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중선 화백

그림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글씨가 존재하며 글씨인 듯 용의 형상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먹의 강인함과 힘 그리고 칡붓을 사용하여 전혀 새로운 선이 생명을 얻어 꿈틀거린다. 바로 칡서에 혼을 담는 안중선 화백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오묘한 기운을 이야기한다.

태초의 신비를 담고 강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칡서는 작품 안에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氣)의 기운을 느끼며 뭔가 모를 힘에 이끌리어 춤사위를 보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이것이 칡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인 것이다. 안 화백은 바로 칡서와 같은 사람이다.
그의 비상한 재주는 예술적인 끼로 발산되어 칡서에 아주 독특한 자신만의 내면을 담아 표현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기가 있고 끊임없는 기와의 싸움이 지속된다. 그 속엔 작가의 예술혼과 그 안에 속해있는 풍경, 찰나와 공간에 생기가 들어차 발산된다. 바로 이런 기와 운이 작품에 끊임없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안중선 화백(사진)은 표현했다.

자연에서 얻은 강한 생명력이 살아 숨 쉬는 작품세계
안 화백은 고대의 칡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작품에 적용, 현대와 고대를 잇는 화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칡서를 쓰기 위해 칡붓을 만든다.

1개 만드는 데 5∼6개월 정도 걸리는 정성스런 과정을 거쳐 칡의 결을 살리는 어려운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다.

물에 불리고 살살 두드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이 뭉개지지 않고 잘 살아날 수 있게 두드리는 강도를 잘 조절해야 하는 섬세한 시간들을 통과한다.

이렇게 탄생된 칡붓은 칡의 강인한 생명력을 담고 있어 쓰면 쓸수록 힘이 강해진다. 모필(毛筆: 짐승의 털로 만든 붓)에 밀려 칡붓이 사라지면서 칡서의 맥도 끊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에서 안 화백은 칡서의 맥을 잇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50여 년이 넘게 칡서와 함께 한 세월 동안 쌓여진 내공은 그림에 그대로 나타나 보는 사람들이 그 힘을 느끼게 된다.

그저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붓을 이용하여 자연으로부터 받은 강한 기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 그는 칡붓 끝에서 표현되는 강한 에너지를 뿜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한다.

"사람들은 모두 제 나름의 에너지가 있지만, 인간관계와 생활에 지쳐 그 에너지만으로는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숨겨진 에너지를 기를 통해 찾게 해 주고 싶고 작품을 통해 충분한 영감을 받아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안 화백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하늘의 기와 땅의 기를 형상화하여 작품에 반영하고 서화체, 화서체, 화화체 등으로 자신의 그림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작품을 통해 에너지 충전과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안 화백의 끝없는 도전정신과 예술가적 기질로 여러 예술 분야인 시인, 사진, 성악, 미술, 행위예술 등을 아우르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전시회는 물론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초청 전시회로 바쁜 움직임을 보이는 안 화백은 e-파워포토 갤러리를 준비해 사진, 칡서 등의 해설·강의를 하는 아카데미도 열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