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이 보건복지부 지정 인체조직기증지원기관으로 선정된 소감에 대해 지난 4월 6일 한국인체조직기증원(KFTD)이 드디어 공적 인체조직기증지원기관으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제 한국장기기증원(KODA)이나 대한적십자사(혈액원)와 비슷한 지위를 가지게 되었으며, 매혈하던 혈액을 헌혈로 바꿨듯이 인체조직도 혈액이나 장기 등 타 인체유래물과 같은 공적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첫 발판을 마련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한다.

인체조직에 관심을 가진 배경에 대해서는 “1976년 세계최초로 대퇴부 재접합 수술 성공 후, 약 1만 5천회에 걸쳐 파괴된 관절에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 관절을 못 쓰게 된 부분에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에서는, 뼈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재수술시는 인공관절 주위로 뼈가 흡수되어 골결손을 보이는 현상이 많다. 환자의 뼈를 재활용하는 것으론 부족하여 결국에는 기증받은 뼈의 이식이 필요한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2000년 초부터 뼈를 제대로, 안전하게 수급할 수 있는 인체조직기증의 필요성과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체조직은 기증자의 의지에 의해서만 공급받을 수 있는 생명의 일부분이므로, 기증의 숭고함과 취지를 알게 되면 많은 이들이 기증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를 비롯해 뜻있는 분들이 인체조직을 국내에 필요한 병원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적기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체조직기증재단을 만들어 하나의 국가사업으로 진행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인체조직기증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의 역할과 업무는 지난 2010년 보건복지부의 인체조직전문구득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되어 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국내 이식재 자급률 확대, 이식재 다양화 및 품질개선, 조직은행 전문 인력 양성 등 조직이식 분야 발전에 앞장서 왔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조직은행, 분당차병원 조직은행, 양산부산대병원 조직은행, 빛고을전남대병원 조직은행을 두고, 전국단위 구득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식재 품질관리 및 다양화, 안정적인 수급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이식재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회공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앞으로 국내 조직이식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공적 인체조직기증지원기관으로서 △조직기증자 발굴을 위한 조직은행 및 의료기관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과 지원 △조직기증자 및 그 유족에 대한 지원 △조직기증에 관한 조사·연구 및 교육 △조직기증자 발굴을 위한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교육 △조직기증지원기관이 보유한 조직 기증 관련 정보ㆍ통계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현재 국내 인체조직 기증 현황에 대해서는 인체조직기증이란 생존이나 뇌사 직후 이루어지는 장기기증, 헌혈과 달리 사후에 피부, 뼈, 연골, 인대, 건, 혈관, 심장판막 등을 기증하는 것이다.

국내 인체조직 수요량은 최근 3년간 연평균 7%씩 증가하는 반면 기증현황은 턱없이 모자란다. 미국의 경우 인구 백만 명 당 인체조직기증자 수가 100명, 스페인이 59명, 프랑스는 약 30명에 달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 4.7명에 그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체조직, 장기 등 인체유래물을 자국 내에서 자급자족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열악한 국내 기증현황 때문에 국내 유통되는 인체조직이식재의 7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체조직이식재의 높은 수입 의존도는 수입 이식재의 안전성 논란과 환자의 고액 이식재비 부담이라는 부작용, 그리고 국가적으로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수급 안정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커질 것 같다. 앞으로 인체조직 분야 기증문화에 대해 관련 의료진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인체조직 이식을 통한 조직재건은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대표적인 이식재인 피부와 뼈를 이식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열악한 노동 환경, 성장 환경에 처한 저소득층 화상환자나 희귀암(골육종 등)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절차를 서로 다른 기관에서 진행해 기증한 고인들의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운영 효율성도 저하된다. 윤리적인 문제와 인간에 대한 숭고한 존엄성도 충족해야만 한다.

이번 인체조직기증지원기관 지정을 필두로 안전한 이식재의 자급자족이 실현되고, 기증된 이식재가 혈액과 장기처럼 기증자의 생명나눔 정신에 맞는 가격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기증 후 채취, 가공, 보관, 분배 단계를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관리기관과 공적 조직은행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스페인의 ONT(National Transplant Organization), 영국의 NHSBT(National Health Services Blood and Transplant), 캐나다 CBS(Canadian Blood Services) 등 현재 선진국에서는 인체유래물에 대해 철저한 비영리 원칙으로 국가 차원에서 운영한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의료진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진 1명이 유가족에게 조직기증 권유 의향을 묻는 것만으로, 100명을 살리는 1명의 기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공관절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유명철 이사장은 철도사고로 왼손을 잃고 의수를 끼고 평생 생활하신 아버지를 보며 자라나 정형외과 의사가 되었다.

경희대학교에서 41년간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정형외과에서 관절과 관련된 많은 수술과 다양한 인공관절 관련 연구와 수술을 수행했다.

생활이 불편한 상지와 달리, 하지는 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 그들을 위해 1977년 인공관절연구소를 설립해 인공관절을 주도적으로 하게 되었고, 뼈 조직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절단된 엄지손가락 자리에 발가락을 이식하고, 난도가 높은 표면치환술을 개발해 대퇴골괴사를 치료하기도 했다.

석좌교수로 있는 지금도 인공관절 수술이라면 경희의료원을 떠올리는 환자들이 많으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또한 대학병원의 교수 재직 시절에는 28년간 ‘희망사회 만들기 의료봉사단’의 일원으로서 전국적으로 약 7만 5천여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200여 건의 무료수술을 집도하는 무료봉사를 수행한 공로로 2001년 서울시민대상, 2004년 국제로터리클럽 ‘초아의 봉사상’, 2012년 보건복지부장관상(행복나눔인)을 비롯해 다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영광스런 순간도 있었다.

지난 2012년 한국, 중국, 대만, 일본, 홍콩 등 아시아 12개국 정형외과 인공관절 전문의사들이 모여 아시아 인공관절학회(Arthroplasty Society In Asia : ASIA)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에 선임되었는데 초대회장으로 추대된 후 꾸준히 인공관절 연구, 개발, 교육 및 시술을 통해 국제 교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도움을 주고, 젊은 의사들에게 교육시켜 의료기술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정형외과라는 전문 분야 속에서 의료인의 소임과 의료봉사활동이라는 배려와 나눔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인간 사회를 더욱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철 이사장은 지난 30여 년간 이동검진차량으로 전국을 돌며 재능기부를 펼쳤다. 저서인 <휴먼닥터>를 통해 의사로서의 가치관 등을 서술하면서 재능기부의 의미와 의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나의 삶은 인공관절 전문 의사, 그리고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인간의 역할 두 가지로 채워져 있다. 봉사가 청진기 진찰로 끝내지 않기 위해 엑스레이 및 검사 장비를 실을 이동검진차량을 마련해 전국의 환자들을 발굴하고 무료수술 등을 했다. 강원도 고성에서 제주도 서귀포까지 전국을 순회하면서 약 7만 5천여 명을 진료했고 대학에 있으면서 평생토록 연구와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의사이다 보니 아픈데도 경제적 상황이나 신체적 여건으로 병원에 올 수 없는 사람이 많음이 안타까웠다. 건강과 질병은 사람의 삶을 지탱해주는 목적과 의미를 결정하는 요소다. 그래서 현장에 나가 그런 사람들의 고충을 나누고 의료기술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의사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을 넘어 중국에도 매년 무료진료를 나가고 있으며, 사할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곳곳을 돌면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진료하고 있다.”

인체조직 기증에 대해서도, 사후에 화장을 하면 재가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생명을 다 하고도 생명이 꺼지지 않고 간접적으로 연속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인간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촛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이미 알고, 실천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이것을 일깨워 그 사람이 고귀한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과 삶, 세상에 태어난 의미, 인생을 마감하는 죽음을 더욱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사회 전체가 그런 운동에 동참한다면 더욱 가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생명의 씨앗을 잇는 것이고, 나의 정신과 뜻은 다음 세대에 의미 있게 전달되는 것이다.

후배 의사들에게도 이 점을 늘 강조하고 있으며, 의사라는 직업이 사회생활을 하는 수단보다는 사회로부터 받은 임무, 인간으로서 해야 하는 책무임을 이해하고 사회에서 질병으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아름다운 생각을 베풂으로 나눈다는 꿈과 목표를 가지고 의료의 길을 걷길 바란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의료활동을 하면 사회로부터의 존경이 따라올 뿐 아니라, 수술을 잘하는 고도의 기술자를 넘어 환자를 위한 진정한 명의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아직도 주변에는 적합한 인체조직을 기증받지 못해 고통 받고 불구가 되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다고 전하며, 평균수명 증가와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조직이식이 필요한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환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소명의식을 가진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속적인 법제도의 개선, 그리고 온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하나로 묶어질 때 선진국과 같은 인체조직기증문화 확립과 생명 나눔의 선순환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