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서울현충원 안수현 원장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36년의 식민지배가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발한 6.25 전쟁의 포화로 수많은 국민들이 아픔을 겪었다. 그렇기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조국의 발전을 위해 앞장선 여러 순국열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6월 6일 현충일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국경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충일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현충원에 참배를 하며 나라사랑의 가치를 마음에 새긴다. 올해로 62주년을 맞는 현충일의 상징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립서울현충원이다.

지난 1967년부터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출발해 6.25 참전용사, 월남전 참전용사, 경찰·소방공무원, 독립유공자 등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17만 9천여 분이 잠들어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은 우리 민족의 성역으로서 나라사랑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국내 대표 국·영문 월간지 파워코리아는 국립서울현충원(이하 현충원) 안수현 원장을 만나 현충원의 미래와 나라사랑의 가치에 대해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맥을 잇는 공간, 국립서울현충원
현충원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맥을 잇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국군 창설 이래 조국을 수호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처음 모시기 시작한 곳은 서울 남산의 장충단공원 내 장충사였다. 장충사는 고종황제가 1895년 을미사변 때 전사 순직한 장병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1900년에 세운 사당으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많은 전사자가 발생되어 이들의 유해를 부산에 있는 금정사와 범어사 사찰에 임시로 봉안하였고, 국가적 수준에서 전사자들을 모실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왔다.

이에 휴전 후 1955년 7월 15일, 관악산 줄기인 동작동에 위치한 서달산 공작봉(해발 174m) 기슭에 국군묘지와 국군묘지관리소를 창설하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모셔져 있던 장병들의 유해와 위패를 모시게 된 것이 현충원의 시작이었다.

1984년부터 현충원에 실무자로 근무한 바 있으며, 작년 2월 제20대 현충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안수현 원장은 “초창기에는 조국수호를 위해 산화하신 국군 장병을 위주로 안장하여 오던 중, 애국지사 유해 환국 등 국가·사회적 여건의 변화로 1965년 3월 30일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국군장병뿐만 아니라 국가원수를 비롯해 애국지사, 국가유공자, 경찰관, 작전에 참여한 향토예비군 등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모시게 되었다. 1996년 국립묘지와 국립묘지관리소의 명칭이 국립현충원으로, 그리고 2006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변경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 국립서울현충원 전경

18만여 분들의 호국영웅이 잠들어있는 공간
“방문에 불편함 없도록 꾸준히 재정비 작업 추진”
국립서울현충원은 전직 대통령 4분을 포함하여, 약 18만여 분의 호국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현충원의 대표적인 시설로는 우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충의와 위훈을 기리고자 세워진 현충탑이 있다. 이 탑은 민족의 성역인 국립서울현충원을 상징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탑 내부 위패봉안관에는 6·25전쟁 전사자 중 시신을 찾지 못한 10만 4천여 분의 위패와 7천여 무명용사 분의 유해를 모시고 있다. 그리고 애국지사 중 후손이 없거나 유해마저 찾을 길이 없는 순국순열을 위패로 봉안한 무후선열제단도 있다.

또한 6·25전쟁 중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교복을 입은 채 군번도 없이 참전하여 많은 전공을 세우고 전사하였으나 시신을 찾지 못한 학도의용군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 등 많은 추모시설이 있다. 이외에도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알리고 배우는 유품전시관과 호국전시관 등이 현충원의 주요 시설이다.

이와 함께 현충원은 산의 뻗어 내림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병풍처럼 펼쳐져 묘역을 감싸고 장군봉에서 내려다보이는 확 트인 한강 물줄기의 유유한 흐름과 한강 좌우의 발전된 도시경관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소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벚나무류 등 교목 73종과 무궁화, 철쭉류, 진달래 등 관목 43종이 어우러진 환경을 유지하여 유가족 및 참배객에게 쾌적하고 안락한 참배 분위기를 제공하는 한편, 내방객에게 나라사랑의 정신을 고취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통해 국토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안 원장은 “저희 현충원이 휴전과 동시에 출범한 기관인 만큼, 대부분의 시설들이 만들어진 지 60년이 지났고, 대표적인 시설 중 하나인 충성분수대도 올해로 세워진 지 40여년이 지났다. 저희 원에서는 이곳을 찾는 많은 분들이 순국선열의 정신을 느끼고, 또한 방문에 불편함이 없도록 꾸준히 재정비 작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호국보훈의 달 맞아 다양한 행사 준비 중
현충원에서는 다가오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안 원장은 “현충원에서는 현충일 당일 정부주관의 추념식 행사가 거행될 예정이며, 행사 준비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현충주간인 현충일 전후 일주일 동안 많은 유가족과 국민들께서 현충원을 방문하시는 것에 대비해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참배 환경을 정비하여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호국보훈의 달을 알리기 위해 6월 말경 6·25전쟁 호국행사(사진전시 등) 및 호국음악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충원에서는 이 밖에도 4월 개최된 ‘2018 현충원, 호국의 봄을 열다’ 행사에서 호국 에코백 만들기와 감사편지 쓰기, 나라사랑 토크 콘서트, 국방부 특별 군악·의장 행사, 호국음악회 등 유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5월에는 호국백일장 행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안 원장은 “현충원을 운영하며 지켜보니 베트남전 전사자 분들이나 경찰 묘역에는 아직까지 방문하시는 분들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6.25 전쟁 전사자 분들의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 자손도 없이 돌아가신 분들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족 분들이 돌아가시니 묘역을 찾는 발길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그 분들을 대신해서라도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이곳의 중요성을 알리고 꾸준히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 대상으로 ‘나라사랑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해
현충원에서는 각계각층의 사회 구성원들이 현충원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 순국선열들을 통해 나라사랑의 마음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하고자 ‘나라사랑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라사랑 체험학습 ‘체험, 선열들의 발자취’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및 청소년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충원 안장자를 중심으로 하여 특강을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우고, 역사연표 제작과 묘역 순례 등의 체험으로 배울 수 있는 역사교육 프로그램이다.

또한 초등학교 2~5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상징물이 만들어진 배경을 현충원 안장자와 연계하여 배우는 ‘국가상징 체험학습’ 프로그램, 중·고등학교 및 일반 단체를 대상으로 현충원 견학학습과 외부강사 초청 특별강연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호국정신을 함양하는 ‘나라사랑 호국강연회’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 호평을 얻고 있다.
안 원장은 “현충원은 볼거리가 있는 장소라기보다는 선열들의 마음가짐을 느끼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초·중·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 등 젊은 층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잘 와 닿지 않고, 연고가 있지 않은 이상 한 번 방문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저희 현충원에서는 학생들에게 더욱 편안히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주로 학교에서 많은 신청이 들어오고 일반 회사에서도 신청해서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들 크게 만족을 표시해주시고 있다. 앞으로도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관광객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방안 강구해
“국민들의 사랑받는 호국추모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현충원은 우리 민족의 성역인 만큼 해외 주요 인사들이 우리나라를 찾을 때면 항상 방문하여 참배를 드리고 일정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는 대표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자연히 현충원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작년에는 외국인 유튜버가 현충원을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해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으며, 지난 4월 실시한 현충원 ‘호국의 봄을 열다’ 행사기간에는 터키와 스페인의 관광객들이 현충원을 돌아보며 대한민국의 영웅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안 원장은 “현충원은 선열들의 호국정신을 이어가는 ‘이어달리기’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현충원을 찾는 모든 분들께서 추모와 함께 그분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며 배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현충원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시티투어 버스와의 연계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도 저희 현충원을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안 원장은 “6.25 전쟁의 위기 속에서 조국을 위해 충성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당시의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늘의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 종전 65년을 지나는 동안 이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산 것이 아닌지 깊이 되돌아보는 호국보훈의 달이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현충원의 가치를 높이고 많은 선양사업을 통해 이곳 국립서울현충원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호국추모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