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윤재 작가 도자 작품전

많은 도예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 가운데 하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관한 문제이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결국은 그 자신이 살고 있는 현대라는 시제에 부합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기에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현대인의 미적 감수성에 반응할 수 있는 도자기를 꿈꾼다. 특히 물레성형을 통해 이루어지는 그릇으로서의 도자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15~29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전시되는 서윤재 작가도 예외 없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조형세계를 꿈꾼다. 그의 도자기는 새로운 발상, 즉 새로운 조형적인 사고를 통해 전통 도자기가 가야할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입이 작은 반면에 어깨가 넓고 견실한 모양의 매병 상단을 잘라놓은 듯싶은 형태의 도자기를 보면 그의 고뇌가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항아리의 표면을 깎아 부조형태의 표면을 보여주는 도자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평판에 자작나무 이미지를 시문하여 타일형태로 만드는 작업도 있다.

이런 형태의 형식 및 장식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새로운 도자기 형태에 대한 간절한 열망에 따른 영감의 소산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그의 조형세계는 특별한 위치에 놓인다. 다른 사람의 사고가 미치지 않는 곳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할 수 있는 남다른 미적 감수성의 소유자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 위에 선각이나 상감기법 그리고 유약으로 꽃이나 나뭇가지 등의 문양을 그려 넣는다.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문양으로 채워지는, 매병의 상단을 자른 형태의 도자기, 아니 도조 작업은 그 형태적인 독자성과 아름다움이 아주 매력적이다.

전통적인 도자기 형태를 기반으로 하여 현대인으로서의 개인적인 미적 감수성 및 조형감각으로 새로운 이미지의 도자기 또는 도조를 만들어낸다.

이 두 가지 형식의 작업 이전에 그는 이미 물레성형에서 도자기 작가로서의 재능 및 미적 감각을 여실히 드러냈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물론이려니와 형태에서 안정된 비례감각을 터득한 것이다.

특히 달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둥근 모양의 도자기는 거의 보름달에 가까운 원형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 성형감각 및 기술이 예사롭지 않다.

기술자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가 하면 예술가로서의 감각이 돋보이는 것이다. 그 전체적인 모양에서 나오는 비례는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과 더불어 짐짓 수려하다.

이렇듯이 윤곽선이 만들어내는 외양은 우아하고 화려한 듯싶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소박하고 소소하기만 하다.

이는 표면에 별다른 유약을 입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흙의 질감과 표정을 그대로 살리는 까닭이다.

어쩌면 첫 데뷔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회는 창의적인 조형세계 그 자체만으로도 한 독립적인 작가로서 손색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작업에 대한 열망과 열정 그리고 새로운 조형세계를 지향하는 창작의 윤리성을 실천한 결과이다.

한마디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도자기로서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길이 없다는 진정한 자존의 결과이자 스스로에게 보내는 찬사라고 신 미술평론가는 전했다.