈’ 문제로 허비되거나, 묻혀선 안 됐다. 강 대표는 “지역에 훈련비, 도장비가 없어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무예 꿈나무들이 많았다”며 “체육이 바로 서야 나라도 바로 서기 때문에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데 앞장섰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생활체육 국무도에 대한 꾸준한 후원 활동을 2005년 국회의원상을 받았다.

강 대표의 선행은 지역 사회에 귀감이 됐다. 2003년 부산시장상, 2004년 국무총리상·행정자치부 장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강 대표의 이웃 사랑은 지역에 회자됐다. 강 대표는 “주목받으려 시작한 봉사는 아니었지만, 봉사의 가치를 사람들이 인정해준 것 같아 기뻤다. 생전 처음 대통령상도 받았다.”고 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지역 사회의 재해 대책을 훌륭히 수립한 강 대표의 공로를 치하하며 표창장을 수여했다. 강 대표의 수상 실적은 그가 걸어온 봉사의 길을 증명한다. 2003년 여수 돌산읍 평사초등학교(현 봉덕초 평사분교)는 부산에 주기적으로 아이들을 초청한 그에게 감사장을 수여했고, 2008년에는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이 지방 체육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감사장을 전했다. 지난해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사랑의 가족 사랑 운동 및 저출산극복운동참여’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강 대표의 봉사에는 ‘쉼’이 없다. 여전히 세상에 많은 아이, 이웃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강 대표는 “내게 봉사는 곧 실천”이라며 “힘닿는 데까지 봉사를 이어갈 것이다. 훗날 아이들이 자라서 ‘그때 그 아저씨, 그 할아버지가 힘이 됐지’라고 어렴풋이 떠올리는 날이 온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